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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과를 연구하는 행복한 농부

이시욱 대표의 귀농이야기

문경따봉농원


문경으로 귀농을 한지 5년이 된 이시욱 대표. 27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귀농을 한 그는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맛있는 사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땀 흘려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27년의 직장생활, 미리 준비해왔던 귀농

간간히 소나기가 내리던 날, 문경의 한 사과농원을 방문했다. 연락을 받고 나온 귀농인 이시욱 대표는 반갑다며 큰 소리로 웃어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마을회관 앞 정자로 향하는 길에도 그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곤 했다. “27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를 했어요. 1989년에 입사를 해서 2016년 54세의 나이에 명예퇴직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이듬해 2월에 문경으로 오게 됐습니다.”

그가 퇴사 직후 빠르게 문경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던 것은 퇴직 후 노후에 대해 미리 준비한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차가 차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던 그는 앞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직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왔기에 새로운 사업이나 식당을 오픈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귀농을 생각하게 됐어요. 명예퇴직을 4년 앞둔 2012년 농대에 입학해 귀농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됐죠. 그곳에서는 주로 이론적인 것들을 배웠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만나게 된 것이었어요. 저와 나이대도 비슷하고 목적도 같으니 함께 귀농을 준비할 수 있었죠. 시간 날 때마다 논이나 밭을 찾아가서 체험을 하기도 하고, 고구마 밭을 빌려서 우리끼리 고구마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아내와 자식들도 제가 퇴직하고 나면 귀농을 하겠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쉽지만은 않았던 귀농,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라

이시욱 대표는 귀농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귀농을 하면 2가지에 적응을 해야 해요. 농사를 짓는 방법을 익혀야 하고, 또 마을 사람들과의 사회생활에도 적응을 해야 하죠. 저는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걸 먼저 했어요. 읍과 면에는 각각 귀농귀촌연합회 지회가 있어요. 저는 문경읍 마성면 지회를 찾아가서, 제가 아직 젊으니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임원을 시켜달라고 했어요.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이 좋게 보였는지 서기를 시켜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연합회의 일원이 된 이시욱 대표는 지회의 행사나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그렇게 친해진 귀농인들은 이시욱 대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농지를 처음 받으면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요. 그래서 저는 옆에서 과수원을 하시는 분에게도 먼저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그분 일도 도와드리면서 농사하는 법 좀 가르쳐달라고 그랬죠.”

귀농을 할 때 중요한 건 도시에서의 삶을 잊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시욱 대표. “서울에서 살 때 내 직업이 무엇이었고,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1년만 고생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임대한 사과농지, 신의 한 수가 되어 돌아오다

천안 아산에서 사과와 배농사를 크게 하는 친구를 도우며 귀농을 준비했던 이시욱 대표는 과수농사는 규모가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품도 많이 들고 땅도 많이 필요해보였다고. 그래서 표고버섯 같은 것으로 작게 귀농을 할 계획이었다.

“문경으로 처음 왔는데 덜컥 땅을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국농어촌공사를 찾아갔어요. 농지은행을 통해 땅을 좀 빌리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문경에서 빌릴 수 있는 땅이 사과농장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과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문경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40~60대의 젊은 농부들은 기존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농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현재 이시욱 대표가 총무로 있는 ‘맛있는 사과 연구회’도 공판장에 들어가기 위한 크고 예쁜 사과가 아니라, 정말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있는 사과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또 1,000평으로 작게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으니 비싼 농기계를 쓰지 않아도 되어 더 좋은 사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문경으로 처음 왔는데 덜컥 땅을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국농어촌공사를 찾아갔어요. 농지은행을 통해 땅을 좀 빌리고 싶다고 했죠.”



사과 재배 시 가장 중요한 것 ‘타깃’을 먼저 생각하기

이시욱 대표는 사과를 재배할 때 ‘타깃’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먼저 타깃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대규모로 농사를 지을 때는 공판장을 타깃으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값은 많이 받지 못할 수 있어도 양이 많으니까 괜찮은 거죠. 반대로 소비자 직거래를 타깃으로 삼으면 농법이 달라져야 하죠.”

사과는 타깃에 따라 겨울에 가지치기를 할 때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또 수확철을 앞두고 사과 잎을 얼마나 남겨 놓을지도 타깃에 따라 달라진다. 공판장에 들어갈 거라면 색을 내기 위해 잎을 많이 잘라내야 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려면 잎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소비자가 먹는 것은 색과 크기보다 맛있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공판장에 들어가는 것들은 사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잎을 다 잘라요. 햇빛을 많이 받아 빨갛게 색이 나게 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저희는 수확하기 바로 전까지 잎을 자르지 않아요. 그러면 색은 좀 덜 예쁘더라도 더 맛이 좋거든요.”

귀농 이후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거라고. 그는 최근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0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돈 많이 벌고 좋은 옷 입고 다닐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마음이 편하니까 잠이 잘 와요. 이 농장은 제가 짤릴 걱정 없는 평생 직장이거든요.”

27년의 고된 직장생활을 마친 뒤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시욱 대표. 욕심을 버리자 행복이 찾아왔다는 그가 만들어갈 더 맛있는 사과를 기대해본다.










글 : 염세권
사진 : 이정수
영상 :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