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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토박이 박인식 부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거창전통시장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가진 KRC 직원을 찾아 헤매다 ‘거창 토박이 있잖아요~ 박인식 부장님~’이라는 동료 직원의 말에 바로 사무실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이렇게 거창전통시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을 여러분에게 떠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기다렸던 건… 어머니가 아니었다

언제 오시나?”

어머니가 설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사러 거창장에 가신 날, 나는 어머니가 오실 즈음이면 버스정류장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설날이 되면 친척들과 두런두런 앉아 한과를 만들어 먹었다. 어머니는 식재료를 사러 거창장에 가곤 하셨고,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로 차례상을 차리고 친척들과 나눠 먹었다.

어느 설날도 어머니는 어김없이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일찌감치 장을 보러 가셨고, 그날 난 동구 밖 버스 정류장 근처까지 달려가 어머니를 기다렸다. 옛 시골은 말해 무엇하랴. 버스가 뜨문뜨문 있던 터라 하나가 지나가면 다음은 한참을 지나야 하는 우리 어릴 적 이야기이니 지금은 상상이라도 하겠나.

“어? 이번 버스에 어머니가 안 내리셨네. 다음 버스는 1시간이나 지나야 도착할 텐데…. 어쩌지?”

어머니를 마중 나간 그 날, 어머니 마중을 핑계 삼아 어린 내가 손꼽아 기다린 건 바로 어머니가 사 오실 ‘설빔’이었다. 손과 귀가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추운날임에도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소설 속 여우가 어린왕자를 기다리듯 난 설빔을 애타게 기다린 거다.

이제나 오실까 저제나 오실까 하며 버스가 도착하기를 바랐다. 버스가 올 때마다 목을 쑤욱 빼서 어머니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으면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다음 버스는 1시간이나 지나야 도착하는데’ 하며 발만 동동 굴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 신발, ‘말표신발’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그러니까 나이키, 프로스펙스 같은 브랜드 신발이 나오던 시절, 그때 나와 늘 함께한 신발이 있었다. 바로 말.표.신.발. 어머니는 항상 거창시장의 말표상회에서 말표신발을 사주셨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내 신발에는 늘 말이 존재했다.

여느 친구들처럼 멋진 상표가 그려진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등의 신발이 정말 신고 싶어 못내 섭섭했던 옛 기억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어머니도 그런 내 맘을 알고 계셨던 걸까. 거창에서 유명해 지금도 우수한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있는 거창대성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어머니가 고등학교 입학을 축하한다며 거창시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거창시장의 말표상회가 아닌, 거창시장 옆 랜드로버 매장이었다. 이게 생시인가 꿈인가 싶을 만치 깜짝 놀라기도 했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그 신발을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신었던 것 같다.







시장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먹거리, 이거 안 먹으면 섭섭하지!

어른이 된 지금도 난 여전히 거창시장을 찾는다. 거창시장은 사과, 딸기, 오미자, 애도니, 애우가 유명한 건 말해 무엇하랴. 거창시장에서는 마스코트 ‘오홍이’와 ‘5홍’ 상품을 만날 수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느끼는 시장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다. 거창 토박이인 내가 거창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꼭 들러봤으면 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는 음식점을 추천한다면!

먼저, 단골식당이다. 내가 단골이라 단골식당이 아니라 이름이 단골식당이다. 얼큰한 국밥을 단돈 6천 원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면 차가웠던 몸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소주 한잔 당길 때의 안주로는 이곳의 족발과 피순대가 제격이다. 밥이 먹고 싶을 때는 거창묵집으로 가보시라. 비빔밥과 메밀묵을 4,000원에 먹을 수 있다. 커피값도 안 되는 가격에 깔끔한 차림새의 음식을 만날 거다. 시장에서 수제비도 빼놓을 수 없다. 영민분식에는 시장표 수제비가 있다. 그것도 3,500원에 말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양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푸짐하게 차려진 수제비를 먹다 간장을 넣어 먹으면 또 다른 ‘꿀맛’을 즐길 수 있다. 거창시장에 방문하시면 추천한 음식을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한 입 먹고 나면 거창시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다.



글 : 자산재무처 박인식 자산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