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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의 작은 마을 장호원읍에서는 5일마다 장이 열렸다. 화성수원지사 권기옥 대리에게 장호원읍 5일장은 잊을 수 없는 어린 날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어린시절 나는 시장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버스가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에 살았던 내게 5일에 한 번 열리던 장호원읍 5일장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놀이동산이었다. 시장은 형형색색의 물건들과 맛깔 나는 먹거리가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선 곳이었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엄마 손을 붙잡고 따라다녔다.
그렇다. 내가 시장을 가고 싶어 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당시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짜장면을 사주셨다. 나는 그 짜장면을 먹기 위해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려고 기를 쓰곤 했다.
사람은 둘, 주문한 짜장면은 하나.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그리 철이 없었던 걸까. 엄마는 짜장면을 입에도 대지 못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5일장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었던 건 바로 국화빵이다. 요즘은 붕어빵이 대세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동그란 판에 예쁜 국화 모양으로 찍어내던 국화빵이 최고였다. 맛있는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그냥 밀가루풀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릴 적 나에게는 국화빵이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맛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인다.
장에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면 엄마는 가끔 종이봉투에 통닭을 담아오셨다. 종이봉투에서 풍기는 고소한 통닭 냄새에 금세 기분이 들떠 행복해했더랬다. 지금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국민 간식인 치킨이 나 어릴 적에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기름에 통째로 한 마리 튀겨주던 그 옛날 통닭의 맛과 향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요즘 옛날 통닭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에서는 그때의 그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신도시로 개발된 곳이라 재래시장이 없다. 어린 시절의 장터를 추억하는 내게는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경기도 안성지사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익숙한 시장 상인의 목소리. 이곳은 여전히 5일에 한 번씩 장이 열리고 있었다. 낯선 곳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어릴 적 추억이 가득했던 장터를 목격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점심식사가 끝나면 직원들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는 재미에 빠졌고, 낯선 지사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장은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이젠 5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마트들이 들어서는 세상이다. 하물며 클릭 하나로 집 앞까지 물건이 배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빨라서 좋고 간편해서 좋지만, 아들이 내가 어릴 때 느꼈던 시장 나름의 정겨운 정취를 더는 느낄 수 없게 되어 뭔가 허전하고 아쉽기만 한 건 왜일까.
글 : 화성수원지사 권기옥 대리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