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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과 꾸러미로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다

사회적농장 횡성언니네텃밭



‘언니네텃밭’은 이름부터 왠지 친숙하다. 횡성언니네텃밭의 언니들은 여성 고령자 농업인들이다. 횡성 토박이로 오랫동안 농사를 지었거나 횡성으로 귀농해 농업인이 된 이들이다. 언니들은 소농으로 직접 지은 농작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소득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힘을 모으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나날이 발전하는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횡성으로 나섰다.



제철 꾸러미로 늘려가는 소득, 농사 짓는 재미 두 배! 소비자는 대만족!

횡성읍 추동로에 위치한 횡성언니네텃밭 사무실은 이른 오전부터 언니들로 북적거렸다. 직접 재배한 토종곡식과 토종작물을 꾸러미에 담느라 언니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300평 이내의 텃밭에서 농약을 안 치고 정성 들여 재배한 농작물이기에 언니들은 포장 하나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꾸러미에는 두부와 계란은 기본이고 제철에 나는 각종 채소와 곡식, 과일이 들어간다. 소비자들이 원하면 정성 들여 만든 반찬도 넣어준다. 주로 도시에 사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제철 꾸러미는 횡성언니네텃밭의 주력사업으로, 여성 농민의 경제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횡성언니네텃밭의 이숙자 대표가 제철 꾸러미 사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제철 꾸러미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들과 직거래 하고 있습니다. 언니네텃밭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합니다. 단순히 직거래만 하는 것이 아닌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농촌에 와서 농사 체험도 하고 있는데, 그러한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언니네텃밭은 초국적 농기업의 화학비료, 대형 농기계와 석유를 이용하는 관행 농업이 아닌 소농 중심의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을 원칙으로 한다. 생산자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며, 소비자는 매월 일정한 회비를 내고 건강한 먹거리를 가정에서 받는다. 2009년 4월 횡성언니네텃밭이 21개 가구에 첫 꾸러미 배송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현재는 이러한 공동체가 횡성은 물론 전국에 퍼져 있다. 횡성공동체는 언니네텃밭의 큰언니인 셈이다.

“언니네텃밭 조합원이 되려면 여성 농민이어야 하고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합니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본인 이름으로 통장이 없던 분도 있었어요. 언니네텃밭을 통해 자신의 통장이 생긴 겁니다. 농사짓는 재미도 몇 배는 커지고요 월급처럼 매달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행복하죠. 저는 언니들의 통장에 입금이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횡성언니네텃밭은 월례회의를 통해 어떠한 작물을 심고 기를지 의견을 나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텃밭을 가꾸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중복되지 않게 작물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품종을 한두 가지만 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소득도 높아지지만 언니네텃밭은 소득보다는 환경, 건강, 자연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먹거리를 지향한다. 언니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들이 가져온 작물로 꾸러미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정성 가득한 반찬으로 나누는 사랑, ‘건강한 밥상’ 사회적 농업으로 활성화하는 지역공동체

부엌에서는 또 다른 언니들이 음식을 만드느라 바쁘다. 누군가는 야채를 씻고, 누군가는 마늘을 찧고, 누군가는 식재료를 볶는다. 이숙자 대표가 미리 준비해둔 많은 양의 돼지고기는 어느새 양념이 배어 먹음직스럽다.

횡성언니네텃밭은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언니들은 꾸러미를 싸고 남은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4개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언니네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나눔을 하고 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횡성에도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한 달에 한번씩 반찬을 만들어서 직접 배달을 하고 있어요. 단백질이 많은 음식, 몸에 좋은 유산균 음료 등은 꼭 챙깁니다. 반찬을 받고 행복해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언니들은 ‘언니네밥상’을 통해 공동체의 끈을 놓지 않는다.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고령 여성 농업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언니들은 ‘언니네밥상’을 통해 매주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반찬을 만드는 동안 언니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토종곡물과 토종작물의 소중한 가치

횡성언니네텃밭은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토종씨앗 지키기, 소비자 교류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숙자 대표는 “종자만큼은 농민에게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철 꾸러미는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토종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당연히 먹고 살 수 있는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횡성언니네텃밭에서는 채종포 행사를 할 때 씨를 받아서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심게 해서 꾸러미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한가지 작물을 선택해서 대량으로 농사를 짓고 소득을 올리는 것만 목적으로 하다 보면 많은 작물이 사라져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토종작물이 사라지고 덩달아 농민들의 생산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언니네텃밭 제철 꾸러미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토종작물을 지키는 일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다방면으로 판로가 확대된다면 토종곡물과 토종작물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가능하면 우리 농산물을 많이 애용하고, 특히 토종 농산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 농촌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다

야외 학습장에는 꽃차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한두 명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횡성으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이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밭에 난 메리골드를 직접 따와 씻고 덖는 과정을 배우며 꽃차의 매력에 빠졌다. 메리골드 향에 푹 빠진 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횡성언니네텃밭은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귀농·귀촌인, 다문화여성 등을 위한 활동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원사업으로 마련한 400평의 텃밭에서 농업 교육을 진행하면서 귀농·귀촌인이 소농으로 소득을 내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꽃차 만들기처럼 귀농·귀촌 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전문강사를 통해 전수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귀농·귀촌인이 농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도 활성화 시킨다.

“언니네텃밭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동체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공동체입니다. 고령의 농업인들이 은퇴를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각종 교육 활동을 통해 귀농·귀촌, 다문화여성 등 후배여성농업인들이 합류하며 천천히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생산효율 위주의 농업에서 소농의 설 자리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언니네텃밭.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제철 꾸러미는 물론 농촌을 더욱 활기차고 가치 있게 변화시키는 사업으로 ‘너와 나, 우리의 리그’를 만들어가는 언니들! 이들 덕분에 농촌은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






정리 : 한율
사진 :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