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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고

그들이 사는 세상

“부캐는 일러스트 에세이 작가입니다”

『기억을 걷는 시간』 우은형 작가

쳇바퀴 돌듯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의 삶도 점차 변하고 있다. 퇴근 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부캐’와 ‘N잡러’부터 인생 2막을 여는 중장년의 인생이모작까지. 이번 호에서는 ‘본캐’는 회사원, ‘부캐’는 일러스트 에세이 작가 우은형 씨를 만나본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동네 산책가

“책을 낸 뒤로 주변에서 자꾸 ‘작가’라고 불러주는데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어요. 그런데 들을 때마다 너무 근사한 거예요. 제가 창작하는 사람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어요. 그 호칭에 걸맞은 글과 그림을 창작하고 싶어요.”

SK에너지 Solution&Platform 운영그룹 우은형 대리이자 『기억을 걷는 시간』 우은형 작가의 설명이다. 우은형 씨는 2020년 동네를 거닐며 쌓았던 소소한 기억을 소개하는 일러스트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SK에너지에서 사내 업무 시스템 운영 및 기획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20대에 입사해 30대 중반이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춤’이 되며 그녀는 외부의 활동에서 얻은 에너지를 내적인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있는 취미가 ‘동네 걷기’였고, 그렇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어느 동네 산책가의 추억 기록장’이 탄생했다.

작가가 되기까지 8개월간의 수집과 완성

“서울처럼 변화가 큰 도시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는 것은 제게 특별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이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까운 사람들에게나 할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경험은 달라도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서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정말 좋겠어요.”

우은형 씨에게 글과 그림은 일상이자 습관 같은 것이었다. 평소 SNS에 동네 사진과 글을 올리던 그녀는 바로 작업에 들어가 8개월간의 준비 끝에 책을 출간했다. 독립출판을 선택해 글쓰기, 편집, 디자인, 삽화, 제작, 유통 등 모든 과정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럴 때면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내가 몸담지 않은 노동 현장에 대한 일들을 아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말한 김하나 작가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본업이 아닌 책을 출판하는 전체 과정을 경험하며 그 말의 의미를 몸소 느끼게 되었고, 다른 직업의 태도를 배웠다. 그렇게 ‘작가’라는 꿈도 이루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다. 힘든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낸 용기의 결과물이었다.

오늘도 본캐는 회사원, 부캐는 작가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아빠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물론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너는 글을 잘 쓰니 바깥 풍경을 눈에만 담지 말고 글로 써보라’고 격려해 줬던 우리 아빠의 말이 항상 내 가슴에 있었다. 많이 돌아왔지만, 그 말을 믿고 끝까지 쓸 수 있었다. -<에필로그> 내용 중에서-”

누군가의 한 마디는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폭제이자 원동력이 된다. 아버지의 한 마디가 먼 훗날 돌고 돌아 현실이 되었던 것처럼 우은형 씨는 책을 출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겁내지 말고 시작하라고 말한다. “글로써 자기의 것을 남긴다는 것은 농부가 직접 경작한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제가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책이 나오기까지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제가 느꼈던 성취의 달콤함을 함께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라며 내재된 ‘부캐’들을 응원했다.

부캐는 단조로운 일상에 환기를, 본캐는 부캐를 지속할 수 있는 안정감을 주기에 본캐와 부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일상을 꾸려가고 싶다는 우은형 씨는 요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본캐에 더 치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웃는다. 그래도 기업문화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기 때문에 퇴근 이후의 시간은 온전히 그녀만의 것이다.

독립서적 출간 프로세스

step1 기획 및 집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발굴해 콘셉트를 정하는 게 중요. 쓰고 싶고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만들고 싶은지를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보자. 동시에 내가 구상하고 있는 책이 이미 나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step2 인쇄 및 제본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쇄 견적을 내고 바로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쇄소에 직접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전반적인 인쇄 과정을 배울 수 있고, 인쇄 전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step3 유통

독립서점에 이메일을 보내고 입고 허락을 받는다. 입고 신청 메일에 책 소개와 내용 PDF 몇 장을 첨부해 보내면 된다. 독립서점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선정하면 되지만 재고와 대금 관리를 잘 해주기로 평판이 좋은 곳을 알아보고 선택하자.

이봄 사진 홍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