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유난히 아름다운 제주의 봄. 지난 4월 20일부터 사흘간, 농식품부가 주관하고 농어촌공사가 시행하는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제주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은 제주의 멋이 녹아 있는 방림원, 체험활동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유수암의 농촌휴양체험마을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4월 23일 오전 9시,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 주차장 앞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제주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유학생들로 설렘이 가득한 이들의 얼굴에 봄을 닮은 웃음꽃이 만개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오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유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꼼꼼하게 바른 후 버스에 올랐다.
38개국 119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참가하는 이번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소규모 인원으로 움직이기 위해 유학생들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4일간의 일정으로 프로그램이 계획됐으며, 오늘은 그 마지막 날로 37명의 유학생이 함께했다.
“유학생들 대부분은 기숙사나 학교 근교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유학생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까지 배우고 싶어하죠. 그 때문에 유명 관광지보다는 지역의 특화된 문화체험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유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유학생들의 인솔을 담당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본부 김소라 주무관의 얘기다.
외국인 학생들이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방림원. 우리나라 자생종은 물론 외국의 들꽃까지 포함해 수많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있어 수목원, 식물원, 정원 등 그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울리는 곳이다. 방림원의 방한숙 원장은 35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야생화 3천여 종을 모아 제주도에 옮겨 심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야생화를 한곳에 피워내기가 쉽지 않았으나 오랜 시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아름다운 야생화 박물관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방림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전해들은 유학생들은 “대단하다”, “기대된다”며 엄지를 세웠다.
고사리와 계절별 야생화가 전시된 제1전시장을 시작으로 기분 좋은 산책이 시작되었다. 제주 천연 화산송이 동굴인 방림굴, 제주 화산석을 조각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괸당마을, 석부작(石附作)과 분경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석부작 길과 분경테마관, 제주 곶자왈을 형상화하여 다양한 열대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제3전시관 등 방림원에 식재된 모든 식물은 마치 하나의 작품 같았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작은 식물이 한글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유학생들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았다. 유학생들은 초록 식물을 배경으로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방림원에서의 추억을 남겼다.
스리랑카 학생 샤시니 씨는 “스리랑카도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이지만, 제주는 제주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돼 답답했는데,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스리랑카에 있는 친구들에게 오늘 찍은 사진을 보내고 제주에 대한 자랑을 많이 할 거예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림원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애월읍 유수암리. 이곳은 해발 250m 남짓 높이에 위치한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로, 사시사철 용천수가 흐르는 유수암천과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팽나무 군락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 농촌휴양체험마을을 운영한다. 감귤·감자·고구마 캐기 등의 농사 체험, 천연염색·천연비누·손수건 만들기 등의 자연환경 체험, 연필·젓가락·탁상시계 등을 만들 수 있는 친환경 목공 체험 등 이곳에서는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활동이 사시사철 이뤄진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번에 편백나무로 연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유학생들은 기계에 편백나무를 넣어 동그랗게 깎아내기 시작했다. 목공실에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번졌다. 연필 모양이 만들어진 후에는 사포로 나뭇결을 정리해주고 왁스를 이용해 광을 냈다. 레이저를 이용해 연필에 이니셜도 새겼다. 유학생들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연필을 갖게 됐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또 각자가 만든 연필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얘기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수암마을에서는 활쏘기 체험이 진행되었다. 우리 민족은 ‘활의 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양궁의 위상이 높다. 유학생들은 한국 양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양궁장에 도착한 유학생들은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을 위해 양궁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활을 떠난 화살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과녁 정중앙에 꽂히자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유학생들도 차례차례 과녁을 바라보고 서서 자세를 잡았다. 화살이 제대로 나가지 않거나 과녁을 빗겨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재차 연습하자 과녁의 한가운데 있는 정곡을 맞추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다. 양궁을 경험한 유학생들은 “화살이 과녁에 꽂힐 때 통쾌한 느낌이 든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고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등의 다양한 소감을 전했다.
유학생들은 제주의 풍경을 벗삼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유리 씨는 “제주를 아름다운 섬,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곳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농촌마을에서의 체험을 통해 제주는 물론 제주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농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마을 분들의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라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소라 주무관은 “이번 농촌체험 프로그램 참여로 유학생들이 제주를 더욱 이해하게 됐을 뿐 아니라, 제주대학교 유학생으로서의 소속감과 유학생 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게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2016년 시작된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의 아름다움과 멋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다양한 농촌을 경험하며 한국에 대해 보다 깊이 배우고, 알아가며, 느끼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생들이 경험한 오늘의 시간이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글 : 한율
사진 :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