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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홍지성 씨의

빛 고운 가을 들녘에서



가을햇살과 가을바람이 하얀 구름을 말끔하게 밀어낸 오후. 홍지성 씨는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으로 나섰다. 하늘이 높아지면서 점점 노란 빛깔을 더해가는 가을 들판은 청년농부를 환하게 웃게 만든다. 수확을 할 때까지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그. 농부의 정성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서 풍요로워진다.







[15: 00] #식물가꾸기

작업을 하러 나가기 전 잠시 여유를 부렸다. 마당 한 켠에서 햇빛을 받고 있는 식물들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선선한 가을이 되어서 그런가 내 마음도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15: 30] #예초기_메고 #풀_깎기 #제초

농사는 부지런하면 할 일이 참 많아 보이고, 게으르면 할 일이 한없이 없게 느껴진다. 모내기를 한 이후에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예초기로 논 초입에 있는 풀들을 깎아냈다.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 앞에 난 잡풀은 나에게는 늘 눈엣가시다. 논 안에서 자란 풀이 아니니 큰 영향은 없지만, 그래도 풀은 깎아야 제 맛이다. 깎아도, 깎아도 왜이리 금세 자라는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짙은 풀내가 올라왔다. 예초기를 돌릴 수 없는 풀들은 제초를 해주었다.






[16: 30] #가을색 #고추밭 #배추밭

봄부터 공을 들인 건 벼농사뿐만이 아니었다. 집 근처 작은 텃밭에 심은 고추는 가을색을 입어 붉게 물들었고, 배추도 씨알이 제법 굵어졌다. 텃밭 작물이 궁금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배추는 가끔 벌레도 잡아줘야 한다. 작은 씨앗이 이렇게 열매를 맺게 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탐스럽게 잘 익은 고추를 보면 ‘농사 짓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17: 30] #하루_정리 #내일_계획

일을 마치고 수첩을 펼쳐 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을 해야 하나 계획해 보았다. 농번기처럼 바쁜 날들은 아니지만, 곧 맞이할 수확철을 앞두고 그 전에 내가 미리 해놓아야 할 일은 없는지 하루하루 살펴보게 된다.




[18: 00] #산책 #노을 #평온한_시간

일을 마친 아내가 돌아왔다. 노을을 벗삼아 아내와 산책을 나섰다. 배미마을은 노을이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래서 저녁을 먹기 전 반려견을 데리고 아내와 산책을 자주 나서곤 한다. 오늘은 은은한 노을이 우리 가족을 반겼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빛깔이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긴 기다림이 끝나간다. 모든 기다림의 과정에서 부지런함으로 승부를 보는 일이 농사라 했던가. 매 순간 정성을 다하려고 했던 내 마음, 그 결실이 들녘에 펼쳐져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할 때도 있다. 오늘은 아름다운 노을 덕분에 그런지 뭉클했다.


글 : 홍지성
사진 : 임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