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바로가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다음블로그 바로가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길,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이 되기 위해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지금처럼 농촌의 가치가 존중받고 재조명받았던 시기를 찾기 어렵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정의 최일선에 있는 기관으로서 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1년 한 해 동안 <길이되다>를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농촌의 움직임을 전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호에서는 2021년을 마무리하며 농촌 정책과 현장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농어촌 발전의 방향성을 되짚어본다.






정책 전문가 인터뷰


공동체와 개인의 삶의 터전, 성장의 뒷전이 아닌 희망과 기회의 농촌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986년에 공사에 입사하여 기반정비처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조사설계, 대단위사업과 농산업 육성 등 농촌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 현장에서 근무했습니다. 특히 농어촌자원개발원 산업육성팀장으로 근무할 때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제화를 통과시킨 것이 힘들었던 만큼 가장 보람된 성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정이 깊었던 농어촌자원개발원에서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어 뜻깊은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어촌자원개발원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요.

농어촌자원개발원은 삶의 터전으로서 농촌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생활 밀착형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 공동체의 기능 회복을 위한 사회적 농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농촌재능나눔, 농촌형 교통모델, 농촌유학을 통해 농촌지역의 부족한 생활, 교통, 교육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촌이 보유한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농산업 육성과 관광자원 개발, 마케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농어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걸까요?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사회적 성공과 부의 창출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해왔습니다. 금전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사회에 무용한 것으로 치부되어, 그 가치가 평가절하된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삭막한 아파트와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근간이 되는 먹거리, 자연과 고즈넉한 풍경이 주는 정서적 안정과 사람들 사이의 정을 품고 있는 농촌 가치의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꿈을 도전하고, 실현하는 터전으로서의 농촌의 가치 또한 재발견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칫 거대도시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 도시 생활의 대안으로 농촌 특산물,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수만 가지 해법이 숨어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농작물과 흙을 손으로 만지고, 초록의 잎사귀들을 눈으로 담는 과정이 치유이고, 사회에서 소외되는 이웃들을 보듬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정책이 농촌의 가치에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유지에 힘을 실어야 할 이유일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농어촌에 대한 사회 시선 또는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2020년 벽두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세상의 풍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팬데믹이 가져온 소비 부진과 농촌의 부가수익을 가져오던 관광객 감소는 직접적으로 농가 살림살이에 영향을 주었고, 기존의 사업 방식에도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채널의 축이 이동하였고, 안전거리 확보를 전제로 여행객의 활동반경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농가의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어촌자원개발원은 지난 2년간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경영체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통해 홈페이지 개선부터 온택트 마케팅까지 사업방식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우체국쇼핑몰 농촌융복합산업제품 전용관 개설과 네이버 라이브 쇼핑 입점을 지원하였고, 현장체험이 중단된 농가소득 회복지원을 위해 비대면 방식의 농촌체험키트사업도입과 농촌관광 카드할인지원사업, 거리두기 여행 프로그램 개발 보급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어촌, 미래의 농어촌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밀도가 낮아지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결속을 단단히 묶고,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서로를 돌보는 자생적인 복지제도인 사회적 농업이 촘촘히 농촌지역에 뿌리를 내려 농업·농촌이 가진 치유와 포용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날을 그려봅니다.

농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비대면·디지털 서비스의 전환과 함께 사람과 사람 간의 교감은 여전히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입니다. 금년에 처음 시도했던 ‘라이브 커머스’는 현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실시간 소통과 판매를 통해 매출증대 성과는 물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방송 이후에도 스마트스토어 방문, 구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 농촌이 성장의 뒷전이 아닌 희망과 기회를 품은 곳으로, 공동체의 유대와 개개인의 존엄에 기반한 성장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활기가 돌기를 바랍니다.





현장 전문가 인터뷰


휴양과 치유의 공간, 고유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며 성장의 내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교촌농촌체험학교 사무국장 일로 2003년 대구광역시민에서 안계면민이 되었습니다. 2010년까지 7년을 일하면서 체험마을 사무장제도의 모델이 되었으며 2008년 도농교류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안계면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농어촌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걸쳐 재조명됐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농산어촌에 대한 사회 전반에 걸친 무관심이 지금까지의 시대적 현상이라 봅니다. 이 바탕에는 산업사회의 가치인 ‘성장’과 ‘편리함’이 깔려있습니다. 도시는 발전하는 곳! 편리한 곳!, 농촌은 뒤처지는 곳! 불편한 곳! 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올 김용옥, 박진도 교수, 배우 정우성 등 깨어있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 「국민총행복 농산어촌개벽 대행진」 행사를 최근 전국단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코로나19로 농어촌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산업 시대가 남긴 기후 위기, 쓰레기 위기 등 어두운 그림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식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염병 위기까지 겹쳐 현대인의 삶이 비대면 세상 속에 고립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전환의 시대를 앞둔 멈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멈춤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삶의 방식이 움트고 있습니다. 과거 시대 성장과 개발이 도시의 상징이었다면 지속 가능한 사회와 생명의 가치는 농어촌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 중심축이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농어촌의 변화된 모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현재, 농어촌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인구 소멸입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 문화의 소멸입니다. 이러한 내부적 문제와 달리 농어촌이 휴양이나 치유의 공간으로는 점점 확장되어 갈 것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처럼 현실에서 놀이는 사라졌지만 가상 세계 속에서는 존재하듯이 농촌문화도 현실에서 가상 세계로 옮겨 갈 것입니다. 농어촌의 소멸을 변화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결국,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역개발사업을 비롯하여 농촌체험, 사회적 농장지원, 도농교류사업 등 도시와 농어촌 간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현장 전문가로서 필드에서 위의 사업과 관련하여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과거 도농교류사업과 지역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농촌이 어렵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도시적 가치의 적용, 도시의 도움, 도시적 시설을 만드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외형적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농어촌 고유의 문화와 가치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살리지 못한 것은 미완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현장을 떠나 강의를 다니는 저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 출간하신 <그때 그 말>이라는 책에도 이러한 현장에서의 경험이 담겨 있을까요?

교촌마을의 경험이 90쪽 정도 들어 있습니다. 지나가다 바라보는 현장과 지역에서 살면서 겪어야 했던 현장의 차이는 의외로 큽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과 가장 깊은 공부를 했던 기간입니다. 덕분에 정량적 성과 중심에서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고 모든 문제의 씨앗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성찰이 담겨 있으니 일독을 권합니다.



그동안 농어촌의 성장과 개발을 지켜봐오시면서 느낀 점을 듣고 싶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03년 아무 연고가 없는 의성에 들어와서 농촌체험마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로 이어 온 과정에서 저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어 지역개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현재 비상임이사라는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감히 바라는 점이 있다면 ‘농어촌이 살아야 한국농어촌공사도 산다!’입니다. 수많은 방법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들의 마음속에 농어촌을 위한 초심(初心)과 명심(銘心)의 자리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초심과 명심을 마음에 담고 지역에서 마을에서 땀 흘리며 뛰겠습니다.








정리 : 김혜미(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