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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본부 고선혜 차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제주도 동문시장에서 버스 타고 10여 분 거리에 보성시장이 있다. 지금은 제주식 순대와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곳으로, 작은 시장임에도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될 만큼 한 번 들러볼 만한 시장이다. 이번 달에는 제주도 보성시장에 얽힌 고선혜 차장의 추억을 한 스푼 떠 드린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었던 엄마의 손을 잡고 가던 곳, 시장

“선혜야 시장가자~”

우리 엄마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갈 때면 나를 꼭 데리고 나가셨다. 나를 혼자 두고 나가기 걱정스러우셔서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어머니와 시장을 가는 날이 좋았다.


“좀 보고 가세요~”

시장에서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나는 엄마 손에 붙들려 이런저런 찬거리를 신기하게 구경하곤 했다. 고등어자반과 나물거리 등 찬거리를 사고나면 엄마 손에는 까만 봉다리가 잔뜩이었는데, 그래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다 샀다. 이제 집에 가자!”

좌판 행상에 내놓은 예쁜 구두며 인형, 머리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잡아끌던 가난한 시절의 우리 엄마. 당시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다. 싱싱하고 예쁜 과일은 비싸서 못 사고, 떨이로 남은 과일마저 깎아달라고 실랑이 벌이던 날들. 그렇게라도 가끔씩 맛보던 사과며 딸기, 수박은 참 맛있더랬다.

그렇게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하늘은 노을빛으로 빨갛게 물들었고, 방앗간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와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리운 시장 인심

있을 건 다 있던 조그마한 동네 시장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더 크고 신기한 장소였던 것 같다. 어느덧 대형마트가 많이 들어섰고, 나도 이사를 하게 되면서 더 이상 보성시장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그 조그마한 시장은 남아있지만,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가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옛이야기, 옛날 풍광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자반고등어나 콩나물 같은 걸 조금 사면서도 깎아달라고 흥정하던 엄마와,


“어이구 예쁘다~! 몇 살이니~?”

엄마 손을 붙들고 있는 어린 나를 보며 예쁘다며 덤을 더 얹어주던 단골 가게 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심이 문득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글 : 제주지역본부 고선혜 차장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