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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진 장터
수원 남문시장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날, 수원 팔달문에 도착했다.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 안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지만, 각각의 시장이 가진 특색 있는 모습에 힘든 것도 모른 채 셔터를 눌렀다. 경기도에서 가장 큰 시장, 수원 남문시장을 둘러보자.





경기도에서 가장 큰 시장,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9개의 시장

계획도시인 수원에는 우리나라 성곽문화의 백미로 꼽히는 수원화성이 자리하고 있다. 수원화성 남문인 팔달문 주변으로 9개의 시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시장들을 통틀어 수원 남문시장이라 부른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시장이 한 곳에 생겨난 것일까? 철물, 공구를 주로 판매하는 ‘구천동공구시장’, 아트홀, 갤러리, 공연장 등이 있어 시장이라기보다는 문화거리에 가까운 ‘남문로데오시장’, 의류매장과 보석상이 있는 ‘남문패션1번가시장’, 1919년 건립된 한복특화시장인 ‘영동시장’ 등 각각의 시장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루만에 모든 시장을 둘러볼 수 없어, 이 날은 4개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의 따듯한 모습을 담아냈다.







왕이 만든 의류 전문 시장 - 팔달문시장

팔달문에서 발걸음을 옮기니 바로 옆에 팔달문시장의 현판이 보인다. 이름처럼 팔달문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팔달문시장은 화성행궁 축조 당시 정조가 직접 만든 시장으로, 역사상 유일하게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아케이드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 뜨거운 직사광선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았는데, 시장 골목에는 한 평짜리 수선집 사장님이 미싱을 가게 앞에 꺼내놓고 손님들의 옷을 수선하고 있다. 이제 막 셔터를 올린 옷가게 사장님은 점포 앞에 행거를 진열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만 명동양행이라는 옷가게를 50년 동안 했어요.” 자부심 가득한 사장님은 취재진을 보며 멋진 포즈를 취해 주셨다.











순대가 유명한 시장 - 지동시장

팔달문시장을 나와 수원천을 건너니 성곽 위에 ‘지동시장’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현판만으로도 커다란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지동시장은 1970년대 형성된 시장으로 당시부터 순대, 정육, 식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농축산물, 수산물, 건어물 등을 취급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커다란 순대타운만이 돋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수산물 시장처럼 여러 가게들이 순대를 팔고 있었는데, 호남순대, 고향집, 전라도집 등의 상호들이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게에서는 철판 위에 순대와 라면, 쫄면, 당면 등을 푸짐하게 올려서 판매했다. 순대타운을 나와서 보니 주변이 모두 순대, 곱창, 설렁탕 등 축산물 가게로 가득했다. 어쩐지 지동시장의 순대곱창은 자주 생각날 것 같다.

















골목골목 작은 점포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에서 다시 수원천으로 나오면 바로 옆이 미나리광시장이다. 미나리광시장은 원래 노점이 많은 시장이었는데, 수원천 정비로 인해 2008년부터 골목형 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못골시장과 마찬가지로 식재료와 반찬을 판매하는데,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방앗간과 뻥튀기 가게가 숨어 있는 재미있는 시장이다. 골목을 걷다 찾은 뻥튀기 가게는 머리에 두건을 쓴 산적 같은 사장님이 뻥튀기 기계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 앞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갓 나온 뻥튀기를 맛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43년 째 이곳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아저씨는 무엇이 맛있느냐는 질문에 강냉이 뻥튀기를 추천해주었다. 시장을 나가는 길목에 앉은 아주머니는 낡은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더덕과 도라지를 손질하고 있었다. 어쩐지 우리 어릴 적 마룻바닥에 누워 바라보던 어머니의 옆모습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적인 분위기가 멋진 장터 -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끝으로 나오니 바로 못골시장 입구다. 못골시장은 각종 농수축산물과 반찬, 떡, 김, 두부 등 다양한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입구로 들어서니 가게들마다 한국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곳곳에 걸린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케이드 천장에는 한국화도 걸려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주전부리가 가득해 침이 고였다. 떡과 각종 전, 치킨, 냉면, 족발, 찐빵과 전통 한과까지 가득하니 빈손으로 들어와도 두 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원한 식혜 한 잔 마시니, 사람들로 복작복작한 시장 나들이가 어쩐지 더 즐거워졌다.


















글 : 염세권
사진 : 이정수
영상 : 성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