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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고로쇠
장류의 품격을 높이다

지리산 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






지리산국립공원 피아골에는 여성, 청년, 농업인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한계점들을 극복해내고 명인들이 만든 프리미엄급 장류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국내외 시장에 장류를 납품하고 있는 청년농기업이 있다. ‘피아골 미선씨’라는 브랜드로 알려져있는 김미선 대표와 9명의 청년농업인들은 1차 농산물인 고로쇠수액을 활용한 고로쇠된장을 비롯하여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프리미엄급 2차 농가공 상품들을 제조할 뿐 아니라 1, 2차 산업과 3차산업을 성공적으로 융복합시켜 새롭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며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로쇠수액으로 만든 프리미엄 된장

지리산 피아골 마을은 주로 등산객을 대상으로 식당과 산장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을 도우면서 자란 김미선 대표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장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밭매는 법 등을 배워왔다.

“저한테는 일이라기보다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소꿉놀이였어요. 산에서는 특별한 놀거리가 없는 데다가 온종일 바쁘신 부모님 곁에 조금이라도 같이 있는 방법은 일하는 것이 최고였죠.”
이런 환경 덕에 자연스럽게 음식과 가깝게 생활했던 김미선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 때부터는 혼자서도 된장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전통된장을 만들 수 있게 된 그녀가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통된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로쇠된장을 개발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처음엔 번번이 실패했었죠.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고로쇠수액으로만 장을 담그다 보니 서너 달 뒤면 장독 속의 메주가 발효돼서 끓어 넘치게 되더라고요. 3년간 모든 방법을 다 시도했는데 해마다 실패하다가 4년째 되던 해에 딱 성공했죠. 그때가 바로 중2 때였어요.”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두 동생과 회사 동료들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그녀이지만, 세 자매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새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불우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녀가 피아골을 떠났던 것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주말이면 피아골로 돌아와 식당일을 도왔다. 대학 졸업 후 곧장 피아골로 돌아온 그녀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집의 부채를 떠안은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다. 평생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부모님들이었지만 지인들의 보증을 서 준 것이 화근이 되어 집과 식당이 경매에 붙여지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스러운 수준으로 나빠진 데다 아직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어린 두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도 크게 작용했다. 그녀는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중학생 때 개발했던 순도 100% 고로쇠된장을 더욱 상품화시키기 위해 몇 년간의 테스트를 더 진행했다. 동시에 틈나는대로 전국의 발효식품 장인과 음식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제조 방법들을 경험하며 익혔다.



철저한 위생 관리로 취득한 HACCP과 ISO 22000 국제 인증

고로쇠수액은 고가일 뿐만 아니라 수액에 함유된 천연미네랄 성분과 자당분이 과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에 특별한 발효 노하우가 없으면 제조가 불가능하다. 손맛이 좋기로 유명한 엄마의 발효 비법 외에도 여러 장인의 특장점들을 한데 녹여내어 마침내 자신만의 발효노하우를 정립한 후에 2011년 지리산피아골식품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발효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전통식품 브랜드 ‘피아골 미선씨’의 첫 등장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발효식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장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업체들의 제로썸 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저가의 마트용 개량장류 시장은 대기업이 이미 장악한 상태였고,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전통장류 시장은 쟁쟁한 명인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2012년부터 고로쇠된장, 찹쌀고추장, 청국장과 여러 종류의 장아찌류 등을 가지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생협 등에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되었다. 구매담당 MD들에게서 돌아온 반응과 대답은 거의 한결 같았다. 나중에 연락할 테니 물건만 놓고 가라는 대답이었다. 집에 부채가 가득한 상황에서 공장을 짓고 장독을 사느라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판로가 꽉 막혀버리자 앞길이 막막했다.






그러나 식당을 방문하는 등산객들이 그녀가 생산한 제품의 맛을 인정해주면서 현장에서 판매되는 통한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며 어렵게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가 직접 생산한 제품의 양념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음식에 만족한 손님들이 제품을 사가기도 하고 재주문도 해주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피아골 미선씨’라는 상표도 사실은 식당손님들이 부르는 호칭과 입소문이 모티브가 되어 네이밍이 되었다.






판로개척의 꿈, 해외에서부터 시작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입소문으로 서서히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유통업체의 문은 여전히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원재료가 좋고 맛도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해주면서도 20대의 여성이 만든 발효식품을 같이 판매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판로가 생기지 않자 수시로 시장, 식당, 공원, 휴게소 등 가리지 않고 제품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큰 성과는 없었다. 2014년 김 대표는 국내 유통시장 진입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수출길을 뚫기 위해 1년 이상을 노력한 끝에 기회가 주어졌다. 그녀의 오랜 노력을 지켜봐온 지인 덕분에 2015년 처음으로 미국으로 가는 화물선에 수출물량을 선적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첫 수출길에 오르게 된 지리산피아골식품의 제품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20여 국가에 수출 중이며 한국 발효식품 중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판매 되고 있다. 고로쇠된장, 고로쇠간장, 찹쌀고추장, 냄새 없는 청국장, 장아찌류 등 8종에 이른다. 미국시장에서 고로쇠장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7년부터는 고로쇠수액도 수출하고 있다






그녀의 두 가지 꿈

김미선 대표는 상생과 공존이라는 원칙으로 지리산피아골식품을 운영하고 있다. 김대표는 지리산 피아골식품 외에도 천왕봉산장이라는 식당과 민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 식품 공장 2층엔 마을 농특산물 판매장과 체험교육장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 농특산물 판매장에서는 피아골 주민들이 생산한 1차 농산물들을 위탁 판매하고 있으며, 체험교육장에서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단체 체험교육과 농업인들을 위한 강의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을 9명의 청년농업인들이 도맡아서 해내고 있다. 그중 두 명은 친동생이고 한 명은 막내 동생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4년 전 김 대표가 ‘나랑 함께 가보자’ 했던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다니던 대학마저도 과감하게 중단한 채 김대표와 함께 동행하고 있다.






김미선 대표는 1,2차 산업과 3차산업을 성공적으로 융복합시킨 6차산업 선도업체로 인정받아 2019년엔 전국농촌융복합산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제1회 전라남도 으뜸청년농업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 투성이인 저를 믿고 지금껏 동행해 주어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동료들을 차례차례 ‘피아골 지혜씨’, ‘피아골 애영씨’, ‘피아골 은선씨’라는 각각의 브랜드로 독립시키는 겁니다. 이 친구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저는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또 한 가지 꿈은 이곳 피아골에 치유와 나눔의 공간을 지어서 저마다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치유를 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서 각자의 위치로 복귀할 수 있는 복합치유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리산피아골식품]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직전길 15, 061-782-3468, www.jiripia.kr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지리산 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 편집실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