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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을 말하다

농촌경제연구원 서홍석 연구위원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이전과 다른 시대가 될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농업은 어떨까.
농촌경제연구원 서홍석 연구위원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업은 어떤 변화를 맞을지 물어 보았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입니다. 이런 경제위기가 농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농산물은 꼭 먹어야 하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치재에 비해 소득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폭이 크지 않습니다. 지금도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가격하락이 크지 않고요. 또 외식 수요가 줄어 삼겹살 수요가 높아지고 재난 지원금으로 인해 한우 수요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동력 부분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급 문제 같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농민들의 이동제약 문제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 농번기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노동력 감소 문제도 어떻게 변화할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농촌의 경우 지자체 축제가 잇달아 취소됨에 따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입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현재 국내 농업의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입국가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수출국가와 비교한다면 큰 문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육가공업체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해당 육가공업체와 계약한 축산 농가들이 가축들을 보내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국가의 생산 저하로 인한 수출량 감소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재고량이 많아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항구 봉쇄조치가 내려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서 최악의 상황 그리고 대처방안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나라 농업은 어떤 추세를 보이고 있었나요?

코로나 이전의 우리나라 농업 추세는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축산업의 생산적 부가가치 증가, 재배업 감소,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 증가를 말할 수 있습니다. 곡물은 쌀 집중도가 너무 커서 다른 곡물들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있습니다. 체험농장 혹은 농업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일과 농업 생산 활동을 병행하는 농가를 겸업농가라고 하는데 최근 농업 생산이 아닌 다른 일로 얻는 소득이 더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농업 또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큰 산업입니다. 코로나19가 외국인 근로자 감소가 농업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확실히 줄었다고 봅니다. 당분간은 이 줄어든 인구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요. 다만 빠져나간 인구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불법 체류자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농번기가 지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임금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습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서 생긴 노동 공백은 공무원이나 군인 또는 친인척이 도와주는 방법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농가는 어떤 곳인가요?

화훼농가가 가장 힘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화훼농가는 우리나라의 꽃 소비가 적어서 이미 위축되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로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1,000개였던 화훼농가가 500개로 줄고 250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욱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구매하기도 하고, 판로를 마련해주기도 하는 등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우스 농가도 외국인 근로자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 공백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끊긴 분들이 농촌으로 내려와 일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도 있고 저희 연구원에서도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도시 근로자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마련해놔도 도시 근로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IMF때도 농업 취업자 수가 늘었습니다. 그러다 IMF가 끝나자 다시 줄었습니다. 코로나19도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적인 대안은 될 수 있어도 장기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것이죠. 결국 기계화가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요. 작물마다 다른 기술이 필요하고 기계가 들어가기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합법적인 근로자를 유치하거나 불법 체류자를 합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가는 어떤 부분에서 달라질까요?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달라지는 게 있다면 판로겠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직접적인 전자 상거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식량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는 어떤 대처를 하고 있나요?

해외에 기반을 둬서 기술을 제공하고 그 나라에서 생산한 것을 원할 때 받아오는 사업이나 곡물 다양화 추진, 그리고 곡물 비축을 위한 저장탱크 용량 늘리기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곡물 다양화의 경우 쌀을 밀, 콩, 보리 같은 타 작물로 전환할 경우 전환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밀은 러시아, 콩은 미국에서 대부분 수입하는데 특정 국가로 편중된 부분을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쌀은 양이 너무 많아 오히려 생산을 줄이고 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농업 분야에 새로 생긴 문제는 없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의존 문제나 쌀 이외 곡물 생산 문제는 이미 농업이 해결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던 문제들이었죠. 다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현된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계속 단기적인 방안만 마련하던 상태였지만 이번 코로나19가 그런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나리오별 농업 생산액 변화


* 베이스라인(비교기준 전망치): 『농업전망 2020』(’20.1.22.)에서 사용한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기준으로 농업총량 및 농가경제 전망치 산출치를 설정
* 시나리오 1(국내는 6월 말 이후 안정, 국외 확산 지속), 시나리오 2(국내 및 국외 확산 연간 지속), 시나리오 3(국내및 국외 환산은 지속되나 수출량 증가폭 제한)
*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이후, World Bank, Global Insight, IMF에서 최근 발표한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준용하여시나리오를 설정,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의 육류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교역가격 상승과 외출 자제에 따른 가정내 육류 소비 증가를 가정

글 : 김보섭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