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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들이 떠난 자리에 피어난 예술의 꽃

정선 삼탄아트마인




탄광 산업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업이다. 그러나 300개가 넘던 탄광은 대부분 폐광되고 2020년 현재, 운영 중인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어느새 탄광 산업은 곱씹어야만 하는 지나간 흔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기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문화예술단지로 되살리고 있는 곳이 있다. 과거의 흔적과 예술이 만나는 곳 ‘삼탄아트마인’으로 가보자.

예술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숲길을 따라 쭉 달리다보면 저 멀리서부터 우뚝 솟은 레일이 눈에 들어온다. 레일을 이정표 삼아 그곳에 도착하면 ‘아빠! 오늘도 무사히’ 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있고, 그 맞은편에 가로로 길게 지어진 건물이 있다. ‘삼탄아트마인(이하 아트마인)’ 이다. 아트마인은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하다 2001년 10월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 광업소 시설을 침체된 지역 사회 활기와 문화적 정서를 일깨우기 위해 2013년 5월 복합 문화단지로 재탄생시킨 장소이다.



삼탄아트마인에서 촬영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 흔적을 찾는 것도 아트마인을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이다.

입장료(성인 1인 기준 13,000원)를 내고 삼탄아트센터 본관으로 입장하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바로 들어온 입구가 1층이 아니라 가장 꼭대기인 4층이라는 것이다. 아트마인의 전시 관람 구조는 특이하게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 반대인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를 하고 있다. 입구가 있는 4층은 삼척탄좌 시절 사무공간 겸 광원(광부를 높여 이르는 말)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세화장(광원들의 작업용 장화를 씻던 곳) 등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전망라운지와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대신한다. 아트마인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드라마 촬영 당시 배우 송중기가 휴식을 취하던 방도 구경할 수 있다. 4층을 모두 보고나서 3층으로 내려갈 때는 아트마인만의 독특한 전시 동선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석탄을 채굴하러 지하로 내려가는 광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관람객들은 석탄 대신 예술을 채굴하러 내려간다.



삼탄아트마인 입구에 도착하면 맞은편에 위치한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탄광 산업의 역사와 현대 예술이 만나는 장소인 3층에는 광원들의 월급 명세서를 비롯한 수많은 문서들을 모아서 보관하고 있는 ‘삼탄 뮤지움 자료실’과 다양한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 CAM1'이 있다. '현대미술관 CAM1’에서 현대 미술을 구경하고 난 뒤 ‘삼탄 뮤지움 자료실’을 보면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어서 2층에는 탄광시절 화장실이었던 장소를 갤러리로 재탄생 시킨 ‘마인갤러리3(화장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6~70년대 화장실 문화를 구경함과 동시에 아트마인에서 준비하는 기획 전시를 구경할 수 있다. 본관 1층은 ‘레일 바이 뮤지엄’ 과 이어진다. 직경 6m, 깊이 600m에 달하는 원통형 수직 갱도와 수갱 내부에 50m 간격으로 연결된 수평갱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곳 ‘레일 바이 뮤지엄’ 은 드라마 <유령>,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등의 촬영지로 사용되기 했다.


삼탄아트마인의 우뚝 솟은 수직레일

기록하고 기억하는 곳

대규모로 조성된 문화 예술단지는 많지만 아트마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짓는 게 아닌 폐광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모습은 역동적으로 산업시대를 이끌었으나 결국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된 탄광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



그 당시 광원들이 쓰던 헬멧이 예술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이러한 아트마인의 다짐은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이름부터 삼척탄좌를 줄인 삼탄과 예술을 뜻하는 단어인 아트(Art) 그리고 광산을 뜻하는 단어인 마인(Mine)을 합친 뜻이기 때문이다.

건물 벽면에 붙은 광원들의 사진이나 광원들이 사용하던 화장실과 샤워실을 그대로 활용한 갤러리, 작업 중인 광원들에게 공기를 공급해주던 중앙압축기실에 작품을 전시해놓은 원시 미술관 같은 곳들을 보면 폐광된 그때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그 위에 예술을 덧입히려는 아트마인의 태도를 잘 볼 수 있다.



중앙압축기실이던 장소에 원시미술을 설치해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과 세계,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곳

처음 아트마인에 입장해 구경 할 때에는 오래된 폐광 시설에 자리 잡은 세계 각지의 미술품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눈에 익은 현대 미술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미술의 근원이 되는 원시 미술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 역사가 담긴 폐광 시설과 세계의 미술품들을 함께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다보면 어느 순간 이질감은 사라지고 폐광 시설마저 예술품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4층에 위치한 전망 라운지에서는 삼탄아트마인의 전경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곳곳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를 들을 수 있는데, 오래된 폐광 시설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트마인은 한국과 세계,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어우르면서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아트마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3년에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2015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201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7 열린관광지>, 2019년에는 한국관광공사의 <테마여행 10선>에 꼽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아트마인에서는 다양한 기획전시는 물론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트 체험의 기회 또한 제공하고 있다. 광원들의 식당이었던 공간을 빈티지풍의 레스토랑으로 되살린 레스토랑 ‘832L’ 과 아트센터 본관 4층에 위치한 라운지 카페,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꾸며진 레지던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보섭
사진 :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