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지제도 둘러보기


농업·농촌의 환경 변화는 농지은행을 포함한 농지제도 전반에 지속적인 개선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대표적 농업생산국 프랑스의 농지제도는 어떨까. 역사적 전통을 지닌 특유의 농업 환경에 따라 형성된 농지제도와 공적 관리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농지제도와 농지은행이 가야할 길을 찾아보자.










프랑스를 지탱한 농업의 가치



프랑스 농업의 힘, 농지제도

프랑스의 농지제도는 농업구조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업구조정책은 시장의 자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위해 경제활동자의 행위를 농지의 범주에서 제한하는 모든 법적 장치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인들은 토지를 집단 혹은 공동으로 소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사적 소유가 허용되면서 토지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소유하게 되었다.

프랑스 농림부가 만들어진 1942~1943년, 이 시기에 농지 임대차와 관련한 사항들은 공공질서에 해당하였다. 농지 임대차에 관련한 사항들은 임의 지침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었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받았다. 농지임대차기간은 최소 9년으로 규정하고 임대차료가 관리·통제되었으며 임차인에게는 임차농지의 개선의무가 부과되었다.



프랑스 농지관리기구, SAFER

프랑스의 토지정비 및 농촌시설회사(SAFER)는 1960년 만들어진 ‘농업기본법’을 바탕으로 창립되었다. SAFER는 농촌의 농업직능대표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농촌 자산(농지)의 매매를 담당하는 특수부동산 회사이다. 비영리 목적의 주식회사로서 법이 명시한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선매권을 부여받으며, 이를 통해 농촌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다.

SAFER는 농업계대표, 지방 의회, 국가의 감독에 따라 활동하는 데, 농촌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농지의 재분배와 재정리가 SAFER의 임무다. 농촌토지시장에 대한 관측과 농지 구매 및 관리, 취득한 토지를 공공정책에 부합하는 수요자에게 배분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제시한 신청자가 아니라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적절한 신청자를 법과 농업구조개선의 우선순위에 따라 선정하고 있다. 또한 농지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가격조정 소송을 제기하거나 선매권을 통해 대농으로의 농지 집중을 억제하고 있다.



SAFER의 강력한 힘, 선매권

SAFER가 프랑스의 농지거래과정에 강력히 개입하는 적극적인 농지관리기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한다. 바로 선매권이 있기 때문이다. SAFER의 토지 취득 활동의 대부분은 우호적 거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선매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이 작동하고 있다. SAFER는 농업과 환경보호, 농업경영구조개선 등 공공목적에 필요할 시 선매권을 행사해 토지를 취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토지 및 산림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증인을 통해 SAFER에 통지하도록 법률로 의무화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소유자가 SAFER의 개입 없이 농지를 이웃 농가에 판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SAFER의 선매권 제도는 유럽에서도 프랑스만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농지거래 개입방식인데, 이는 토지에 대한 공공재적인 인식이 강한 프랑스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글 : 편집실
일러스트 : 심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