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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어촌을 만드는
지역개발사업

경남 거창 빙기실마을



‘2018 제1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 대상 수상, ‘2 019 제6회 행복만들기 콘테스트’ 대통령상 수상, ‘2020 우수마을기업’ 선정 등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위치한 빙기실마을은 숱한 수상이력으로 전국구 유명세를 타고 있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마을 주민 숫자는 겨우 47명, 시골이라면 으레 그렇듯 고령인구가 대부분이지만 빙기실마을에서 뿜어내는 활력과 에너지는 청년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 차례의 실패 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 빙기실마을의 성공담을 만보나자.





지역개발사업 혜택을 누리다

덕유산 자락 첫 마을인 빙기실마을은 지리산과 가야산에 둘러싸여 열대야와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고 자연재해의 피해가 적어 구제역 등의 전염병이 단 한 번도 창궐하지 않은 마을로 대대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왔다. 그러나 자연환경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마을발전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 바로 이즈음 빙기실마을은 정부에서 시행 중인 지역개발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개발사업은 환경과 지역 특성에 맞춰 농어촌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을 높이기 위한 사업으로 주민,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 사업 주체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빙기실마을 주민들의 부푼 기대 속에 농어촌공사는 2007년~2013년에 걸쳐 월성자연학습관, 병곡산림체험관, 캠핑장과 주차장, 계곡 쉼터 등 체험마을 운영을 위한 기반조성을 지원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무기로 관광객과 도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준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민들은 마을사업에 관심이 부족했고 이해도가 낮았으며 당연히 홍보도 안 됐다. 결과는 미미하기 그지없었던 관광객 숫자 그리고 점차 방치되기 시작한 시설물이었다. 결국 빙기실마을은 2015~2016년에 농어촌공사와 경남도청의 준공지구 점검에서 운영부진 마을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하며 3년 동안 꾸준하게 지원했다. 마을주민들의 자신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영진 역량 강화, 체험지도사 등 자격증 취득, 체험프로그램 보완’ 등의 교육을 제공했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마을운영체계를 마련했다. 또 준공 시설물을 보완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마을 협의체의 지휘 아래 전 주민이 소통, 화합하고, 노력해 빙기실마을은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다.






빙기실마을의 성공 요인

박주영 사무장이 외부에서 영입되고 운영위원회는 마을주민들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의욕을 고취시켰다. 한 번의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버린 마을주민들은 결국 마을공동체 상실의 위기 속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운영위원회 운영진들이 2017년 3월, 마을사업 역량강화 교육을 받았고 숙박동과 캠핑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2017년 11월부터는 농어촌공사와 거창군청 마을만들기과(현 행복나눔과)의 지원으로 마을주민 전체가 교육을 받았다. ‘리스타트 체험휴양마을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총 6회차 교육에는 하루에 6시간씩 2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해 서비스, 안전, 환경 분야 교육을 받았고 농촌체험사업을 잘하는 마을을 직접 방문해서 마을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참관하기도 했다.

그렇게 받은 교육은 2018년에 빛을 발했다.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해 십여 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팀을 짜서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송어잡기, 깡통열차 운행 등을 분담해 도시민들의 농촌체험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주민들이 전문체험지도사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했고 방문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을이 몰라보게 깨끗해진 것도 사업을 하면서 얻은 소득이었다. “관광객들이 와서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우리가 버린 것도 아닌데 왜 치우냐”고 버럭하던 주민들은 “우리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운영위원들의 설득에 결국 빗자루를 들고 나섰다. 처음에는 쓰레기만 치웠지만 나중에는 꽃길을 만들었고 도로변 도색작업까지 직접 했다. 마을사업의 성공은 매출로 이어졌다. 400만 원도 채 안 됐던 매출은 2017년도에 7500만 원, 2018년도에는 1억 9천만 원이 넘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사후관리 이전과 비교하여 방문객이 14배나 증가하고 매출도 88배로 증가했다. 정규직 2명을 새롭게 마을주민들은 농산물 판매와 체험진행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을 앞쪽에는 민박과 펜션을 하는 가구도 10집이나 늘어났다.






다른 즐거움, 다른 체험, 우리만의 즐거움을 찾아라

사실 농촌체험은 이제는 어딜 가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콘텐츠다. 박주영 사무장은 빙기실마을의 사업이 높은 매출은 물론, 각종 대회의 큰상을 휩쓴 데에는 ‘빙기실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빙기실마을 방문객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깡통열차다.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진 이 열차를 타고 계곡까지 올라가 발도 담그고 숲을 만끽하는 재미는 오직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것. 여기에 보부상길 트래킹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옛날, 인근에서 제일 큰 장이었던 거창장에서 물건을 구입, 덕유산을 지나 무주군 안성면으로 넘어가던 고갯길을 오가던 보부상들이 걷던 산길에 옛지명과 이야기를 발굴해 해설과 함께 걷는 보부상길로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박주영 사무장은 “보부상 캐릭터 만들기부터 스토리텔링까지 농어촌공사의 관광 사업자 마케팅홍보 지원사업 덕분에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덧붙였다. 빙기실마을은 지금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마을사업을 지속할 인재 유입, 수익구조의 다변화,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산업 그리고 요양원에 갈 필요 없이 주민끼리 서로 돕는 ‘서로도움센터’ 조성사업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저희 마을의 사례를 배워보겠다고 타지에서 많이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빙기실마을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없고 주민 숫자가 많아 단합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못 한다고’ 얘기하세요.”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박주영 사무장은 늘 당부한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단계를 밟아가며 천천히 시작하세요. 그리고 모든 마을이 다 관광업을 할 필요는 없으니 먼저 자기 마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빙기실마을은 참 많이 변했다. 전에는 ‘뭐든지 안 된다, 못한다’고 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외치고 단합된 힘이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하면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변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경남 빙기실마을에서 전체 주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활성화 컨설팅을 지원하며 마을현안을 해결하고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제6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성과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KRC 지역개발센터를 필두로 지역민의 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여 더 많은 빙기실마을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글 : 이경희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