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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가을을 만나다

충남 논산



많은 이가 논산 하면 육군훈련소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다음으로 논산과 연결되는 무언가를 생각해본다면 딸기 정도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논산을 다녀온 뒤로 이 생각은 달라졌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근대문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 풍경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논산에 오길 참 잘했다.”







젓갈 중에 최고 강경대흥시장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을 둘러보는 건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시장에 가면 그 지역 특유의 사투리와 문화, 맛있는 음식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산에 유명한 시장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강경대흥시장이 제일 먼저 나왔다. 강경젓갈시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논산 강경읍에 위치한 강경대흥시장은 19세기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의 3대 내륙시장이었는데 중국에서 실어 나르는 암염을 가공하는 암염 가공 공장으로도 명성이 높았단다. 그러다가 1905년 경부선과 1912년의 군산선, 1914년 호남선의 부설로 인해 쇠퇴했다. 옛 자취는 거의 사라졌지만 1996년 이후부터 대흥리와 중앙리 방향으로 젓갈 점포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장 초입을 지나 강경대흥시장에 들어서니 각 점포마다 여러 가지 젓갈을 내놓고 판매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새우젓부터 이름 모를 젓갈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드러내며 손님들을 반겼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 찾았던지라 비교적 한적하게 시장을 구경했는데, 원래 강경대흥시장은 저렴한 가격에 젓갈을 판매하고 있어 주말이나 축제, 김장철과 같은 성수기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강경젓갈은 대둔산 자락의 토굴에서 10~15℃로 발효시켜, 다른 지역의 젓갈보다 영양이 많고 맛이 독특하다고. 지금 시장에서는 현대화된 시설로 정갈하게 숙성실을 마련해두고 신선한 젓갈을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맛도 좋고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은 강경젓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해마다 강경젓갈축제가 개최된다고 하니, 논산 여행길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지역 문화를 온전히 느끼기엔 그 지역 축제와 시장의 모습만큼 좋은 볼거리도 없으니 말이다.




1. 젓갈시장으로 유명한 강경대흥시장
2. 신선한 젓갈이 빛깔을 뽐내고 있다

3. 골목 가득 젓갈을 내놓은 점포들




찬란했던 그 시대 속으로 선샤인랜드


육군훈련소가 위치한 논산은 나라의 부름을 받은 청년들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선샤인랜드를 가기 위해 육군훈련소를 지났던 날에도 여러 명의 입소자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선샤인랜드라는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체험과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밀리터리 체험관, 서바이벌 체험장, 1950 스튜디오로 나누어져 있고 별도로 선샤인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다. 선샤인 스튜디오는 2018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 드라마의 제작사였던 화앤담픽쳐스와 방송콘텐츠 제작사인 SBS A&T가 공동 투자하여 조성한 국내 최초의 민관합작 드라마 테마파크다. 선샤인랜드를 찾았던 것도 이 드라마의 이유가 컸기에 선샤인 스튜디오를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안내에 따라 스튜디오로 올라갔다. 큰 규모의 세트장에 들어서니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었던 불란셔 제빵소, 글로리 호텔, 종로거리를 눈앞에서 보니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듯했다. 그 시대의 복장을 빌려 입고 장소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거기에 세트장 안내소의 직원들까지 시대의 복장을 입고 있으니 몰입도가 더했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선샤인 스튜디오는 입소문을 타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방영 예정인 몇 편의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되어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미스터 션샤인>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선샤인 스튜디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 40선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도 얻었다. 고유의 건축미, 스토리텔링, 자체 특유의 프로그램 등 한국만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국제회의 등의 특별한 행사에 적합한 지역의 이색 명소를 의미하는 유니크 베뉴. 여기에 이름을 올렸으니 한국을 그리고 논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승승장구하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4. 과거 종로의 거리를 실감나게 재현했다
5. 드라마의 주요배경이었던 불란셔 제빵소

6. 거리를 걷다 보면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7.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레트로 감성이 가득하다




잔잔하게, 여유롭게 탑정호


논산 여행에서 자연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논산에는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8경이 있는데, 탑정호도 그중 하나다.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넓은 호수로, 원래는 논산저수지로 불렸다. 지금의 탑정(塔亭)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태조 왕건은 후삼국시대에 이곳에 어린사를 건축하며 불교의 상징인 석탑도 함께 세웠다. 특이하게도 그때 세운 탑이 정자 모양을 하고 있어 탑정이라 했고, 이 탑정이 있던 곳을 탑정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탑정호는 규모가 큰 만큼 어디에서 풍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인데 그 안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탑정호의 풍경은 장관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아쉽게도 일정이 빠듯해 기가 막히다는 저녁노을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넉넉한 일정으로 논산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춥지 않은 날씨 덕분인지 가을 산책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탑정호 수변생태공원 안에 조성된 나무데크를 따라 흩날리는 갈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탑정호 소풍길이라 불리는 둘레길은 따뜻한 계절에는 트래킹을 하러 먼 곳에서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마 한창 공사 중인 탑정호 출렁다리까지 완공이 되고 나면 더 많은 사람이 탑정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논산 농어민들에게는 걱정 없이 일 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젖줄이 되어주고, 잔잔하게 일렁이며 관광객들을 품는 탑정호. 지금처럼 논산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사람들을 반겨주길 바라본다.




8.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탑정호

9. 수변생태공원은 가을 갈대밭이 아름답다










글 : 최하나
사진 : 이정수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