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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 마른다’, ‘가을비 한 번에 열흘 추수가 늦어진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등 농업과 관계된 속담 대다수는 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물이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과거와 달리 급변하는 기후·환경 및 대내외적 여건에 따라 최근 농업 현장에서도 물관리 방법 및 방향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물관리 전문기관답게 한국농어촌공사(이하 공사)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농업용수 확보다. 최근 급변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가뭄이 증가하는 추세며, 지난해 강원지역에선 봄 가뭄의 여파로 모내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용수 이용량은 152억㎥로 수자원 총 이용량 372억㎥의 41%를 차지한다. 그중 공사가 관리하는 구역의 농업용수는 76억㎥다.
또 농업용수의 주공급원이라 할 수 있는 농업용저수지의 저수량은 31억㎥로, 다목적댐, 하구둑 등 우리나라 전체 수자원시설 총 저수량인 231억㎥의 13%를 차지한다. 농업용수가 전체 용수 이용량의 41%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농업용저수지의 저수량은 13% 정도다. 때문에 가뭄 발생 시 농업분야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저수량 부족으로 농업용수 공급 차질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인접 지역과의 수계연결로 용수 부족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우량의 지역 간 편차가 크기 때문에 한정된 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 중 하나인 수계연결은 용수 확보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농민들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불편을 겪고 있다. 공사는 정례화 또는 심화되는 태풍, 폭우, 가뭄 등의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가뭄 예·경보 및 가뭄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지역 맞춤형 용수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울러 물 절약 필요성에 대한 농민들의 공감을 이끌고 실천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역시 농업용수 사용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리시설은 벼농사 발달과 더불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거주 형태 및 생활패턴, 식문화 등이 시대 흐름에 발맞춰 변화함에 따라 수도작 이외에 밭농업 관개면적 확대 및 용수 공급 체계 마련 등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밭농업 중에서도 특히 노지 작물의 경우 여전히 기반정리가 부족한 상태인데다 폭염과 가뭄 등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취약하기 때문에 시설재배와 달리 환경제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해 노지 작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상 발생빈도 및 강도 증가는 기후 취약산업인 농업에 있어 최대 위협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개면적 대비 농업용수 공급이 취약한 편에 속하고, 밭의 경우 관개면적 비율이 2015년 기준 18.5%에 불과한 만큼 논에 비해 가뭄에 더 취약하다.
또 대부분의 밭농업 농가에선 관정 개발로 용수를 확보하는데, 영농기가 일정 기간에 집중되는 일반적인 영농 형태와 달리 시설 농업의 경우 1년 내내 용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하수 고갈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현행법상 관정 개발을 제한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머지않아 닥칠 지하수 고갈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에 공사는 지하댐 설치사업 및 하수처리장 방류수 재활용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재활용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방류되는 농촌지역 하수처리장 방류수 대부분을 활용하는 용수원 다각화 사업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인 통합물관리를 위해 대통령 소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출범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통합물관리를 위한 물관리일원화 방안으로 「물관리기본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제·개정했으며, ‘수자원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사무 등 대부분의 물관리 사무·권한은 환경부로 이관됐다.
농어촌용수의 경우 물관리기본법에 해당되진 않으나 향후 정립될 통합물관리 체계에 대응해 수리권 보장과 비용부담 여부, 물관리위원회 참여 등이 논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농업용수 관행수리권과 다른 용수의 허가수리권 간 관계정립이 요구되며,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있듯이 수리권 보장과 관련된 농업용수 비용부담 문제 및 절약 필요성 또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만큼 농업용수 인식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용수는 농업 생산에 직접 투입되는 생산요소로서의 가치 외에 사회문화적·환경적 가치도 가지고 있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정주 조건 보장, 농촌다움 형성, 친수공간 제공, 홍수조절 및 온도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때문에 향후 공사는 용수 확보·공급뿐만 아니라 수질 관리, 농업 생산기반시설 관리·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수질 개선사업부터 저수지 내 생태계 보전, 농촌 경관 유지 목적의 생산기반시설 개·보수 등 물관리 전반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계획 수립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 : 장수지 기자 (한국농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