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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사 곽남순 차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충청북도는 보은전통시장과 함께 청주 육거리시장도 유명하다. 이번 달에는 8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을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낸 곽남순 차장의 추억을 한 스푼 떠 드린다.




눈을 뗄 수 없었던 시장풍경

1979년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막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시골의 작은 국민학교에서 청주의 여자중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버스로 통학하는 길에는 커다란 육거리시장이 있었다.


“얘, 남순아 어디에 정신 팔고 있니?”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나는 차창 너머 육거리시장을 멍하니 보다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했다. 시골 촌뜨기였던 나에게 육거리시장은 신기한 물건이 가득한 신도시 같았다.


“엄마 용돈 좀 주세요.”

그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다들 살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우리집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딸린 입도 많은 대가족이라 엄마는 수업료와 버스비만으로도 힘겨워하셨다.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용돈이라는 걸 받아 본 일이 없었다.


“와! 이쁘다~!!”

어쩌다 둘러본 시장에는 맛있는 먹거리, 예쁜 옷, 신기한 잡동사니가 뭐 그리 많았는지.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장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지곤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남순아! 오늘 하교길에 시장 가자!”

친구의 제안으로 우리는 육거리시장 나들이를 계획했다. 토요일처럼 일찍 하교하는 날이면 나는 친구들과 작정하고 육거리시장에 가곤 했다. 어려운 살림에 용돈을 받은 적 없었던 나에게 토요일 하교길에 친구와 함께하는 시장 나들이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날엔 친구들과 작정하고 버스비로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는 날인 것이다.


“만두 하나 주세요!”

버스비를 아낀 돈으로 우리는 군것질을 하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시장구경이 끝나면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고단함이 기다리고 있건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재밌고 즐겁기만 했다.

재빨리 단화를 체육시간에 신는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집까지 8킬로미터의 먼 거리를 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무심천변을 따라 집까지 길게 난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지만, 그 길을 함께한 친구들과 떨었던 시시콜콜했던 수다로 힘든 줄 몰랐다.


“이 꽃 너무 예쁘지 않니?”

육거리시장을 떠올리면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도 항상 밝고 행복했던 나, 함께 걸으며 쉼 없이 수다를 떨었던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 길 따라 피어있는 야생화와 노을 지는 하늘을 수놓은 잠자리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



글 : 청주지사 곽남순 차장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