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알려진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은 골목골목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먹거리골목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맛집들이 가득한데, 토종닭을 파는 닭전에서는 어쩐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도 든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았다.
육거리종합시장은 청주의 전통시장 가운데 가장 크다. 전국 5대 전통시장이라고도 하는데, 충청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석교육거리에 위치해 육거리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여섯 개 거리 중 두 거리를 시장이 점유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놓인 철도와 도로로 청주가 수혜를 받으면서 크고 작은 상업활동이 일어났고, 이때 시장이 여럿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육거리시장이다. 최근에는 전통 한옥 형식으로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하나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충청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이름이 붙은 만큼 1,200여 개의 점포가 있어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
다소 이른 시간에 시장에 도착하니 한쪽 골목에만 커다란 트럭이 즐비하다. 전구를 밝게 켜놓았는데, 이곳은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새벽시장이 주로 열리는 도깨비도매시장이라고 한다. 이른 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상품들을 바쁘게 옮기는 모습들을 보니 괜스레 힘이 나는 것 같다. 도깨비도매시장 앞으로는 파라솔과 좌판을 펼쳐놓은 상인들이 많았다. 청주의 시골에서 농사를 직접 지으시는 분들이 새벽에 나와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쩐지 상품이 적은데도 무척 싱싱해보였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는데, 시장 상인들은 햇살처럼 밝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새벽시장을 지나 육거리종합시장 입구에 서니 한옥으로 꾸며진 입간판이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고 있었다. 비 내리는 거리의 풍경과 밝게 전등이 켜진 시장 안의 모습이 어우러져 어쩐지 즐거운 시장 나들이가 될 것 같았다. 시장 안에는 싱싱한 농수산물과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많았고, 고객들과 흥정하는 상인들의 열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편과 함께 20여 년 동안 육거리시장에서 김장사를 하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충청도는 김치 먹듯이 김을 많이 먹어서 유독 김이 맛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좌판에서 과일을 파시는 할머니는 50년 동안 과일만 팔고 있다고 했다. 익숙하게 상품들을 매만지는 손길에서 시장에서 흘려보낸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메인 골목을 지나 시장 깊숙이 들어가면 혼수골목이 나온다. 혼수골목에서는 각종 이불과 한복 등 혼수들을 팔고 있는데, 예전처럼 예비부부가 많이 찾는 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옆가게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익숙한 듯 재봉틀을 돌리는 한복집 아주머니, 켜켜이 쌓아놓은 이불을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지 짐작이 갔다. 혼수골목 한쪽에는 오래된 방앗간도 있었는데, 25년 동안 방앗간을 운영해왔다는 사장님은 “이제 오래된 고객들이 따님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온다”고 말한다.
혼수골목 끝자락에는 닭전이 있다고 했다. 닭고기로 부침개를 만드는 곳인가 했는데, 어쩐지 닭전으로 가는 길목에 약초를 파는 약초상이 많이 보였다. 닭전에 도착하니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닭전은 살아있는 닭을 그 자리에서 잡아주는 가게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토종닭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튼실해서 놀라웠다. 닭전까지 모두 둘러본 뒤 가장 인기 많은 먹거리골목으로 들어섰다. 먹거리골목에는 족발과 만두, 모둠전 맛집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전을 파는 전집들은 항상 전을 포장해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데, 명절이면 제수용 전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한다. “청주에서는 밀전, 두부전, 동태전, 꼬치, 오색전, 녹두전이 기본으로 올라가요.” 설명을 해주시는 전집 아주머니의 인상이 무척 푸근해서, 어쩐지 추석이 더 기다려졌다.
글 : 염세권
사진 : 이정수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