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거닐다
"부여"

삼천궁녀의 애절한 사연을 간직한 낙화암, 유유하다 못해 한적하기까지 한 백마강, 최초의 석탑 정림사지 5층 석탑, 서동요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듯 들리는 궁남지 등 수많은 백제의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곳, 바로 부여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의 문화를 잘 표현해 낸 궁남지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궁남지

부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곳, 유려하고 섬세한 백제를 대표하는 두 단어가 녹아 있는 곳 궁남지다. 선화공주에게 반한 서동이 ‘서동요’를 지어 불러 선화공주와 혼인을 했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백제 사비시대의 궁원지로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인공 연못인 궁남지는 여전히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의 문화를 잘 표현해 낸 곳이다. 흐드러지게 핀 연꽃의 향연과 궁남지를 애써 보호하려는 듯 휘감는 버드나무 숲의 절경은 백제의 모습을 지금까지 잘 보존한 인상을 준다. 비록 3만 평이었던 공간이 1만 평으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 아름다움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자리하고 있다.

연못 한 가운데 용을 품었다는 포룡정과 연꽃단지는 곳곳에 추억어린 원두막이 놓여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물론 야생화와 수생 식물이 있어 아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궁남지가 부여시대를 대표하는 것은 비단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제의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무왕이 된 서동이 꾼 백제부흥의 꿈이 궁남지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덕궁 후원이 왕과 왕비의 공간이었다면 궁남지는 아름다운 연꽃과 버드나무 숲,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인공 연못이 한데 어우러진 ‘백제의 정원’이었고 땅이 아닌 문화를 넓히는 원대한 꿈을 가진 공간이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궁남지에서는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의 다양한 연꽃으로 물든 ‘부여서동연꽃축제’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활짝 핀 연꽃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7년 만에 완성한 백제문화단지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재현한
백제문화단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10년 문을 연 백제문화단지는 백제 왕궁과 사찰, 백성들의 생활공간인 생활문화마을 등 백제의 대표 건축양식을 재현한 공간이다. 사비궁, 능사, 고분공원, 위례성, 생활문화마을로 구성된 이곳은 1994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7년에 걸쳐 완성한 백제의 문화유산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백제 왕실의 사찰인 능사에는 대웅전과 오층목탑을 포함해 향로각, 부용각, 결업각, 자효당, 숙세각 등 부속 전각까지 고스란히 복원돼 있다. 그 중 시선을 끄는 건 단연 오층목탑이다. 높이 38m에 이르는 이 거대한 탑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복원한 백제시대 목탑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던 곳이다. 국보 288호인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이 출토되기도 했다. 불전에 향을 피우기 위해 사용했던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 유물 100선’에 선정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비궁에는 하례식, 외국사신 접견 등 왕실의 주요행사에만 사용했던 웅장하고 화려한 천정대가 있는데 궁궐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1,400년 전 백제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귀족과 서민들의 가옥을 재현해놓은 곳으로 생활문화마을에서는 자기체험, 한지공예체험, 목공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금동대향로극장, i-백제 체험장 등 다양한 전시·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4월부터는 6시부터 10시까지 은은한 달빛과 조명 아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1. 백제문화단지는 백제의 대표 건축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2.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복원한 백제시대 목탑인 오층목탑













절개를 지킨 삼천궁녀의 설화
낙화암과 고란사

낙화암 절벽 아래 백마강과 맞닿은 곳에 조용하고 단아한 사찰이 하나 있다.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삼천궁녀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고란사다. 절 뒤쪽바위에서 자라는 고란초에서 유래해 이름을 고란사라고 했다.사실 고란사가 알려진 것은 사찰 뒤편의 고란약수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약수터 주변에서만 독특한 풀이 자랐다고 한다. 고란초라 불린 이 풀의 효험 때문인지 고란약수를 한 잔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고 전했다고 한다.



고란사 아래에는 백마강을 따라 구드래 선착장까지 운행하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운항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최소 승선인원만 타면 수시로 배가 출발한다. 또 백마강을 일주하는 황포돛대도 있는데 30명 이상이 탑승해야만 출발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유람선에 탑승한 뒤에는 낙화암 절벽 아래 새겨진 우암 송시열의 ‘낙화암(落花岩)’을 놓치지 말고 찾아보자. 숲에 가려져 있어 쉽사리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강가의 절벽이 마치 그림 병풍과 같아서 백제왕이 매번 놀고 잔치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어 지금도 대왕포라고 부를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글 : 최승희
사진 : 이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