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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

수리시설내한능력 조사와 수리답률



40년 전 KRC는 우리나라 관개 역사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중이었다. 저수지, 양·배수장, 보, 집수암거, 관정 등 전국의 모든 수리시설물이 가뭄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그런 시설물의 도움을 받아 가뭄에도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논의 비율은 얼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농업진흥공사(1970∼1990, 現 한국농어촌공사) 설계부 계획과장이었던 이석우 전 기반조성본부장이 기억하는 그 시절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본다.


100점 만점에 86점?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개개발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다. 잘 정비된 수리시설을 통해 가뭄에도 차질 없이 논에 물이 공급되어야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리시설을 통한 인위적인 관개가 가능해 가뭄 피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논을 수리답이라고 한다.

즉, 전체 논에 대한 수리답이 차지하는 비율 100%는 관개사업으로 도달해야하는 목표 지표인 셈이었다. 1979년 기준 정부가 집계한 수리답률은 무려 86%(총 논 면적: 1,306,789ha, 수리답 면적: 1,121,725ha)에 달했다.




성적표의 모순

그러나 86점짜리 관개사업 성적표의 계산법을 살펴보면 몇 가지 모순이 있었다. 전체 논 면적에 대한 수리답 면적의 비율을 계산해야 하는데, 수리답 면적에 의미 없는 면적이 많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관개시설은 설치되어 있지만 가뭄 시에 피해를 입게 되는 수리불안전답의 면적, 기존의 위치에 다시 관개시설을 설치했을 뿐인데 이중으로 계산한 면적, 관개시설 설치 감소를 반영하지 않은 수리답의 면적까지 포함시킨 과장된 수리답률이었다.



이석우 과장의 수리시설내한능력조사 방법에 관한 강의 장면


‘1980년, 1,300여 명, 10개월’ 조사 착수

1980년 11월부터 1981년 8월까지 10개월에 걸친 조사를 위해 농업진흥공사 기술진을 중심으로 1,300여 명의 기술자들이 전국 각지에 파견됐다. 조사를 총괄하는 본부에서는 우선 기술자들을 미리 교육하고 전국적으로 수집된 조사결과를 종합하고 분석했다. 이석우 과장도 농수산부 이관범 지정과장과 함께 각 도를 순회하며 조사요령과 조사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수리시설내한능력조사


‘자연을 다룬다’는 자부심으로

조사내용은 크게 4가지였다. 첫 번째 조사내용은 수리시설의 실제 관개면적이었다. 계획면적과 준공면적, 준공면적과 실제관개면적, 설치당시의 관개면적과 조사당시의 관개면적 차이를 모두 비교해 오류를 바로 잡았다. 두 번째 조사내용은 가뭄빈도별 수리시설의 내한능력이었다. 강우량, 토양조건, 수리시설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한발빈도(2.5년, 3년, 5년, 7년, 10년)별 수문상의 물 수급상황과 관개면적을 판단했다. 세 번째 조사내용은 10년 만에 찾아오는 가뭄 시의 물 부족지였다. 10년 빈도 가뭄 시의 추정 관개면적을 파악하여 보강개발과 재개발계획을 수립했다. 마지막 조사내용은 상습 가뭄피해지역으로, 신규 용수원에 대한 필요성을 검토하여 신규 용수원 개발계획을 보완했다.



조사결과를 종합 분석하여 수립한 농업용수개발 10개년 계획


성적표의 모순을 바로잡으니, 68점

과거부터 문서에 의거한 변동사항만을 반영해왔기에 중복, 오류가 많았던 통계자료는 이 현지 조사를 통해 크게 수정되었다. 결과적으로 1981년 기준 39,394개의 수리시설물에 대한 수리답의 면적은 893,359ha로 파악되었다. 조사 전에 집계되었던 1,121,725ha보다 31% 감소된 수치였다. 그에 따라 수리답률도 86%에서 68%로 크게 떨어졌지만 통계의 신뢰성은 그 이상으로 올라갔다.


성적이 쑥쑥, 생산량도 쭉쭉

2018년 전체 수리시설물 개소 수는 72,610개로 1981년 조사 직후에 비해 84% 증가한 반면, 수리답의 면적은 696,000ha로 22%로 감소했다. 그에 따라 수리답률은 14% 상승한 82%로 계산된다. 2018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제로 80점이 넘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40년 전 정확한 수리답률을 파악했기에 80-90년대에 관개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이러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점점 더 많은 논에서 용수 걱정 없이 벼 농사를 지을 수 있자 이제는 쌀 생산이 너무 잘 되어 걱정일 정도다.




변화로 맞이한 현재, 앞으로의 미래

오랫동안 쌓인 통계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테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선배, 후배, 동료들과 함심하여 해냈던 과거의 이야기가 후세대에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KRC는 수리시설물 개소수와 면적, 시설제원 정보를 농업생산기발시설 통계연보로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RIMS(농업기반시설 관리시스템)에도 세부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등록되어 있어, 공사 직원 뿐 아니라 국민들도 RAWRIS(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를 통해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정리 : 안혜인(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