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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춘천지사 최재문 차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화천시장에서는 매월 3일과 8일에 5일장이 열리는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처 북으로 올라가지 못한 피란민들이 모여서 장을 연 것이 유래다. 이번엔 홍천춘천지사 최재문 차장의 화천시장에서의 추억을 여러분에게 한 스푼 떠 드려본다.



어머니와 함께 가던 화천시장



화천군 풍산리. 원래 고향이 춘천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무렵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 근무지를 따라 화천군 풍산리로 이사를 했다. 아직 어릴 때라 많은 것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말이면 꼭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버스를 타고 화천군 시내로 나오곤 했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왜인지 모르지만, 어릴 적 나에게 버스 타기는 크나큰 과업과도 같았더랬다. 북적대는 사람들이며, 가득 짊어진 보따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한 늬~우스’와 같은 올드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나는 버스를 타면 꼭 멀미를 해서 고생을 했다. 어린 시절 버스를 타고 풍산리에서 화천군 시내로 나오는 건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 손을 꼭 붙잡고 시내로 따라 나섰던 건, 바로 화천시장에서 먹을 수 있었던 맛난 음식들 때문이었다.


“엄마, 이거 사주세요!”

어머니는 우리들과 함께 화천시장을 둘러보면서 순대와 호떡, 뻥튀기 같은 주전부리를 사주시곤 했다. 난 뜨거운 호떡에 입천장이 까지는 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고,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던 여동생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먹을 것을 야무지게 쥐고 있었다.







시장에서 맛본 총떡의 추억

“총떡이다!”

화천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바로 총떡이다. 요새는 메밀전병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음식인데, 메밀반죽을 얇게 부쳐서 그 속에 당면과 두부, 다진 김치와 돼지고기 등을 넣어 익힌 것이다. 왜 총떡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장 초입 가판의 할머니는 항상 그 자리에서 총떡을 부치고 계셨다.


“치이익-”

총떡 부치는 소리만 들리면 나는 입에 침이 고였다. 어린 아이가 먹기에는 제법 매운 음식이었는데, 그 시절 나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명절이면 총떡을 사먹곤 한다. 물론 어릴 적 그 맛은 아니지만 행복했던 유년 시절이 떠올라 참 기분이 좋다.







모자사생대회와 짜장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연례행사 중 하나는 모자사생대회였다. 1년에 한번 어머니와 함께 참여해 풍경을 그리는 대회였는데 보통은 화천군 충렬탑에서 개최되곤 했다. 나는 이 모자사생대회가 열리는 것을 무척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내가 결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대회가 끝나면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화천 시내로 향하곤 하셨는데, 보통은 대회에 참여했던 내 친구들과 어머니 몇몇 분이 함께했다. 화천시장 바로 옆에 있던 짜장면 가게.


“짜장면하고 탕수육 주세요~!”

그 날만큼은 나와 친구들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떠들던 기억, 그리고 자식 키우는 어머니들의 공감 어린 이야기와 웃음소리. 그렇게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던 짜장면 가게는 내 마음 한편에 아직도 신장개업 딱지를 붙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글 : 홍천춘천지사 최재문 차장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