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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역설

코로나19가 되찾아준 것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불편하기만 했던 마스크도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졌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일상을 빼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잃어가던 자연을 우리 품에 다시 안겨주었다.

비로소 숨 쉬는 지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봄, 가지 못한 나들이가 유독 아쉬운 건 아마 유난히도 맑은 하늘 때문일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과 ‘유럽우주국’이 수집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월 한 달간 중국의 대기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30% 감소했다고 한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올해 봄,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최대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작년보다 54%나 감소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심하기로 유명한 인도 펀자브주에서는 미세먼지가 걷히자 160km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 산봉우리가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던 뉴델리도 최근 공기질 지수가 ‘좋음’을 기록했다. 또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는 이동 봉쇄령이 내려진 뒤 60년 만에 예전의 맑은 모습을 되찾았다.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녹색 강물이 지금은 작은 물고기와 해파리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해졌다.



도심에 나타난 동물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 도심이 텅 비어버리자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런던 주택가에는 사슴 떼가 나타났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통행 금지령이 내려진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퓨마가 목격되기도 했다. 사람들의 잦은 해변 출입으로 인해 알 낳을 둥지를 쉽게 찾지 못했던 바다거북도 올해에는 6,000만 개에 달하는 알을 낳았다고 한다.

인간에게 밀려나 삶의 터전을 잃었던 동물이 인간의 이동이 뜸해지자 비로소 삶의 터전을 되찾은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동물 출현에 대해 ‘동물들은 인간의 옆에 쉽게 다가가지 않는 습성 때문에 지금껏 숨어왔을 뿐,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간이 동물의 영역을 얼마나 많이 빼앗아 왔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한 단계 낮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미뤄졌던 학교 개학이 시작되었으며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여는 등 잃어버렸던 일상을 차츰차츰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 제레미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가 찾아온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붕괴되고 인간이 야생의 터를 빼앗아 개발을 감행한 탓에 갈 곳을 잃은 동식물들이 인간의 곁으로 오면서 바이러스의 매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성장이 아닌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어쩌면 우리는 지구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 왔는지도 모른다.



글 : 김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