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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부저농원

이평재 명인의 귀농 이야기



막상 귀농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어디에서 무엇을 재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귀농 22년 차, 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이평재 명인은 재배 작물의 선택 이후 품종에 관한 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광양으로 귀농하여 현재는 명인의 반열에 오른 이평재 명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59세 사업가, 자연으로 돌아가 농업인이 되다


경영학과를 나온 이평재 명인은 창고업, 운수업, 건설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이평재 명인이 59세가 되었을 때였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과 불안한 노후 걱정에 지친 그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귀농을 결심했다.

“광양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전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대학을 다닐 때도 산악부에 있었죠. 그러다 보니 고향과 가깝고 산이 있는 곳에 정착하고자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곳 광양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2,000평의 대지, 매실농사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5년


그는 고향이었던 광양으로 내려와 약 2,000평의 대지를 매입하고 광양의 특산물로 꼽히는 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키워놓고 보니 전국 각지에서 매실을 생산하고 있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많았다. 농사에 대해서는 무지했기에 품종 선택을 잘못해 다시 처음부터 작물을 심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5년간을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7년 동안 친환경 농업대학을 다녔어요.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스타임업인교육과정도 수료했죠. 그렇게 5년 차가 되어서야 제대로 된 수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평재 명인은 5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주된 이유로 재배 종목과 품종을 꼽았다. 모든 작물에는 수많은 품종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적합한 품종이 무엇인지 충분히 공부하고 나서 귀농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 땅에 적합한 품종, 건강하고 맛이 좋은 품종을 찾아내는 것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매 순간 강조한다.





매실, 돌배, 다래... 왜 품종연구인가? 명인의 이유 있는 선택


“매실은 150여 종의 품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매라는 품종을 많이 재배하고 있어요. 하지만 청매실에는 문제점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실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으로 가서 매실을 살펴봤습니다. 일본에는 붉은색을 띠는 남고라는 품종이 있었는데, 청매보다 맛과 향이 더 좋더라고요.”

현재 청매실은 국내 생산량이 많아 판매가 어려운데, 명인이 재배하고 있는 붉은색을 띠는 남고 품종의 홍매실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그가 품종에 관한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다. 이후 이평재 명인은 돌배와 토종 다래를 재배하기로 했다. 돌배는 황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폐에 좋은 작물을 고민하다가 선택하게 된 것이었고, 다래는 광양 백운산의 다래 군락지가 훼손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것이었다.

“돌배의 품종도 50가지가 넘습니다. 품종을 잘못 선택했을 경우에는 나무를 처음부터 다시 심어야 해요. 사전 교육이 중요한 이유죠.”

다래의 경우 품종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여 3가지 품종의 토종 다래를 새롭게 개발했고, 이를 통해 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품종을 잘못 선택했을 경우에는 나무를 처음부터 다시 심어야 해요. 사전 교육이 중요한 이유죠.”







끊임없는 연구가 맺어준 인연, 나이순 발효명인과의 만남


이평재 명인이 운영하는 부저농원은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점차 커져 현재는 약 8,000평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명인은 농장에서 생산한 과일들을 그냥 판매하고 끝내지 않는다. 다래나 돌배는 약용으로도 쓰이는 과일이기 때문에 발효액이나 식초 등의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도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한식협회 발효명인 나이순 명인이다. 친환경농업대학에서 공부하다가 만난 인연으로, 산야초와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서로 맞아 사업을 함께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나이순 명인을 만난 것도 이평재 명인이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는 이평재 명인은 재배를 담당하고, 나이순 명인은 발효식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좋은 상품을 준비해 판매를 시작해야 합니다”


조급하지 않게, 부단한 공부 그리고 고집


귀농인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평재 명인은 2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품종에 관한 공부, 그리고 좋은 상품에 대한 고집이다. 철저한 공부를 통해 재배할 땅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해야 하며, 또 급이 떨어지는 상품을 아까워하지 말고 선별하여 최상품만을 고객에게 판매하여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신뢰가 쌓여야 믿고 찾아주는 단골이 생기고, 가공식품도 개발 및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마찬가지로 발효식품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갑작스럽게 돈을 만들려고 1~2년밖에 숙성되지 않은 것을 판매하려고 하면,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어 실패하게 됩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좋은 상품을 준비해 판매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평재 명인은 농업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귀농을 하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돌아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열정을 가지고 귀농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농인들을 위한 그의 조언에서, 농업을 향한 20년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 : 염세권
사진·영상 : 고인순, 이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