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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배우는 ‘함께’의 가치

사회적농장
‘바람햇살농장’ 이야기



한국농어촌공사는 소외계층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농촌지역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농장을 육성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산에서 발달장애인, 돌봄어르신들과 함께 농장을 가꾸며 치유농업을 실현하고 있는 바람햇살농장도 이러한 사회적농장 중 한 곳이다. 이번 달에는 바람햇살농장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가꿔온 농장

대추가 유명한 경북 경산, 대추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서자 아름답게 꾸며진 농장이 나타난다. 바로 사회적농장으로 인증을 받은 바람햇살농장이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밀짚모자를 쓴 한 사내가 걸어 나와 인사를 건넨다. 바람햇살농장의 박도한 대표다.

“저희 바람햇살농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농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발달장애인, 사회생활에서 멀어지거나 경증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 정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농업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박도한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농촌에서 자연과 더불어 규칙적인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직업으로서의 농업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들은 바람햇살농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텃밭 만들기, 파종하기, 모종 심기, 수확의 과정을 거쳐 농산물 포장까지 체험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물론 일반인들도 농장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추를 따는 가을에는 대추 따기, 대추 인절미 만들기, 약밥 만들기 등 농촌체험이 가능한 체험형 농장으로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를 위한 한옥 숙박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2006년 귀농 이후 사회적농장이 되기까지

박도한 대표가 처음부터 사회적농장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귀농을 하게 된 박도한 대표는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추를 가공 및 판매까지 하면서 2010년 6차산업인증을 받게 되었다.

“농장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농산물을 가공하여 판매까지하는 융복합산업으로 점차 확장시켜나갔습니다. 그러고 나니 농장체험에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우리 농장에 사람들이 와서 농업을 체험하다 보면 마음의 치유도 얻을 수 있고, 또 농업에 대해 생각이 달라지다 보면 진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기관들과의 연계를 통해 지원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어떤 것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그때 만나게 된 것이 한국농어촌공사의 사회적농업 지원사업이었다. 2020년 바람햇살농장은 사회적농업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사회 소외계층의 복지 및 농촌지역 소멸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농장을 육성하고 있는데, 전국 농장 가운데 사회적농장을 선발해 상품개발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농어촌공사의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 방향이 뚜렷해지고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어요.”




농업을 통해 되새겨보는 공존의 의미

대추농장 한쪽에 마련된 텃밭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농장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식물이 뿌리를 내릴 토양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은 회당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3~4명당 1명의 선생님이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텃밭에는 상추, 파, 오이, 가지, 피망, 고추, 비트, 토마토, 허브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작은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은 매 순간 경이로움을 준다. 땀 흘려 물을 주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동안 기대와 희망도 커진다. 텃밭은 공동으로 관리하는 구역이 있고, 또 개인이 관리하는 구역도 있어서 참여자들이 성취감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교육장에서는 직접 기른 채소들을 가지고 샐러드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함께 만들고 함께 먹습니다. 만드는 과정도 즐겁고, 함께 먹는 것에서도 큰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 모든 과정이 경험이고 교육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죠.”

작년에는 생산한 채소들을 로컬 마켓에서 판매하는 행사도 가졌다. 비록 소량이었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해는 장애인 기관에 나눔을 하며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나누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농업을 통해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주변의 발달장애인들과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 그리고 치매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저희 농장에서 함께 어울려 식물을 가꾸면서 치유 받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사는 우리, 포용적 복지실현을 향한 농업농촌의 한 걸음

박도한 대표는 사회적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도 정부나 기관에서 실제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일반 농가에서 시도해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농업체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일은 아니죠. 그렇다 보니 사회적농업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일반 농가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죠. 다행히 한국농어촌공사의 지원사업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사회적농업에 대해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이 알려져서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햇살농장은 발달장애인들이 농촌생활을 조금 더 잘 체험할 수 있도록 내년에는 1박 2일 체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바람과 햇살이 식물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곳, 바람햇살농장에서는 사람도 함께 성장하고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정리 : 채서진
사진 :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