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이끄는 농업혁명 이야기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비행기, 드론(Drone). 과거에 드론은 주로 군수산업에서 활용되었다. 1991년 걸프전에서 정찰용으로 등장한 드론은 크기가 작은 지금과는 달리 커다란 날개를 가진 비행기 형태였다. 이후 초연결, 초저지연을 골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드론은 다양한 산업 영역과 결합돼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효율 농업의 실현

드론은 환경 보호나 기상 연구, 공공 안전 등 산업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드론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농업분야에서도 드론은 점차 필수품으로 꼽히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황에서 인력 부족의 해답을 찾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GPS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카메라, 센서, 살포 장치 등이 탑재된 농업용 드론은 농작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작물의 생육 상태를 측정할 수 있으며 파종 및 살포작업까지도 수행한다.

미국의 기술 분석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농약 살포 시 드론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작업 속도가 최대 5배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농업용 드론은 병해충 방제에 주로 이용되었다. 일반적인 유인 항공방제는 광범위한 면적을 높은 고도에서 살포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주변 지역에 피해의 우려가 있지만 논 위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살포하는 드론은 항공방제의 부작용을 줄인다. 방제 작업을 할 때 드론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은 약제를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시킨다.

최근에는 영양제나 미생물 제제등 친환경제제와 비료 살포, 방역, 벼 직파 재배에까지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Big Data), 딥러닝(Deep Learning) 등이 결합된다면 병해충의 발생 여부나 작황의 예측까지 가능하다.



스마트 농업의 중심

최근에는 드론 비행 속도에 따라 농약 분사 속도를 제어하고 하향풍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밀 방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 업체인 중국 DJI는 4개의 농약 분사 노즐을 탑재한 농업용 드론 시리즈를 지난해 출시했다. 방제·살포 작업 시 필요한 펌프를 제어할 수 있는 모듈도 자체 개발해 탑재시켰으며 10분간 비행하면서 0.4~0.6ha 면적에 농약 살포가 가능하다. 미국 업체 드론시드(DroneSeed)는 나무가 자라기 좋은 구역을 분석한 뒤 압축 공기를 이용해 씨앗을 파종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농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지만 산불로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정확한 위치에서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센서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도 개발이 한창이다. GPS 신호는 거리나 위성 배치에 따라 4~6m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항법 센서는 cm 급의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DJI의 고정밀 내비게이션 및 포지셔닝 시스템은 수평 1cm, 수직 2cm 급의 정밀도를 가졌다. 미국 업체 벡터NAV(VectorNAV)는 초소형 관성항법 시스템(INS)과 GPS 결합 노이즈 제거 기술을 적용해 항법 성능을 개선했다. 작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원격 탐사 기술도 드론에 탑재될 수 있도록 점점 소형화되고 있으며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처럼 농업용 드론은 스마트 농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미래 농업을 개척하는 분야로 농업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미국 최대 방위컨설팅업체 틸 그룹(Teal Group)은 드론 시장 규모가 2019년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900억 원)에서 2024년 48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국내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4,550억 원을 투자하고
시장 규모를 오는 2026년까지 4조 1,000억 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국내 시장의 현황과 해결과제

국내 드론 산업의 현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무인기 분야 연구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소가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이 체계종합(System Integrator) 및 비행체 개발을, LIG넥스원과 한화테크윈 등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부체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드론 관련 벤처기업들이 등장해 국내 드론 산업에 힘을 더하고 있으며 새로운 해외 수출길을 개척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수출사례가 지난 2018년 부산시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튀니지 정부 간 수립된 ‘부산형 드론 활용 시스템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튀니지 시디부지드 지역에 온도와 습도, 병충해, 간수적정시기 등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부산형 드론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농업 생산량을 증대하는 것이 목표다. 농업은 AfDB의 5대 중점 사업(High-5s) 중 하나다. 지난해 6월에는 농업용 드론 제조업체 한아에코와이드가 아프리카 DR콩고민주공화국 경제사절단과 드론 1,000대 수출 및 현지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술이전 및 생산 공장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드론 산업은 점차 성장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이나 중국과 같은 신흥 강국에 비하면 3~7년 정도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개발된 드론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미래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 산·학·연·관·군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국내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4,550억 원을 투자하고 시장 규모를 오는 2026년까지 4조 1,000억 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은 우리나라의 드론 기술을 Tier1 등급으로 분류했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일본 등과 함께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7위권의 드론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드론 시장 규모가 2022년까지 연평균 2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개발과 적절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글 :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