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삶을 일군 도시인이자 스킨케어 전문가였던 이기숙 회장. 우연한 기회에 마유를 접하고 제주로 귀촌한 그녀는 사업가이자 귀촌인으로서 제주에서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백, 제주산 월동무 등 청정 제주에서 자라는 소중한 재료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제주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그녀. 이기숙 회장의 소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로 귀농·귀촌하는 이들의 정착을 돕는 것이다.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성공적으로 일궈나가고 있는 이기숙 회장을 만나러 제주로 향했다.
이기숙 회장이 제주로 귀촌한 건 2013년의 일이다. 어느새 제주살이 8년째. 서울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은 철원에서, 학창 시절은 서울에서 보낸, 제주와는 아무 연고가 없는 도시인이었다. 귀촌·귀농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그녀의 삶에 ‘우연’이 ‘필연’처럼 찾아들었다.
“제주로 오기 전 서울 강남에서 스킨케어 사업을 했습니다. 한국피부미용협의회를 통해 스킨케어 사업을 하는 전국 각지의 숍 원장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주에서 일하시는 원장님 한 분이 마유(馬乳)를 가지고 저희 숍에 오신 적이 있었어요. 제가 직접 마유를 써보니 피부 재생능력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유로 크림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어 사업차 제주를 방문했던 게 귀촌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주의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환경과 대자연의 넉넉함에 이기숙 회장은 마음을 뺏겼다. 복잡한 도시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도시에서와는 다른 제2의 삶을 꿈꾸며 제주에 정착했다.
이기숙 회장은 정통 스킨케어를 표방하는 피부관리 전문업체인 ‘SS(Skin care & SPA) Beauty’를 제주시에 오픈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유크림을 생산·유통하기 시작했다. 마유에 대해 학습하고 연구할수록 제품력에 대한 확신이 섰다.
“예로부터 마유는 상처 치료와 화상에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약으로 쓰였어요. 팔미톨레산과 세라마이드 등 피부 재생능력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데다 사람의 피지와 성분이 비슷해서 흡수가 잘되고 거부감이 거의 없는 천연 화장품 원료입니다. 피부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을 혼합해서 만든 마유크림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보습에 탁월한 동백오일로 만든 훼이셜 오일도 SS Beauty의 대표 제품이다. 동백은 제주를 상징하는 식물. 이기숙 회장은 제주에서 나는 원재료를 이용한 제품 개발에 점차 관심을 확대해 나갔다.
이기숙 회장은 제주산 월동무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 첫 결실은 제주산 친환경 무를 이용해 만든 ‘무정과’다. 무정과는 도라지로 만든 수제조청에 무를 넣어 12시간 조리고 건조하는 작업을 3회 반복해서 만든다. 여기에 제주산 참깨와 콩가루를 묻혀 고소함을 더해준다. 젤리처럼 쫀득쫀득한 식감과 달지 않은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강 간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무정과는 소화는 물론 감기 예방, 비타민C 보충, 다이어트에도 탁월하다. 그녀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제주가온을 공동 운영 중이며 서귀포시 성읍리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식품 산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산 월동무는 겨우내 차가운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숙성된 맛을 자랑하는 제주의 대표적 월동채소입니다. 그러나 최근 과잉생산으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제주산 월동무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무정과로 특허를 출원했고 무엇보다 100% 제주산 원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제품의 강점이죠. 무는 물론 깨와 콩가루, 보리 등이 청정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자랐기 때문에 건강한 먹거리로서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기숙 회장은 제주의 자연을 품은 제주 동부지역이 주산지인 당근과 서부 지역의 비트에도 적용해 정과를 만들 계획이다. 제주의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기숙 회장은 식품 분야 사업에 대해서도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기숙 회장은 중소기업연합회 제주지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제주의 다양한 여성 사업가들을 만났다. 이기숙 회장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사업가 아홉 명이 최근 ‘탐라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제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기숙 회장은 탐라진의 탄생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 솔직히 적응에 힘들었습니다. 섬 사람과 육지 사람은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그에 따른 성품이나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저 또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꼈죠. 육지 사람에 대해 배타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었어요. 그랬더니 제주 분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그분들과 함께 어울려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제주 현지인도 있고 저처럼 귀촌하신 분도 있습니다. 현지인과 외지인이 뭉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제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보람됩니다.”
현재 스킨케어 사업가, 유기농 무 농사를 짓는 농부, 식품 분야 사업가 등 1인 다역을 소화하여 제주 라이프를 그 누구보다 바쁘고 알차게 보내고 있는 이기숙 회장. 그녀는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 중소기업연합회 제주지회 부회장 등을 맡아 제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마치 운명 같아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그러다 제주를 알게 됐고, 귀촌을 해서 살다 보니 점차 귀농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주는 부지런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한가할 겨를이 없기도 해요. 귀촌인으로 사는 현재의 삶이 참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누리는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기숙 회장은 제주도귀농·귀촌센터를 건립해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 지난 7년의 제주살이를 바탕으로 제주로 귀농·귀촌하는 이들의 정착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게 그녀의 바람이다.
제주를 통해 사업가이자 귀촌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이기숙 회장. 그녀는 제주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하고 있다. 이기숙 회장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 한율
사진 : 임근재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