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우유테마공간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원유

보령우유 이수호 대표




배합사료가 아닌 90%이상 자가 경작한 유기농목초를 젖소에게 급여해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 등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보령우유. 이수호 대표는 유기농 유제품의 대중화와 경쟁력을 갖춘 체험공간 구축을 통해 2019년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유기농 원유 생산에 첫 발을 떼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은 국내 유기농 원유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낙농 지역이다. 이곳이 국내를 대표하는 유기농 지역이 된 데에는 이수호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1982년, 충남 당진에서 젖소 2마리로 낙농업에 발을 디뎠다. 매일 조사료를 먹이고 손으로 직접 착유를 하면서 내가 만든 우유를 유통하겠다는 원대한 꿈과 달리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다.

“우루과이 협상과 한·미 FTA 협상이 이뤄지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개방한 것이 축산업입니다. 낙농업에 저의 땀과 노력을 다 바쳤는데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유기농 원유. 한·미 FTA가 이뤄지면 고품질의 유제품을 싼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된 그는 유기농 원유에 대해 피나는 공부를 하게 됐고 특히 미국의 유기농 산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1차 산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기농 원유가 살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유기농 원유가 중국의 조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토지에서 생산된 유기농목초와 발효 노하우만 있다면 좋은 유기농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수호 대표는 1992년 18마리의 아기 젖소에게 면역 물질이 함유된 초유를 먹인 젖소와 배합사료가 아닌 건초와 풀 사료를 주식으로 먹인 젖소들의 원유를 사용했다. 그 결과 1997년 유기농 인증, 2012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았으며 2016년에는 6차산업육성사업을 준비하며 유기농 우유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유기농 원유를 생산하다

하지만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투자 끝에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노하우를 갖췄지만 우유를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자 국내 선두를 다투는 유제품 제조 기업을 찾아 다니며 유기농 우유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결국 1년의 설득 끝에 천북면의 3개의 목장과 힘을 모아 유기농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기농 원유 대신 유기농이 아닌 일반 원유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수호 대표는 단번에 거절하고 2017년 천북의 7개의 목장과 5개의 유기농 농장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보령우유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전처리실, 충진실 등의 제조가공 시스템을 구축하며 자생할 방법에 몰두했다.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한 이후에는 한살림과 스타벅스 등의 대형 유통사에 우유는 물론 유기농 그릭 요거트를 공급하며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며 보령우유의 생산시설은 FSSC2200 인증까지 받아 프리미엄 마켓 바이어의 높은 기준을 만족시켰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급성장하게 되었고 지난해 매출액은 약67억 원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다.






우유와 함께하는 복합우유테마공간

보령우유가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건초창고로 쓰던 공간을 우유와 관련된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고민하던 중 소비자가 먹고 보고 즐기면서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우유창고’를 조성하면서부터다. 이후 우유창고가 SNS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지면서 하루 평균 800명, 주말이면 1,000여 명이 보령우유를 방문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8만 명의 소비자가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유창고는 외국의 유리병 모양의 건물에서 착안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리병 보다는 곽 모양의 우유가 일반적이라 병 대신 곽 모양으로 디자인을 해 복합문화공간을 짓게 되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캐릭터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직원들이 노력한 덕분입니다.”

2019년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지원한 보령우유는 목장과 가공공장, 우유창고를 연계하여 소비자가 먹고 보고 즐기면서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수상을 차지했다. 또 2019년 12월에는 이수호 대표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누렸다. 보령우유를 알리기 위해 보낸 많은 시간을 회고하며 “국내 낙농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길이 농촌융복합산업 자체였다”며 “저희처럼 노력한 다른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는데, 오히려 그분들께 자극을 받아 다시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삼게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보령우유는 2017년부터 유기농제품을 보령시의 소외계층들에게 후원하고 청년 인재 채용 비율을 확대하는 등 지역상생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유를 생산하고,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하는 것이 모든 낙농가의 꿈이라고 얘기한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유기농이란 자연 그대로를 알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보다 더 좋은 품질의 원유를 생산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소비자가 유기농 유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우유창고의 수도권 지점과 바른우유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동화 <플란다스의 개>의 네덜란드처럼 원유 강국이 꿈이라는 이수호 대표. 그의 커다란 포부로 많은 소비자가 품질 좋은 유제품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QR코드를스캔하시면 이수호 대표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 나덕한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