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라이프를 위한
스트리밍 라이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은 CD나 DVD를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다양한 콘텐츠 확보로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내게 필요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스트리밍 라이프’가 삶의 커다란 트렌드가 돼주고 있다. 조금 더 소유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트리밍 라이프’란 무엇일까.






보다 고급스런 욕구를
경험하는 스트리밍

3살 딸 서연 양의 아빠 김진환 씨는 요즘 스트리밍 라이프(Streaming Life)에 푹 빠져 지낸다. 오늘 점심시간에도 휴대폰에 접속해 앞으로 아이가 한 달 동안 가지고 놀 장난감과 어린이 동화책을 새롭게 렌털해 주었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상에서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해서 사용하는 전송방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침대나 어린이용 카시트, 자전거와 같은 다양한 생활 콘텐츠들은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아파트나 자동차, 가구 등과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들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급스런 욕구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몇 억이 넘는 비싼 자동차를 내 돈을 주고 구입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 달에 일정액을 내고 자동차를 렌트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고급차의 가치를 즐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렌털과 다른 소비문화,
스트리밍

물론 지금도 렌털이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빌려서 사용하는 서비스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렌털은 기본적으로 물건에는 욕심이 있지만 지불할 돈이 모자라서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소유하듯 사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는 처음부터 소유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고 싶은 물건이나 음악, 공연 등의 콘텐츠를 빌려서 사용한 뒤 그 기간이 끝나면 미련 없이 되돌려주는 ‘구독 서비스’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김진환 씨가 오늘 서연이를 위해 골라준 장난감은 흔들말이다. 아직 자전거를 타기 전에 집 안에서 안전하게 앞뒤로 움직이는 흔들말을 경험하며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휴대폰 속 장난감 대여 사이트에 접속해 클릭한 흔들말의 한 달 렌털요금은 겨우 19,700원. 장난감 가게에서 흔들말 한 마리를 사는데 5만 원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이뿐 아니라 회원가입한 장난감 사이트에는 3~5살까지 다양한 흔들말이 준비돼 있고 세 발 자전거와 두 발 자전거도 종류별로 마련돼 있다. 서연이가 어린 시절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소비자로 자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콘텐츠의 빠른 소비와 경험
더 중요해진 시대

김진환 씨를 더 만족스럽게 하는 것은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가 단순히 장난감이나 동화책 대여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차나 침대, 그림까지 생활 전반의 다양한 콘텐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침대 역시 침대 헤더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매트리스가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등 기능별로 다양한 제품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대여 비용도 한 달에 3만 원 정도면 충분하고 여기에 4개월에 한 번씩 진드기 케어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제품에 조금이라도 싫증을 느끼면 언제든지 새로운 제품과 교환도 가능하다. 예전에는 부자로 사는 친구들이 집 안 이곳저곳에 비싼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친구들보다 더 고급스러운 다양한 콘텐츠를 더 빠르게 소비하고 경험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은근한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다.



새로운 삶의 트렌드에 관심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고급스런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온라인 기반의 기술 발전과 서비스를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원하는 제품을 빌리거나 구독할 수 있도록 이미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가 갖춰진 까닭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살펴보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사용자들이 보다 지속적으로 구매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패턴을 추적해, 소비성향까지 분석해 내는 빅데이터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야만 특정 물건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운 구독 서비스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살아 있는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고객을 위한 원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판매자가 아닌 고객 관리 중심의 사고를 만들어내야 한다. 구독 서비스를 즐기기 시작한 고객들은 이제 더 이상 판매자들이 던져주는 제품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하는 동안 계속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며 끝까지 판매자의 마음을 저울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술 추천업체인 ‘퍼플 독’과 3개월에 한 번씩 집안 그림을 바꿔주는 ‘오픈 갤러리’ 등은 고객의 마음에 끊어지지 않는 접속을 계속하고 있다.100세 시대의 막이 열린 지금 스트리밍이 가능한 대상과 형태는 계속 자리를 넓혀 나갈 것이다. 당신도 시대의 변화와 장점을 알아챌 수 있는 새로운 삶의 트렌드와 문법을 익혀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 : 이원복(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