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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마을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문화생태도시 담양






풍족한 물과 비옥한 땅으로 천년이 넘도록 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성장한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고려 시대 북쪽에서 들이닥친 몽골군을 막기 위한 천혜의 요새이자, 조선 시대 가사문학의 보고(寶庫)로서 우리나라 전통문학을 대표하는 지역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산업시스템의 고도화로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지만, 이곳 담양은 자연과 역사, 문화를 모두 담은 ‘문화생태도시’로 거듭나며 다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로 그리는 새로운 천년


이농 현상은 시민의 소득 격차를 넘어 정보·문화예술의 접근과 같은 ‘삶의 질’의 문제로 발전되고 있다. 노동력과 자본이 집중된 도시는 시민을 위한 충분한 복지와 사회적 인프라 사업을 구축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현실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담양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담양군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시도했다. 농경에서만 답을 찾기보다는, 담양군만이 가진 지리적·역사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담양군이 군민과 함께 지혜를 모은 것이다. 이른바 ‘문화생태도시’로의 개편을 통한 통합적 발전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자원과 송강 정철을 비롯한 역사적 인문철학이 융성했던 문화예술 가치를 기반으로, 담양군은 2014년 담양문화예술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시재생 시설과 문화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상생’의 재창조 - 담빛예술창고


나라에서 곡식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했던 1960년대, 담양에도 정부 곡식 창고인 ‘남송창고’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더이상 저장할 곡식이 없어지면서 오랫동안 빈 창고로 방치됐다. 담양군과 담양문화예술재단은 이 창고가 담양의 대표 관광지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관방제림길 중간에 있는 접근성, 그리고 거대한 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 2015년 ‘담빛예술창고’로 개장했다.

담빛예술창고는 총 2개의 건물이 연결된 구조다. 크게 전시장과 체험학습장(카페)으로 구분되는데, 이 두 공간은 건물 내부에서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대한 과거의 모습을 활용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기묘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1층 건물인 전시장은 붉은 벽돌과 높은 천장구조로 보다 쾌적하고 조용하게 미술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2층 건물인 체험학습장의 1층은 카페로 운영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공간이 기도 하다. 금속파이프 대신 792개의 대나무 파이프를 사용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이다. 오직 담빛예술창고에서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매주 화·목요일 2시, 주말·공휴일 3시에 각각 30분씩 연주한다. 카페 공간에 함께 있어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1. 담빛예술창고에는 국내 유일한 대나무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2. 2000년대 운영을 중단한 해동주조장을 외부는 그대로 남기고 내부 공간만 문화예술의 장으로 리모델링해 2019년 개관한 해동문화예술촌
3. 담빛예술창고의 본관 전시실은 조용하게 미술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옛 동네’의 가치 - 해동문화예술촌


막걸리 공장과 의원, 그리고 작은 교회까지. 담양군청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1960년대부터 해동주조장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던 나름의 ‘작은 도심’이었다. 그러나 막걸리 생산방식의 변화와 소비의 감소로 주조장은 2000년대에 운영을 중단했다. 담양군은 여러 논의 끝에 이곳을 재개발하는 대신 옹기종기 모인 건물들을 그대로 남기고 내부 공간만 문화예술의 장으로 리모델링하여 2019년 ‘해동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시켰다. 매일 출근하던 공장, 아플 때마다 찾던 의원, 주말마다 마음의 안식을 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던 교회 시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당시 이곳의 사회적 위치와 일상, 삶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동문화예술촌의 모토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방문하여 예술을 체험하고 창조하는 마당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주조장이었던 곳은 술도가의 공간적·역사적 성격을 고려한 ‘주조 아카이브관’으로서 지역 역사관이자 공연예술, 예술교육, 체험 등 지역예술인들의 활동 및 지역주민 문화생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일부는 시각예술 전시 전문공간 ‘아레아 갤러리’로 활용되어 월별, 분기별로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주조장의 부속 건물들은 어린이를 위한 예술 공간(소동동), 북카페 등으로 운영된다. 담양읍교회였던 건물은 빛, 예술, 인간, 자연, 쉼이라는 다섯 가지 콘셉트의 ‘오색동’ 공연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의원이었던 건물은 남도 지역 문화를 알리고 담양의 전통 인문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당 ‘추자혜(담양의 삼국시대 시절 명칭)’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미래’의 희망 - 인문학가옥


오랫동안 사용하는 이가 없던 담양군수의 구 관사(官舍)가 이제는 담양군의 인문예술을 대표하고 있다. 6년 전부터 지역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 갤러리로 활용되다, 작년부터 ‘인문학’을 중점으로 한 복합문화건물로 재탄생했다. 2층 주택구조의 각 방은 문학교실로, 거실 등의 넓은 공간은 토크라운지와 인문학 책방으로 운영된다. 군민은 물론 외부 방문객도 언제든 방문하여 독서를 즐기거나 인문학강의 상시교육프로그램, 토론회도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네트워크 거점 프로젝트에서 담양 인문학가옥이 ‘문화지소’로 선정됐다. 앞으로 이곳은 실무 중심의 문화교육사업을 배우는 ‘디벨롭 워크숍’과 지역 문화, 문제를 공유하는 ‘사서고생’, 담양 기반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지원하는 ‘작당모의’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민의 여가 공간, 문화예술교육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옛 주조장과 양곡창고, 관사 등 시대 변화의 산물을 통한 문화재생사업은 대나무와 농촌으로 함축되었던 담양군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담양군은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낙후된 구도심을 창작공방거리와 거리미술관으로 조성하는 등 도시 전체를 문화예술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도시 전체를 문화예술산업과 융합하여 재생하는, 색다른 청사진을 그리는 담양군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4.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열린 2019 도시리듬과 예술적행동 展
5. 담양군수의 구 관사(官舍)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건물 ‘인문학가옥’으로 재탄생했다
6. 남도 지역 문화를 알리고 담양의 전통 인문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당 ‘추자혜’는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글 : 김부국
사진 : 담양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