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전통시장이 위치한 경상도에는 대구 서문시장이 있다. 성주지사 강현정 과장의 어린 날의 시장 풍광과 어머니와 함께한 추억 이야기를 들어본다.
엄마가 연필을 들고 노트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 일주일 전이구나! 제사 준비하는 일주일!’ 제사 준비를 할 때면 엄마는 늘 일주일 전부터 시장 볼 목록들을 추리기 바쁘셨다. 엄마는 과일, 건어물, 유과, 생선 등 대부분의 제수음식을 서문시장에 가서 사곤 하셨다.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늘상 가격을 비교해보고 양질의 제사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늘 애쓰셨던 그 정성은 말해 무엇할까.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당신 딸은 절대 맏이 말고 막내한테 시집을 가면 좋겠다고, 명절에도 차례를 지내지 않는 기독교 집안에 시집을 갔으면 좋겠다고 늘상 말씀하셨다. 아마 삼형제 중 맏이인 아버지와 결혼해 지금까지 약 30여 년간 기제사에 명절 제사까지 도맡아 지내야 하는 며느리로 살아오셔서 그런지 딸은 제사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나 보다.
서문시장에 갈 때면 늘 들르던 칼국수집이 있다. 간판도 따로 없고,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로 난 길목에 줄 지어선, 어린 나 혼자서는 찾기 힘든 길가 모퉁이에 자리잡은 칼국수집이다. 메뉴는 칼국수, 칼제비, 수제비, 잔치국수 4가지인데, 모든 메뉴가 3천 원이었다.
엄마와 둘이 가서 6천 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고, 사각사각하고 매콤한 김치와 풋고추의 무한 리필이 가능한 집. 서문시장의 뜨끈한 칼국수에 김치 한 조각을 올리고 아삭한 풋고추 한 입 베어 물면 그 어떤 맛집도 부럽지 않았다. 즉석에서 끓여 낸 뜨끈한 칼국수와 칼제비 두 그릇이면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어도 몸이 훈훈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2016년 6월, 서문시장에는 총 350미터에 달하는 큰 야시장이 생겼다.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불리는 서문시장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총 80개의 매대가 설치되어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해졌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모노레일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연결되어 있어 대구를 방문하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관광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캄캄한 밤을 밝게 비추는 전등과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는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야시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들.
이제 나는 명절이면 4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엄마와 함께 서문시장을 찾게 되었다. 서문시장의 500년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길 바라본다.
글 : 성주지사 강현정 과장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