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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음식, 4번 타자 냉면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맛. 육수를 넣으면 물냉면이요. 양념을 넣으면 비빔냉면이 되는 변화무쌍함. 영원히 난제로 남을 ‘계란을 먼저 먹느냐, 면을 먼저 먹느냐’ 하는 것이 화두인 음식. 팔색조 매력을 가진 냉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냉면의 이모저모

여름하면 생각나는 음식, 바로 냉면이다. 모양, 재료, 지역에 따라 물냉면, 비빔냉면, 칡냉면, 또는 메밀냉면,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으로 분류되는 냉면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다양하고 깊은 역사를 담고 있다. 한때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양냉면에 식초와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게 맞느냐 틀리냐’ 하는 논쟁이 화두가 되기도 했었는데, 그만큼 냉면을 먹는 방식이 다채롭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냉면의 진실

냉면을 가장 많이 찾는 계절은 여름이지만 사실 냉면은 원래 여름 음식이 아니라 겨울 제철 음식이다. 1849년에 쓰인 <동국세시기>에는 “겨울철 제철음식으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냉면이 있다”라고 나와 있고 <규곤요람>에는 “싱거운 무우 김치국에 다가 화청해서 국수를 말고 제육을 잘 삶아 썰어넣고 배와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져며 넣어 온잣을 띄우 나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냉면이 여름 음식이 된 시기는 각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돼 여름에도 육수를 차갑게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냉장고가 보급된 시기가 1980년대 초니까 실은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냉면과 궁합이 좋은 음식

냉면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돼지 갈비다. 달짝지근하지만 느끼할 수 있는 갈비의 맛을 냉면이 깔끔하게 잡아준다. 숯불에 구운 고기를 냉면에 싸먹는 육쌈 냉면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다. 육쌈 냉면은 가격도 다른 냉면에 비해 저렴하다. 찐만두 역시 냉면과 안성맞춤인 궁합을 자랑한다. 쫄깃한 만두피와 그 안의 고기소가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냉면과 잘 어우러진다. 차가운 면발과 따뜻한 만두가 서로를 잡아주는 역할도 해준다. 어느새 봄은 다 지나가고 여름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까지 시린 냉면을 먹으면서 다가올 무더위를 미리 대비하는 건 어떨까.





글 : 김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