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시장을 꼽으라면 이곳만한 곳이 또 있을까. 수려한 자연환경 덕분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제주에는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동문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북적북적 사람 많고, 사고파는 물건 많고, 제주의 생명력이 팔딱팔딱 거리는 곳. 동문시장에서 제주를 느껴보자!
동문시장은 시장 초입부터 분주함이 넘쳤다.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여행객들과 제주 현지인들이 시장을 메우고 있다. 여행객들이 발길이 멈추지 않는 이상 동문시장은 365일 내내 분주함을 잃을 일이 없다. 명실상부 제주의 상업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문시장은 제주에서 규모도 가장 크다. 제철 수산물부터 각종 농축산물과 특산물, 빛깔 좋은 과일부터 별미 주전부리까지 제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품목에 따라 수산시장, 재래시장, 공설시장, 포목시장으로 나뉘는데, 골목과 골목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길이 미로 같아 초행길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크고 작은 출입구만 열 개가 넘는다.
사시사철 제철 생선과 해산물이 입하 되는 수산시장은 단연 동문시장의 꽃이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손님과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수산시장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옥돔, 뿔소라 등 육지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각종 수산물이 즐비하니, 하나하나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특히 제주산 은갈치는 최고 인기 상품이다. 그물로 잡는 먹갈치와는 달리 어선에서 낚시로 잡는 제주산 은갈치는 잡히는 과정에서 상처를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특유의 은빛을 찬란하게도 뽐낸다. 한상인은 “동문시장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나의 자부심”이라며 엄지를 세운다.
동문시장에는 수산물만 가득한 게 아니다. 제주 흑돼지나 백돼지 등 품질 좋은 축산물은 물론이고 각종 야채와 특산물, 반찬과 젓갈 등이 수산물 못지않게 눈길을 끈다. 제주 흑돼지와 환상 짝꿍을 이루는 멜젓, 말린 옥돔과 참돔, 제주 고사리 등 동문시장의 인기 품목은 다양하기만 하다. 의류부터 신발, 갖가지 생활용품까지 동문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동문시장에서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귤이다. 온통 주황 빛깔로 물든 듯한 과일가게 골목은 동문시장의 진풍경이다. 육지에서는 귤을 겨울 과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동문시장에서는 사시사철 귤이 넘쳐난다. 게다가 비가림, 노지, 타이벡, 하우스,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먹어 보라며 즉석에서 껍질을 벗겨 내주는 과육 하나를 입안에 넣는 순간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제주 귤 맛! 과일가게 골목은 단내가 가득하다.
동문시장의 활기를 더하는 것은 먹거리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오메기떡, 빙떡, 한라봉·감귤 주스, 우도땅콩 아이스크림, 올레 꿀빵 말고도 동문시장에는 그야말로 먹거리 천지다. 그래서 맛집 찾기는 동문시장의 즐거움 중 하나다. 동문시장의 먹거리가 탐나는 이유는 한치, 딱새우, 오징어, 전복, 돼지고기 등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잡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유독 더 맛있는 기분이 드는 시장 치킨, 쫀득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순대, 따끈따끈한 호떡 등 육지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먹거리조차도 동문시장에선 새롭게 느껴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동문시장과 딱 어울리는 말이다.
동문시장은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쯤 들르게 되는 제주 여행의 ‘시작’ 또는 ‘마지막’ 코스다. 제주공항에 면세점이 있다면 제주에는 동문시장이 있다. 면세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동문시장에는 즐비하다. 어디 그뿐인가. 상인들과 밀고 당기는 흥정 속에서 듣게 되는 이채롭고 구성진 제주 방언, 투박한 말투에 담긴 따스한 사람 냄새, 활어처럼 활기 넘치는 모습, 그리고 넉넉한 인심 속에서 사람들은 제주에서의 기분 좋은 추억을 한아름 얻어간다.
글 : 한율
사진 : 임근재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