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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꽃처럼,

생기와 에너지 넘치는 마을로 나아가다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이 피어 ‘신선이 머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전라북도 임실군 운암면 선거리. 뛰어난 풍광과 청정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이곳에는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상처를 치유하고, 꽃과 풀 등의 자연과 다양한 농업 활동으로 상생을 이어나간다. 더불어 사는 삶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인구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되어 뜻을 모으다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은 지역의 독거노인,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여성, 결손가정 및 조손가정 등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시들지 않는 꽃 만들기 교육, 텃밭 운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자들의 치유와 자활을 돕고 있다. 선거마을에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이 들어선 건 고령화로 인해 마을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던 2013년의 일이다. 2006년 선거마을로 귀촌한 박미 대표는 점점 심해지는 농촌의 고령화와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 부재에 따른 아픈 현실을 목도했다.

“2012년에 우리 마을에서 홀로 사시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15일이 넘어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상황을 접하고선 ‘젊은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책과 반성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이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르신들에게 젊은 사람들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미 대표를 위시하여 몇몇 젊은 귀농인들이 마을을 다시 살려보겠다고 나섰다.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적극 지지하며 힘을 모았다. 하지만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어르신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농작물이 너무나 헐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농작물이 제값을 받아 소득 향상을 이뤄내자는 생각에 처음에는 잡곡을 직접 판매하러 다니기도 했고 유기농 뻥튀기 등으로 가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마을기업이 설립되었고, 이후 사회적 농업으로 점차 발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크더군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원예 분야를 적용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006년부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젊은 사람들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예 활동으로 마을에 생긴 활력, 농촌 체험의 전문 강사가 된 마을 어르신들

대학에서 원예치료를 전공한 박미 대표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역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소득원 창출에 나섰다. 프리저브드로 불리는 보존화 제작과 판매가 그것이었다. 박미 대표는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리저브드 플라워 교육을 시도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란 생화에 특수약품 처리를 하여 보존시킨 꽃으로 최장 천 일까지 부드러운 감촉과 색을 간직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한 꽃다발, 보존화엽서, 디퓨저 등의 다양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과 들꽃이 작품이 되고, 또 그것이 수익으로 돌아오니 어르신들이 신기해하셨습니다. 배움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러한 교육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죠.”

이뿐만 아니라 농가와 연계하여 아로니아 따기 체험, 고구마 캐기 체험 등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강사는 일생을 농사에 몸 바쳐 온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맡았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전한다는 사실에 어르신들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배움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러한 교육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죠.”




범죄·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하는 희망

선거웰빙푸드농장은 2018년부터 주민·지역 내 학교, 범죄피해지원센터 및 사회복지법인 등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범죄·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원예 치료 활동 및 프리저브드 플라워 제조 교육을 실시했다. 2013년부터 전주법원 범죄피해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박미 대표는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범죄 피해 대상자에게 진심으로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자신 또한 그들처럼 범죄·폭력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받아본 사람만이 피해자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어렵고 힘들게 일상을 버텨가던 분들이 자격증 과정을 수료해 자격증을 따고 강사로 당당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피해자분들이 제게 ‘사회적 농업이 없었다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길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이 설립되고 난 뒤의 또 다른 변화는 마을 주민들 간의 친밀감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범죄·폭력 피해자들과 마을 주민들 간의 유대감 또한 높아지면서 선거마을은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겁고 행복한 마을로 거듭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민들이 모두 모여 따끈한 밥 한 끼를 함께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늘 웃음꽃이 피었지요. 밥을 먹다 보니 정이 더 돈독해졌어요. 코로나19 이후 추석에는 어르신들이 쓸쓸해하실까봐 함께 음식을 만들어 어르신들 가정으로 보내드렸어요. 범죄·폭력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그렇게라도 어르신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정성을 다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정성이 깃든 음식을 받고 정말 행복해하셨어요.”

지난 명절 에피소드를 전하는 박미 대표의 얼굴이 환해졌다. 박미 대표는 “이러한 행복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농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미소 지었다.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누군가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을 나누거나 마음 아픈 상처를 가진 이를 위로하거나, 혹은 외로운 누군가의 곁에 나란히 서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 선거웰빙푸드 영농조합법인은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정리 : 한율
사진 :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