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바로가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다음블로그 바로가기     


통일한반도의 미래를 만드는

농어촌연구소의 북한농업연구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김혁 박사 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에서는 1993년부터 북한농업연구를 추진해왔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구 분야에 오랜 시간 힘써온 이유는 무엇일까? 탈북 이후 북한 관련 연구 및 자문활동을 이어온 김혁 박사를 만나 북한농업연구에 대해 물었다.





김혁 박사님, 안녕하세요. 한국농어촌공사의 북한농업연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할까 하는데요. 우선 공사에서 북한농업연구를 전담하시는 김혁 박사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농어촌연구원에서 북한의 간척지 개발현황과 실태를 파악 및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LH토지주택연구원 등에서 북한 관련 자문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발표, 주요 기관의 토론 및 KBS 라디오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지 조심스러운데요. 북한에서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청진시는 평양, 함흥에 이어 북한 3대 도시 중 하나죠. 어머니는 제가 4살이었을 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10년 뒤에 식량 위기로 아사하셨습니다. 형은 2001년 여름, 중국에서 북송된 이후 지금까지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던 1998년에 고아원을 퇴소했을 때는 먹을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을 넘나들다가 안전부(경찰)에 체포되어 만 16세의 나이에 1년 8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2000년 7월 출소했을 때는 35kg이 채 되지 않았고, 영양실조로 100걸음 이상 걸을 수도 없었죠.



아, 얘기만 들어도 북한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았음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오네요. 그럼 이곳으로 오게 된 과정은 어떠셨을까요?

수감생활을 하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한국에 오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출소 1년 뒤인 2001년 동행할 사람들을 구해 연길-길림-북경-알랜을 지나 몽골 국경을 넘었습니다. 북두칠성만을 보고 10시간 이상 걸었고, 동행하던 이들 중 몇몇은 공안에 잡히고, 또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몽골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북한농업을 연구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일일 듯합니다. 공사에서의 북한연구, 그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한국농어촌공사는 1993년 농어촌연구원 지역개발연구실 산하 ‘북한연구팀’이 신설되면서 북한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정부의 남북통일정책에 따라 농어촌 관련 사업과 그 대상 영역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어 북한의 농업기반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게 된 것이죠. 2021년 현재는 북한의 농업기반, 농촌개발과 관련된 상당한 수준의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면 공사에서의 북한농업에 관한 연구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네요. 저 또한 공사인으로서 나름의 자긍심을 갖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농어촌공사의 주요 연구분야는 무엇인가요?

북한농업 연구는 공사의 사업 취지와 목적에 맞춰 북한의 농업기반시설 개발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간척지, 관개시설, 저수시설, 용배수체계, 농로, 농업생산기반 개발 등 북한의 농업·농촌개발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북한농업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농업기반시설의 낙후, 농자재 부족, 심각한 토양 산성화, 전력 및 연료 부족, 설비 노후화, 우량종자 부족, 농업기술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가지고 있는 사업역량과 경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공사의 미래사업으로 남북교류 협력 및 통일한반도 미래를 위한 북한지역 농어촌개발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인터뷰 서두에서 공사의 북한농업연구가 정부의 남북통일정책에 따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1993년 이후 오늘까지 이렇다 할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농업연구의 당위성은 무얼까요?

단기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과 북한 주민의 생활개선을, 중장기적으로는 통일한반도의 식량안보와 안정적인 국토 관리의 대비를 위해서입니다. 공사의 북한농업연구는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필요한 농업기반 수요를 공사의 미래사업으로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연구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의 당위성 측면에서 북한지역은 엄연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한반도와 부속도시로 영토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공간이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북한주민 또한 우리의 국민입니다. 따라서 국내의 북한이탈주민도 내국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남북한 사이의 모든 논의도 국가 간 맺는 조약이 아니라 합의(합의서)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박사님, 실제 북한의 농업현실은 어떤가요?

북한의 경작지는 약 191만ha로 남한의 157만ha보다 넓지만, 생산성이 낮아 정곡 기준 남한의 생산수준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북한의 양곡은 곡식뿐만 아니라 서류(감자, 고구마 등)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곡식 생산량은 남한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은 북한의 열악한 농업생산환경과 농업기반시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농업기반시설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낙후한 관개시설, 저수시설 부족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관개시설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자재부족, 설비부족, 전력부족, 토공수로 한계로 용배수처리가 원활하지 않아 가뭄과 폭우에 취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의 논 57만ha 중 완전관개(수리답)는 56%에 불과하고 저수지는 전국 2,000개소(남한 약 17,560개소)에 그쳐 용수공급을 위한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농업기반시설 협력만 이루어져도 엄청난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북한의 논 전체를 완전관개로 전환할 경우 연평균 쌀생산량 182만5천 톤에서 90만 톤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으며, 사회후생효과도 3억 8,000만 달러에 달해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농촌마을(리단위) 개발협력 사업만 하더라도 전국에 3,650여 곳이 있어 공사의 중장기적인 미래사업으로 주목해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공사가 추진해 온 북한농업연구 분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통일 대비 한반도의 식량자급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 남북 상호 보완적 농지 이용, 농업기반협력사업, 북한주민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기반 정비사업, 농어촌개발 관련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축적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위성영상을 활용해 북한의 간석지 개발 현황을 파악 및 분석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농업을 연구하는 다른 기관에는 어떤 기관들이 있을까요?

북한의 농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기관은 농진청, 농촌경제연구원이 있습니다. 농진청은 북한의 농업기술과 종자개량, 종자개발 등을 연구하며, 농촌경제연구원은 북한의 농업정책, 남북농업협력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해당하는 농업성, 농진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농업과학연구원이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와 유사한 일을 하는 5국(물길건설관리국, 관개수리국, 관리국, 건설국, 간석지건설국)과 산하 건설기업소들이 있습니다.



올해로 북한농업을 시작한지 29년이 됩니다. 내년이면 30년이네요. 앞으로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북한연구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향후 연구방향은 현재까지 진행된 기반시설연구 등을 바탕으로 행정 단위 또는 농어촌단위별 개발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북한 연구는 남한보다 큰 규모의 지역 공간연구로 개발 분야와 범위가 넓어 수많은 연구과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연구에서 진척이 저조한 북한의 어촌지역 기반시설이나, 농촌마을 개발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나아가 남북 농어촌 통합개발 계획을 수립하고자 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북한 연구는 단기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농업생산성 증대에 기여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통일미래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국토관리 정책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곧 한국농어촌공사의 미래사업을 확보해 나가는 기반조성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pilogue

한국농어촌공사가 북한농업에 관한 연구를 해온지도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김혁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한국농어촌공사의 어느 곳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더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북한농업연구를 묵묵히 수행해 왔음에 인터뷰하는 내내 어떤 묵직한 감정이 밀려옴을 느꼈다. 어떤 일들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루어지고 있고,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이런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로 이어져 반드시 그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정리 김혜미(홍보실)
사진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