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으로 희망을 보다

오동영 조합법인 이성수 대표

젊은 나이에 농사에 뜻을 품은 청년 농업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부분은 ‘자금’이다. 농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초기 투자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오동영농조합법인 이성수 대표도 이러한 고민을 하던 청년 농업인이었다. 그러던 중 농지은행의 청년 창업농 제도와 맞춤형 농지 임대지원 사업을 만나 숨통이 트였고 10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농촌사회의 든든한 지원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7년 20~30대 청년농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농들은 초기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영자금 확보’를 꼽았다. 농산물을 키울 수 있는 농지를 마련하는 것조차 젊은 농업인들에게는 높디높은 장벽이다.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은 가업승계농이 아닌 이상 단기간에 대규모 농사를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사업은 이런 고민을 가진 청년 창업농 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농지은행은 영농규모의 적정화, 농지의 효율적 이용, 농업구조개선 및 농지시장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해 농지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사업을 추진해 지금까지 농촌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성수 대표도 농지은행 덕을 톡톡히 봤다. 6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2013년 귀농했을 당시에는 일거리가 많지 않았다. 부모님이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짓기는 했지만 기업 농가도 아닌 데다가 누군가 쉬이 농지를 빌려주지도, 그렇다고 해서 농지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직장생활로 모아놓은 돈은 이미 투자된 후였다. “귀농 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자금이었어요. 농업은 투자금이 많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농지와 기계 등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해요. 그리고 제가 일할 수 있는 농지가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것. 그 두 가지가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6,611㎡(약 2,000평)의 종중 농지를 임대받아 여러 작물을 재배하면서 품목을 정했다. 시작은 단무지용 무 계약 재배였다. 수익은 700만 원 정도였다. “700만 원을 벌어서 1년을 어떻게 살겠어요. 대규모 농업을 위해서는 기계도 많이 필요하고 다음 해를 위한 투자도 이뤄져야 하는데, 제 인건비도 되지 않았죠. 이런 어려움을 해소시켜준 것이 청년 창업농 제도와 농어촌공사의 농지임대였어요.”

한걸음씩 성장하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신규 농업인구 유입 부족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 창업농 육성 정책을 내놨다. 청년 창업농이 귀농해 정착하기까지 겪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이다. 2018년 이 대표는 청년 창업농 1기로 선정됐고, 청년 창업농 지원 정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은행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청년층 맞춤형 농지 임대 지원사업과도 연계돼 있어 농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전에는 임대를 받고 싶어도 시스템 문제로 받을 수 없었어요. 맞춤형 농지 임대 지원사업의 1순위 대상자가 청년 창업농이었죠. 게다가 시행 첫 해이다 보니 농지는 많은데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최대의 양을 받았죠.” 그 뒤로는 일이 술술 풀렸다. 든든한 제도의 지원을 받고 젊은 농업인들에 대한 시선도 점차 바뀌면서 개인 간 임대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지난 2018년 공사에서 임대받은 비축농지 3ha와 개인 수탁거래 0.7ha를 포함한 3.7ha 규모에 농사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짓던 쌀농사를 이어가면서 임대 농지에서는 타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조건에 따라 동계작물로 보리와 밀, 귀리를 심고 6월에 수확한 후에는 콩을 재배했다. 벼농사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긴 하지만 소득 면에서는 벼농사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고 오히려 잘만 한다면 벼농사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현재 수익은 귀농 첫 해보다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이 대표는 규모를 점차 확장하기 위해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농업으로 다양한 곡물을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아 ‘곡물팜토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1차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가공품을 생산하기 위한 큰 그림이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청주시농산물가공센터가 올봄 재가동을 하면 상반기에 시제품을 개발하고 ‘청원생명 축제’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작년부터 시작한 특수미 재배를 다른 곡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구수한 누룽지 향이 나는 쌀과 찹쌀을 생산하고 있는 이 대표는, 올해부터 흑미도 차별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향기 나는 조생종자를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제가 만든 모든 쌀을 향기 나는 쌀로 만들고 싶어요. 먹었을 때 잔향이 남고 밥을 지을 때 구수한 향이 온 집안에 퍼져 밥이 다 됐다는 걸 냄새로 알 수 있도록요.”

해보고 싶었던 작물이 있으면

농지임대를 통해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년 실패한다고 무너지는게 아니잖아요.

아직 젊은 청춘이니까요.

꿈을 꾸는 청년 농업인

20살 때부터 줄곧 농사를 짓고 싶었다는 이 대표는 지금 한 치의 후회도 없다. 진로 고민을 하던 시절에는 농업이 유망직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비인기 직종이라고 집에서도 반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회에 진출해서도 줄곧 농업의 테두리에 있었다. 귀농 전 비료회사에 근무하면서도 농업의 꿈은 여전했다. “다른 직종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나니 제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비료회사에 다니면서도 아버지의 농사를 계속 도와드렸고 농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과감히 퇴사를 선택했던 거예요.”

반대했던 부모님도 지금은 든든한 기둥이다. 부모님이 쌓아 오신 농업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지런히 그 자리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항상 재밌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얻는 성취감도 좋고 누군가는 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어요.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그 힘든 걸 해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직거래를 할 때도 ‘맛있어요. 젊은 분인데 어떻게 농사를 지었어요?’라는 얘기를 들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이 대표는 농업을, 쌀농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계절과 함께 변화하는 작업장의 모습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는 예비 청년 농업인들과 동료 농업인들도 ‘도전’을 통해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해보고 싶었던 작물이 있으면 농지임대를 통해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 년 실패한다고 무너지는 게 아니잖아요. 아직 젊은 청춘이니까요.”





글 : 김혜정
사진 : 봉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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