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바로가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다음블로그 바로가기     


충남 서천 귀어인

이 선장의 귀어이야기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바다에 갔던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해변의 뜨거운 모래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귀를 간지럽히는 파도 소리까지. 그 행복했던 기억 때문일까? 언젠간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바다가 좋아 32살의 젊은 나이에 귀어를 결심했다는 이석훈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막무가내로 귀어를 결심하고,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2015년 대전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이석훈 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귀어를 결심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에게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걸까.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과 바닷가를 많이 다녀서 바다를 좋아했어요. 갯벌에서 부모님과 함께 조개도 잡고 굴도 따고 그랬죠.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방파제나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자주 즐겼어요. 훗날 나이가 들면 바다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귀어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그가 바다가 그리워 횟집을 그만 두고 어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 그렇게 무작정 충남 서천으로 내려왔지만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도 없고 일을 배울 방법도 몰라 막연한 상황이었다. 그는 어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조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결국 음식점에 납품을 하던 어부와 연결이 되어 김 양식부터 시작하게 됐다.

“어업을 하신다고 해서 일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김 양식을 주로 하더라고요. 바다에 그물을 띄워놓고 김 포자를 붙이고 후에 채취하는 일을 1년 정도 열심히 했는데,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저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생선을 낚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선을 구입해 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했죠.”




양식보다는 뱃사람이 되기로, 갑작스럽게 선장이 되고나니


이석훈 씨는 서천군청에서 귀어귀촌 대출을 지원받아 배를 구입해 바다로 나섰다. 하지만 역시 바다는 만만하지 않았다. 뱃일을 어느 정도는 배웠지만 갑작스럽게 선장이 되고 나니 어려운 일이 많았다. 그물을 놓아야 하는 방향이라거나, 어구가 서로 뒤엉켰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많았던 것. 때문에 처음 3년간은 생선을 많이 잡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다른 배를 운항하시는 지역 어민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주시기도 하고, 생선이나 꽃게가 잘 잡히는 지역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그물을 여기도 넣어보고, 저기도 넣어보고 하면서 자신만의 어장 자리를 찾아갔다.

“제가 연줄 같은 게 없었잖아요. 지역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그냥 지나다니면서 자주 마주치는 선장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옆자리에 배 정박해두신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금방 가까워졌죠. 뱃일하는 사람은 말씀이 거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한 분도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귀어했다고 하니까 나서서 많이 도와주시더라고요.”












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 경험이 모두 자산이 되기까지


어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낚는 어종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배를 혼자 운항했기에 혼자 할 수 있는 어업을 찾아보니까 주꾸미 고동이 괜찮았다. 그래서 첫 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주꾸미를 주로 잡았다. 이후부터는 선원을 쓰게 되면서 통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통발로는 우럭, 광어, 소라, 낙지, 오징어 등 더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갑오징어 통발을 제작해 갑오징어도 잡을 수 있었다. 이후 다시 봄·가을에는 꽃게 자망으로 꽃게도 잡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자세로 어종을 늘려가자 수익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시기에 따라 도다리, 꽃게, 갑오징어, 낙지 등 제철 수산물을 잡고 있다고 한다.

“귀어 후 3년 정도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고, 일을 가르쳐줄 지인도 없었으니까요. 닥치는 대로 부딪혀보고, 실수도 많이 해보면서 하나씩 배우고 고쳐온 거죠. 어떤 계절에 무엇을 잡아야 수익이 나는지를 한 해 한 해 직접 그물을 던지면서 배웠습니다. 결국 경험이 모두 자산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수익이 많이 늘었습니다.”










더 바랄 게 있을까,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성과


귀어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석훈 씨는 무서워하지 말고 직접 부딪혀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처럼 너무 섣불리 귀어를 결심해서는 안 된다고. 실제로 귀어를 위해 내려왔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정말 많다고 한다. 그는 성공적인 귀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업은 1년 내내 일을 해도 일이 끊이지 않아요. 생각보다 정말 힘들죠. 날씨에 따라 바다에 나가지 못할 때도 있고, 배가 말썽을 일으키거나 그물이 엉켜 곤란을 겪을 때도 많습니다. 또 사람을 써서 일을 하게 되면, 선원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죠. 귀어를 하실 때는 미리 경험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홈스테이처럼 어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더러 있으니, 단 몇 개월이라도 일을 직접 해본 뒤에 귀어를 결심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물론 지인 등을 통해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더욱 좋겠죠.”

이제 귀어 6년차가 된 이석훈 씨는 이제야 자리를 잡아 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 귀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 어쩐지 바닷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뛰놀았던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듯하다.













글 : 염세권
사진·영상 : 고인순, 이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