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가 있는 문경에는 1930년대부터 이어져온 문경전통시장이 있다. 특산물인 오미자와 직접 기른 채소나 과일을 파는 할머니들의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문경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문경새재로 유명한 문경은 과거 석탄 개발이 활발했던 1960~1980년대에는 지역 인구가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지역 광산이 잇따라 폐광되면서 인구 수가 크게 감소한 지역이기도 하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인 문경새재가 있는 지역인 만큼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때문에 문경전통시장은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시장처럼 사람이 많고 활발하지는 않지만 1930년대 만들어진 이후로 꾸준히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그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부터 눈에 띈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오미자청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문경의 유명한 먹거리라면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국내 유일하게 문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약돌’을 먹여 키운 한우와 돼지를 말하는데, 면역력도 높여주고 육질도 쫄깃쫄깃하다고 한다. 전국에 고기를 택배 판매한다는 정육점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소고기를 분해하고 있었다. 인상 좋은 정육점 사장님은 이곳에서 30년째 정육점을 운영해왔다고. “우리는 지역 내 농장에서 고기를 들여오고 있어요. 일주일이면 소는 대여섯 마리씩 잡고, 돼지는 수백 마리씩 잡고 있죠.” 약돌고기 맛이 궁금해, 결국 삼겹살을 사들고 나서야 정육점을 나올 수 있었다. 시장에는 문경의 명물인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를 바로 맛볼 수 있도록 3개의 상차림 식당이 마련되어 있다. 1인당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고, 가게들마다 특색 있는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꼭 방문해보자.
시장 내에 유독 눈에 띄는 매대가 있었는데, 바로 지역의 할머니들에게만 허락된 할망장터다. 문경전통시장은 시장 내 가장 목 좋은 곳에 지역 내 할머니들이 직접 키우거나 떼 온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은 매대 위에 갖가지 채소와 과일 등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다. 많은 물건을 지고 오기도 힘들었을 거라, 판매하는 양이 아주 소박하다. 올해 79세가 되었다는 김순자 할머니는 굽은 등을 두드리며 버섯 몇 바구니를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문경으로 시집온 뒤로 계속 농사를 지으셨다는 할머니는 “여기 땅콩, 호랑이콩, 부추, 호박 다 내가 키운 거예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손녀딸처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문경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시장 입구로 나온 뒤 목이 말라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번화가가 아니라서 당연히 다방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레트로 감성의 트렌디한 카페가 등장했다. ‘카페선일’의 사장님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매. 문경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 자란 남매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문경으로 돌아와 카페를 열었다. “아무래도 문경전통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외할머니댁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방문해주고 있고, 처음에는 비싸다고 놀라시던 어르신들도 최근에는 단골이 되었어요.”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것 같았던 문경전통시장 주변으로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페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할망’들과 젊은이들이 함께하는 문경전통시장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졌다.
글 : 염세권
사진 : 이정수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