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바로가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다음블로그 바로가기     


청년어부 지선아 씨의 행복한 일일 휴가

굿바이, 여름아! 내년에 또 만나!



8월은 어부에게 농부의 농한기와 같다. 주요 어종의 금어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물론 배낚시를 즐기는 손님들도 많지만,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전 낚싯배 일을 마친 지선아 씨는 모처럼 생긴 여유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오붓하게 보내기로 했다.







[15: 30] #총각네수산가게 #아이들의_방문 #행복한_엄마 #엄마_미소


낚싯배 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총각네수산가게로 왔다. 엄마가 대신 봐주시던 가게를 이어받아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왔다. 집이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가게로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이들도 가게에 오면 어항 속 물고기를 감상하느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마 전 낚시로 잡은 농어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구경시켜주었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 지인들과 맛있게 먹을 생각이다! 아이들이 직접 어망으로 떠서 물고기를 보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큰 애도, 작은 애도 서로 먼저 해보겠다고 아우성이다. 물을 튀기며 파닥파닥거리는 작은 농어 한 마리의 힘에 두 아이가 놀라고 만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농어철이다. 총각피싱도 튼실한 농어를 잡으러 바다로 자주 나갈 것이고, 총각네수산가게 어항도 맛있는 농어로 가득 찰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총각네수산가게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했다.





[16: 30] #숲길 #산책 #가족 #딸바라기_아빠 #아들바라기_엄마


아직은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았지만 덥다고 집에만 머물 수는 없는 일! 총각네수산가게 일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일곱 살 연년생인 아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시간이다.

사실 8월 내내 총각피싱 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19 때문인지 호젓한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낚싯배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이른 오전에 나가 오후에 들어오는 낚싯배 일이 연속으로 이어지다 보니 힘이 들었다. 배낚시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이 컸지만, 여름방학 기간에 아이들과 더 많이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도 컸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의 보살핌의 크기와 상관없이 무럭무럭 잘 자란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친정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리는 기분이다.




[17: 00] #서해 #용두해수욕장 #첨범첨벙 #물놀이 #추억_만들기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용두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여름이 물러가지 않았기에 잠깐 걸었는데도 송글송글 땀이 났다. 물놀이를 하러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반색을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용두해수욕장으로 고! 고! 용두해수욕장은 무창포해수욕장이나 대천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한가한 편이라 한가롭고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너무 뜨거운 한낮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찾는다면 서해 특유의 멋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본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다로 달려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볍게 발을 담그고 물장구나 쳐볼까 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아이들 몸이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과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늘 바다와 가까이 살다 보니 아이들이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튜브 없이도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노는 모습을 보면 자유로운 영혼(?) 같다는 생각도 든다.

9월이 오면 또 다시 많이 바빠지겠지. 낚싯배를 찾는 손님도 많을 것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회를 먹고 싶어하는 손님들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추석까지 있으니… 하루하루의 일상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아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저 행복하다. 뜨거웠던 여름도 어느새 가고 있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다. “무더웠던 여름아, 잘 가라! 시원한 가을아, 어서오렴!”




글 : 지선아
사진 : 임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