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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본부 최가은 대리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청주 육거리시장은 추석이면 고객들로 붐빈다. 차례상에 올릴 각종 농수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과 먹거리 골목의 전집과 떡집을 찾아온 고객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최가은 대리의 추억을 한 스푼 떠 드린다.




친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석의 기억

“엄마, 그냥 집에서 쉬세요. 저희가 시장에 갈게요.”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를 만류했지만 할머니는 완강하게 길을 나섰고, 나는 할머니 손을 붙잡고 근처 육거리시장으로 따라나섰다. 내 손을 잡은 할머니의 손은 따뜻하기만 했다. 차례문화 축소로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각자 여가를 즐기는 요즘이나, 나의 친할머니는 옛날 분이셨다. 당신은 여전히 조상에 예를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우리는 명절과 기일이면 친척들이 모두 모여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어 차례와 기제를 지내곤 했다. 그러던 중 작년 내가 25살이던 그해에는 할머니의 건강 악화로 차례상을 직접 차릴 수 없게 되었고, 할머니는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청주 육거리시장으로 나선 것이다.


“가은이 뭐 먹고 싶니?”

시장은 제수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우리처럼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장을 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할머니와 나는 시장을 분주히 돌아다녔고, 송편, 햇과일, 깎은 밤, 전, 나물 등 차례상 준비를 위한 음식을 구입했다.


“할머니! 송편이 참 예뻐요!”

진열대에 높게 쌓여 있는 천연 색소를 이용해 색을 낸 흰색, 노란색, 초록색 송편은 무척이나 예뻤고,


“가은이는 콩을 싫어하지?”

콩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할머니는 송편 소를 하나하나 골라내주셨다. 그때의 따뜻했던 송편 찐 냄새와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한 송편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송편을 먹을 때면 육거리시장에서 느꼈던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와 눈웃음이 떠오르곤 한다.











다시 뵙고 싶은 할머니의 사랑

차례상에 올리는 생밤을 까는 일은 아버지 담당이었다.


“생밤이 맛있지? 추석이 아니면 먹을 일이 별로 없단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내게 아버지는 막 깎은 생밤을 건네주셨다. 아버지가 쥐여주던 생밤은 아삭했고 달았다. 이번에는 육거리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했기에 그럴 수고는 덜었지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두부와 동태, 호박에 밀가루를 묻혀 계란물을 입혀서 넓은 전기프라이팬에 부치는 건 늘상 어머니와 나의 몫이었다.


“할머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나는 종종 할머니 입에 전을 넣어 드리곤 했는데, 가족 모두가 전을 좋아해 차례를 마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전을 나눠 먹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가족의 모습이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갔다. 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이 된 그날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된다. 할머니 키가 작아서 나는 장을 보는 내내 등을 구부린 채 할머니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손녀는 이미 다 컸는데도, 할머니는 손을 놓치면 내가 길이라도 잃을 것처럼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으셨다. 언젠가 아버지는 내가 같이 시장에 가주어 고마웠다며, 다음에도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글 : 충북지역본부 최가은 대리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