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시대의 ICT스마트양식

BLUE OCEAN 김태현 이사

젊은 어업인들이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해 상생하는 어촌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경남동영시 산양읍 중호동을 찾았다. 4차산업 시대를 맞아 ICT기술을 스마트 양식에 접목해 수산업의 밝은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IT 박사, 김태현 이사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양식장 프리덤, 사료 자동 급이 시스템

그를 만나기로 한 날은 때마침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비 때문에 부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태현 이사는 사무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식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무는 사료 급이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나무 바닥이 미끄러워 실족사고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사료 급이를 하지 못해 양식어들이 굶곤합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바다에 나가 사료를 분사하죠. 이 방식은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한 기존의 양식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스마트 양식장은 사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자동으로 사료분사가 가능한 전천후 시스템이죠.’’

양식장의 사료 급이 방식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두 가지 방식은 시스템이 다른만큼 사료종류에도 큰 차이가 있다. 전통 방식의 경우 고등어나 청어 등의 생사료를 먹이로 사용한다면, 스마트 방식은 EP사료(건조 배합사료)를 주로 사용한다. 전통 방식은 사람이 직접 하기에 분배가 고르지 않지만, 스마트 방식은 전기 신호를 통해 필요한 만큼만 소량씩 뿌릴 수 있어 제어가 쉽다.
또 생사료를 기반으로 급이하는 경우 시장가의 영향을 받아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냉동 창고 설치도 필수다. 배에 싣는 지게차 압축하는 프레스 기기 등의 부대시설 구축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스마트 방식은 가격 변동이 없어 자동화 급이 장치만 있다면 필요할 때마다 사료를 붓기만 하면 돼 생산단가 를 크게 낮출수있다.

김태현 이사는 스마트 양식에서 최우선순위는 바로 사료 급이 자동 시스템의 도입이라고강조했다.
‘‘20년 이상 양식업에 종사하신 분들은사료자동급이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직접 물고기를 보지도 않고 어떻게 사료를 주고 관리를 하느냐고 반문하시죠. 그래서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기술을 접할수 있도록 정기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다로 업무 환경을 변경한 ICT 전문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디지털콘텐츠 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태현 이사는 이후 대학에서 8넌 동안 디지털영상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며 논문을 쓰는 연구원이었다. 오랜 연구실 생활에 회의가 들 무렵 친한 선배가 손길을 내빌었다. 현재 BLUE OCEAN에서 함께 근무하고있는조석현씨다.
‘‘친하게 지내던 형에게 안부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통영에서 양식업을 한다는 거예요 . 머리나 식힐 겸 통영에 내려와 바다를 봤는데 부산의 바다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생전 처음 접하게 된 가두리양식을 보고 한 달에 두세 번씩 통영을 방문하며 상의를 하다 양식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결혼 2넌 차였던 김태현 이사는 어촌마을에 기반도 없고, 고기를 키워본 경험도 전무했던 터라 귀어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통영의 바다를 본 뒤에 자신만의 분명한 ‘블루오션’을 확신했다. 농업은 같은 1차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기기가 많아 일손을 덜 수 있지만, 수산업의 자동화시스템은 1%에 불과하다.

김태현 이사는 양식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단순히 고기를 키워서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린 기술 개발이나 스마트 양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한 마디로 그의 스마트 양식은 1차산업과 4차 산업의 융합인 셈이다. 이른바 ICT 기술을 양식업에 접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산업 자원은 일본, 유럽, 중국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발전 2030'을 발표하며 '스마트 아쿠아팜 4.0' 을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스마트양식 박사

김태현 이사는 국내 최초로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진행 중이다.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유기수산물(생육 과정에서 성장촉진제, 항생제, 활성처리제, 호르몬제를 쓰지 않고, 합성화합물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로 키운 수산물)’ 인증이다.

보기에는 똑같은 우럭이지만 스마트 장비를 이용해 사료, 약품 급여양을 정확하게 기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유기수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친환경 우럭’이 되기 위한 인증을 받는 것이다. 어류 ‘유기수산물’ 인증을준비하는 것은 BLUE OCEAN이 국내 최초다. 실제 유럽에서는 ‘유기수산물’ 인증을 받은 어종만 마트에 납품할 수 있다.

사업이 도입되면 ‘유기수산물’ 인증 없이는 판매를 할 수 없다.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수산물 인증 규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상품 품질개선과 함께 바다 환경오염을 막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유기수산물 인증이 우리나라 양식 시스템에 실제 도입하기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

두 번째 비즈니스모델은 4차산업 시대에 걸맞게 ‘바다 환경 빅데이터’ 의 구축이다. 가두리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 환경 데이터로 풍향, 풍랑, 수온, PH, DO(용존산소량 : 물속에 용해해 있는 산소량), 염도가 있다. 위의 조건은 물고기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로 우리에게 방기의 질이 얼마나 좋은가?'와 같은 말이다. 어류는 변온동물이라 수온에 민감해 여름철엔 우럭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수온이 높아지면 소화 기능이 떨어져 내장에서 부패가 발생, 각종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집단 폐사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어체 관리를 위해서는 바다 환경 데이터가 필수이고, 이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다 환경 변화에 따라 사료 급여 양 자동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다. 현재 데이터를 수집한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지만 국립수산과학원과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귀어학교 1기 대표 출신,
귀어닥터

김태현 이사는 2020년 새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전남대학교에 신설된 아쿠아팜 협동 과정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 아쿠아팜 협동 과정은 전통 수산양식 산업에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혁명기술이 융·복합된 연구를 진행할 석·박사급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양식 시스템 설계, 스마트 피쉬 헬스케어와 영상 진단, 스마트 수질 관리와 공정 제어, 데이터 기반 생물 최적 관리와 기계학습 등 최신 융·복합 기술의 교육과정이 도입되며 재학생에게는 국가연구비가 지급된다.

귀어학교 1기 대표 출신으로 스스로를 ‘귀어 닥터’라고 칭하는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귀어인이 안정적으로 어촌에 정착할 때까지 자립을 도와주는 ‘귀어인의 표본’이 되는 것과 스마트 양식의 안정적인 빅테이터를 구축해 바다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적절하게 대응 하는 스마트 양식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 무작정 바다로 뛰어 들어 양식업에 종사한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오늘도 끝이 없다.



글 : 공선희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