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라이프
4인의 조금은 특별한 청춘단상
91년생 이소연의 겨울농사 이야기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밭으로 출근하는 이소연 씨. 친구들은 대리, 과장 직급을 달고 회사로 출근할 때, 이소연 씨는 3,500평 규모 덕이농장으로 출근을 한다. 그녀는 이곳의 농장주이자 온라인 쇼핑몰 ‘텃밭채’ 대표이다. 직원은 3명, 부모님과 이소연 씨가 다지만 규모는 상당하다.
청춘이 농사에 뛰어든 이유
경희대에서 중국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중국학과에 다니면서, 중국정부가 학비와 생활비까지 전액 지원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도 다녀온 이소연 씨.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말로만 듣던 ‘취준생’이 된 것이다. 그런 딸을 지켜보던 엄마는 농사가 전망이 있다며 그녀를 농업의 길에 뛰어들게 했다. 부모님이 하던 농사를 막상 직접 해 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비는 여러 번 나타났다. 태풍이 와서 농사를 망친 적도 있고, 판매를 못해 농작물을 다 버리기도 했다.
“처음 시작한 해에 빨간무 농사를 지었는데 폭삭 망했어요. 농사는 잘 되었는데 판매를 하지 못해 그냥 다 버려야 했거든요. 농사는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통 과정을 배우며 온라인 쇼핑몰도 오픈하게 되었어요.”
청년 농부의 쉴 틈 없는 하루
농부들에게 겨울은 농한기라고 하지만 이소연 씨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루콜라, 쑥갓, 시금치 등을 손보느라 하루가 쉴 틈 없이 흘러간다. 이소연 씨는 SNS와 자체 쇼핑몰 ‘텃밭채’에서 계절에 따른 친환경 농산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생산부문은 부모님과 함께 친환경농사를 고집하지만 유통, 마케팅부문은 트렌드에 맞춰 선진화 시킨 것이다. 작년에는 연 매출 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농산물을 보낸 후 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도매시장, 대형마트, 로컬푸드 매장, 직거래에 이어 온라인 판매루트까지 개척하며 전문농업인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이소연 씨. 최근에는 청년여성농업인 CEO 중앙연합회 홍보국장을 맡으며 청년여성농업인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그녀는 요즘 청년여성농입인들의 고민은 비슷하다고 말한다.
“여자가 시골에 내려와 농사짓는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농부라는 직업은 멋진 직업이고 거기에 남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청년여성농업인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요.”
다음 편에는 토마토로 만나요!
이소연 씨의 시그니처 농작물은 ‘젤리토마토’와 ‘사과토마토’이다. 젤리토마토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완숙토마토에 비해 맛과 향이 진하고 껍질이 얇아 치아가 좋지 않은 어르신이나 과일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탁구공 크기의 알록달록한 사과무늬가 특징인 사과토마토도 미국에서 어머니 지인이 보내준 것을 시험 재배했다가 괜찮아서 계속 가꾸는 작물이다. 파스타를 좋아해 재료에 들어가는 산마루자노 토마토와 로마토마토 등 홀토마토를 직접 기르고 이름도 생소한 상추잎바질을 재배한다는 소연 씨는 내년에는 ‘에어룸토마토’도 재배할 계획이다. 그만큼 토마토를 좋아하는 그녀는 6월이면 토마토를 수확하느라 살도 빠지고 슈렉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토마토에서 나온 진이 온 몸에 묻어나기 때문이란다. 다음 편에 실릴 그녀의 토마토 이야기가 벌써 기대가 된다.
청춘이 청춘에게
꼭 취업만이 답이 아니에요. 낙담하지 않고 멀리 본 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예요. 특히 저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농사는 싫증 날 틈이 없어서 제게 딱인 거 같아요. 일 년을 뒤돌아보면 하루도 똑같았던 날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상사가 없죠. 적성에 잘 맞죠. 이만한 직업이 없잖아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잠깐씩 딴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아마 저는 계속 농사를 지어 나갈 거예요.
글 이선영 사진 이정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