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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위의 새우 아버지

김승호 대표의 귀어이야기

다솜수산


서울에서 2시간, 강화도 논밭에 우두커니 선 새우양식장. 미생물을 활용한 새우양식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다솜수산 김승호 대표를 만났다. 새우를 만나 인생 2막을 연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손해사정사 30년, 자영업 10년, 새우와 만나 시작된 인생 2막

인천 강화도, 귀어인을 만나기 위해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다솜수산’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을 찾았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들어갔는데 생뚱맞게도 드넓은 논밭이 등장했고,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양식장이 있었다.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남자, 그가 바로 8년째 이곳에서 새우양식을 하고 있는 김승호 대표였다.

“저는 30년 동안 보험사에서 손해사정사를 했어요. 퇴직 이후에는 자영업을 10년 정도 했죠. 그러면서도 인생 2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TV를 통해 육지에서도 새우양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거다 싶었던 그는 수소문 끝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새우양식에 대한 창업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 새우양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한 달간 합숙을 하면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6개월에 걸쳐 직접 사육을 하는 실습 교육도 받았다고. 그리고 그 해 교육이 끝난 직후 창업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던 귀어,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해결하다

망설임 없이 추진한 귀어였지만 순조롭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다보니 막막했다고.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해본 적 없는 일이라 무척 막막했어요. 특히 시설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도 알 수 없었죠. 국립수산과학원의 기술을 그대로 접목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첫 해에는 200평으로 작게 시작을 하고, 거기서 가능성을 보고 난 뒤에 다시 1,000평으로 확장공사를 했어요.”

시설을 갖춘 후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는 일이다 보니 신경쓸 것이 많았다. 특히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교육받은 양식법은 미생물을 활용해 수산물을 키우는 ‘바이오플락’ 양식이었는데, 아직 국내에 자료가 많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바이오플락은 미생물이 새우의 배설물을 섭취하고, 그 미생물이 자라면 새우가 섭취하게 하는 방식으로 양식을 합니다. 덕분에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고 사료도 적게 소모되는 방식이죠. 하지만 양식을 하다 보면 아질산이라는 독소가 발생하는데 이 수치가 너무 높아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번은 아질산 수치가 낮아지지 않아 새우가 전부 폐사할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과학원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 다행히 새우를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노하우가 많이 생겨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김승호 대표가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소통 덕분이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기관에 적극적으로 문의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 그는 주변의 도움들 덕분에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새우양식을 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성실함과 관심

처음 강화도로 귀어를 결심했던 이유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시는 물론 바다와도 가까워 양식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 그가 강화도에 양식장을 차릴 때는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도 잠시 있었다고 한다.

“주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대가 전부 논입니다. 이 논 한가운데에 바닷물을 끌어와서 양식을 한다고 하니, 마을 어르신들이 얼마나 놀랐겠어요. 실수로 짠물이라도 흘러나오면 일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셨겠죠. 그 분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김승호 대표는 귀촌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그리고 또 하나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양식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아직 새끼일 때는 잠 잘 시간 없이 수시로 확인하고 관찰을 해줘야 해요. 무슨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보살펴줘야 하죠. 작은 변화가 어린 새우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그가 주의 깊은 관찰력과 초심을 잃지 않는 성실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양식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아직 새끼일 때는 잠 잘 시간 없이 수시로 확인하고 관찰을 해줘야 해요.”



직접 판매를 위한 새로운 도전, ‘철없는 새우’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이 판로확보다. 양식장 주변의 어르신들도 고추농사나 고구마농사를 짓고 있는데, 판로가 마땅치 않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새우양식도 판로확보가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새우양식은 3월에 물 만들기를 시작해서 가을에 대부분 출하를 합니다. 전국의 새우 양식장이 가을에 새우를 쏟아내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양식장에서 저렴하게 출하하는 새우와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승산이 없겠다 싶어 직접 판매를 선택하게 되었죠.”

그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새우 음식점을 오픈했다. 1년 내내 살아있는 새우를 맛볼 수 있는 가게라는 뜻으로 ‘철없는 새우’라고 이름 붙였다. 양식장에서도 한시 면허를 받아 새우구이를 판매할 수는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새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처음에는 우리 양식장에서 새우를 구입하시던 분들이 찾아오곤 하셨는데,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양식장에서 차를 타고 10분, 식당으로 이동해 새우를 구워주는 김승호 대표의 얼굴에서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바람을 물어보자 그는 대뜸 조카 이야기를 꺼냈다. 일손을 돕던 조카도 양식장을 차렸는데,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고령화된 양식업이나 수산업에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은퇴자들을 교육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교육과 정책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그의 바람이 점차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앞으로 수산업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염세권
사진 : 이승헌
영상 : 박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