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바로가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다음블로그 바로가기     


횡성 토마토 농장
유 농부의 귀농일기



누군가에게 귀농은 편안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도 있지만, 누군가는 뿌린 만큼 거두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한다. 환갑의 나이에 아직도 농사일을 연구하고 있는 유화신 씨의 이야기다. 36년 장기 근속한 튼튼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그는 횡성이라는 생소한 땅에 작물을 재배하며 매번 새롭게 도전하고, 또 성취한다.





36년 동안 몸 담아 온 회사를 벗어나


유화신 씨는 5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튼튼한 회사에서 36년 동안 근무했지만, 정년을 6년 앞둔 상황이었다. 노후에도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찾던 그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저는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과 혁신 활동을 담당했어요. 그래서 제 자신이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한 자리에서 36년 동안 일해온 저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이제 진취적으로 무언가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귀농을 생각했다. 그리고 3년간의 고민을 거쳐 귀농을 결심하고 농촌의 환경과 작물에 대해 꾸준히 공부했다. 그 결과 해발 700m 내외에서 농지를 얻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전라도, 경상북도, 강원도를 집중적으로 돌아다니며 땅을 찾아다녔다. 농사를 지을 땅만 찾아다닌 게 2년이다. 그렇게 횡성군 둔내읍을 만나게 됐다. 둔내읍은 약 해발 650m로 그가 생각한 조건과 일치했고, 땅도 평평해 농사를 짓기 적합했다. 그는 일평생 일하며 모은 돈으로 약 5,000평의 땅을 매입했다. 진취적이고 대담한 결정이었다.

“처음엔 아내가 반대를 많이 했어요. 나 혼자 도전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귀농을 생각할 때는 가족을 먼저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귀농 첫 해에 그는 40가지가 넘는 품종을 재배했다. 어떤 것이 이 땅에서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3년차부터는 토마토가 이 땅의 토질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토마토를 집중적으로 재배했고, 재작년부터는 대추와 고추 재배도 시작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만으로 만들어낸 토양의 변화


유화신 씨는 귀농 후 가장 먼저 귀농인의 애로사항을 정리했다. 오랜 회사 생활에서 굳어진 습관이었을까, 그는 애로사항들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제가 마을 반장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 귀농을 오신 분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점을 여쭤보면 제가 정리해두었던 애로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밭을 갈아야 하는데 농기계가 너무 비싸다는 것,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고 모든 일을 직접 하기엔 너무 힘들다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의 농업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지 연구했다. 언어의 장벽이 높았지만 유튜브를 통해 눈으로 보고, 직접 밭에서 하나씩 접목해보았다. 그렇게 4년 동안 연구 끝에 그는 차별화된 농법을 개발했다고 자부한다.

“작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유기질을 분해하여 나온 무기질이 필요합니다. 이는 생물이 성장하고 과육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러나 과거 화학비료가 도입되면서 이 자연의 흐름이 끊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화신 씨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확하고 남은 과육과 잔가지를 그대로 밭에 두어 다음해 농사의 양분이 되도록 했다. A급, B급을 제외한 30%가량의 과육을 그냥 땅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땅의 양분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난 작물들은 농부가 직접 많은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잘 자라 열매를 맺었다. 트랙터 등의 비싼 농기계를 사용할 필요도, 많은 인력을 동원해 작물을 관리를 해줄 필요도 없었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농법을 개발한 것이다. 유화신 씨는 그것이 땅이 변화하면서 작물이 건강해졌기에 일어난 변화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작년 12월 말 영하 30도까지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토마토가 죽지도 않고 싱싱하게 잘 자랐어요. 그걸 보니 무언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바로 토양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땅 속의 미생물이 제 역할을 하니 작물도 맹추위도 견딜 만큼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이죠.”










유기질 비료만을 활용한 건강한 농법으로 일궈낸 귀농 성과


유화신 씨의 농법에는 커다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토양이 점차 좋아졌고, 작물의 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는 작물에 진짜 이로운 것이 뭔지, 우리 땅에 맞는 농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저는 농사를 짓는 건 농부가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부는 단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뿐이죠. 토양이 건강해지니까 농산물의 맛도 좋아졌어요. 이제 잘 판매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그도 처음에는 별다른 판로가 없어 아내와 함께 직접 트럭에 농산물을 싣고 시장으로 나가 판매도 했다. 그러나 농산물이 맛이 있으면 고정 고객이 생기고 입소문이 나기 마련. 현재는 로컬푸드매장에서 ‘달그린농원’이라는 브랜드로 고객을 만나고 있는데, 한 번 그의 농산물을 맛본 고객은 농장으로 전화해 주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 그는 꼭 직접 농장으로 방문해달라고 요청한다. 배달 과정에서 농작물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고, 직접 방문해 농장을 체험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 덕분인지 이제 유화신 씨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의 멘토가 되기도 했다.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역 농업인들의 추천이나 횡성군청에서 소개를 받아 그의 농장을 방문해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강의를 듣고 농장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고, 타 지역에서 40~50명 정도가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와 귀농에 대한 조언을 얻어가기도 한다.

“한 번 버스가 오면 많게는 50명에서 60명 정도가 옵니다.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맛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많은 분들에게 저의 노하우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로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작물이 자라고, 건강한 작물에서 맛있는 과육이 자란다는 당연한 이치를 말입니다.”








체험이 가능한 농장으로, 달그린농원에서 일궈가게 될 유농부의 꿈


유화신 씨가 이러한 농법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까지 약 5,000평의 땅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2,000평 이상으로 확대하여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 농업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할 거라고 자부한다. 처음부터 약 5,000평가량의 땅을 매입한 데는 그 만의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귀농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바쁜 삶에 지친 도시민들이 관광 및 체험활동으로 농장을 방문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사실 처음에는 2만 평 정도를 매입할 계획이었다고.

“토양이 건강해지면 농산물이 맛있어지고, 그 맛있는 농산물이 준비되면 그때 2차 가공식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가공식품의 판매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우리 달그린농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겠죠. 나중에는 귀농을 꿈꾸는 분들이나 현대적인 삶에 지친 도시민들이 우리 농장으로 체험 활동이나 힐링 차원으로 방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준비 중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렇게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귀농을 시작할 때부터 10년차 계획까지 모두 세워두었다는 유화신 씨. 아직 5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은 5년 뒤 달그린농원에 사람들이 가득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 : 염세권
사진·영상 : 고인순, 이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