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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만드는 농촌의 미래 먹거리?

‘농(農)튜버’가 뜬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는 무엇일까?
요즘 초등학생을 사로잡은 직업은 바로 ‘유튜버’다. 소위 요즘 애들은 TV는 안 봐도 유튜브는 본다. 10대 뿐 아니라 2030 직장인의 꿈도 유튜버, 은퇴 후 삶을 꿈꾸는 4050 세대의 꿈도 유튜버다. 이러한 흐름은 농촌까지 퍼졌다. 농부 유튜버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 농부가 제작하는 영상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유튜브 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두더지만 등장하는 심심한 영상?
600만 조회 수 대박 영상!





‘두더지가 농작물에 주는 피해와 잡는 방법 땅 파는 장면’. 지난 2018년 말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무려 600만 조회 수를 올렸다. 여느 K-팝 아이돌 부럽지 않다. 재치 있는 편집, 화려한 언변의 진행자는 이 영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빨간 고무 대야에 갇힌 두더지의 모습과 농부의 목소리만 나온다.

이 대박 영상의 주인공은 농부 크리에이터 ‘성호육묘장’ 안성덕 씨다. 안 씨는 채소 모종을 키우는 50년 경력의 농부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그의 촬영장비는 딱 두 가지.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전용 삼각대다. 촬영, 편집, 채널관리까지 모두 안 씨가 직접 한다. 그의 영상은 모두 원테이크.

다소 허술해 보일 수 있는 영상이지만 성호육묘장 채널은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26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영상, 안 씨의 나긋한 목소리, 과장 없는 제목과 썸네일이 인기 요인이다. 매일 다른 영상을 업로드하는 안 씨의 꾸준함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초반에는 농사 방법보다 두더지, 토끼, 시베리안허스키 등 농장에 사는 동물을 찍은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올렸다.안 씨 외에도 꽤 많은 농부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농사 팁 또는 귀농 생활을 공유한다. 이들은 농사와 유튜버의 합성어인 ‘농(農)튜버’라 불린다.




유튜브로 신선한 농산물 직판매





솔바위농원’ 채널을 운영하는 손보달 씨는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 농튜버 대열에 합류했다. 채널 구독자는 12만 명, 가장 있기 있는 ‘고구마 손관리 장마전, 이것만 해도 두 배 수확 가능한 꿀팁’ 영상은 115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손 씨 채널은 농사 외에도 생활 속 꿀팁을 소개하는 게 특징이다. 타버린 냄비를 복구하는 방법이나 마늘종 무침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 소년농부로 유명한 한태웅 군과 합동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농부 입장에서 봤을 때 유튜브의 가장 큰 순기능은 매출 증대다. 복잡했던 유통 채널을 ‘농부-소비자’로 줄여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한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비트와 쌈 채소를 번개 경매하는 장면은 농튜버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다. 명이나물, 케일 등 제철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도 한다. 손 씨는 『농업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시작 후 연간 농산물 판매량이 7,000만 원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창출되는 광고 수입도 농산물 판매 수입에 버금간다.







90년대 생 농튜버가 알려주는 귀농 꿀팁


지난 2018년 충청남도 청양군으로 귀농한 동갑내기 부부 유지현, 박우주 씨는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부인 유 씨의 얼굴이 동그래서 참동TV다. 중년의 농튜버와는 달리 90년대 생이 보여줄 수 있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뽐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로 만 30세인 부부는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와 고추를 재배한다.

특히 농촌 생활에 익숙지 않거나 귀농을 고려 중인 농부 꿈나무들의 눈높이에 맞춘 영상을 많이 제작한다. 시골에 빈집 얻는 법, 시골집 수리 사기꾼 피하는 법, 지자체 지원 혜택 받는 법 등 쏠쏠한 귀농팁을 알려준다. 마을세(마을발전기금), 이장세, 반장세처럼 시골에만 존재하는 세금 아닌 세금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참동TV는 청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귀농인 아이디어 공모사업’에 선정돼 영상 제작 지원을 받고 있다. 유 씨는 ‘청양이 잘 나가야 우리도 잘 나간다-유튜브 영상 제작 홍보 마케팅’ 전략을 제안했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농산물 판매 및 청양군을 홍보하자는 게 유 씨 전략의 주요 골자다.




“농튜버 키우자” 지자체 지원 사업도 활발


농튜버의 활약이 눈에 띄자 각 지자체들도 농튜버 키우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농업인들도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는 6월부터 매주 목요일 총 5회에 걸쳐 강소농업인 30명을 대상으로 유튜브 교육을 진행한다. 영상 콘텐츠 제작, 편집, 농산물 홍보 방법까지 1인 크리에이터가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교육한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과 진안군농업기술센터도 손을 잡고 유튜브 시대에 맞는 농업인 육성에 나섰다. ‘유튜브 동영상 활용 과정’ 강좌를 개설하고 5월부터 7월까지 2개월 간 총 10회 교육을 실시한다. 이정임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과장은 “이 과정이 진안에서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계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 노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