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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봄을 부르는

진도읍조금시장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 진도에는 봄과 함께 찾아온 농수산물이 가득하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한파를 이기고 나온 장꾼들의 인심과 정이 보태져 봄 향기가 피어나는 진도읍조금시장을 찾았다.

땅 좋고 물 좋은

진도의 오일장

진도아리랑과 진돗개에 이어 최근에는 송가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해진 진도는 2일과 7일마다 소문난 잔치가 벌어진다. 직접 기른 농수산물을 가지고 나온 장꾼들과 오일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진도조금시장’은 정겨운 소란스러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시장은 진도의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시장 이름은 시장이 위치한 ‘조금’이라는 마을에서 유래했다. “조금리에 건널목이 있었는데 조수가 가장 낮은 ‘조금’ 때는 나룻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다 해서 조금리라 했다”는 것이 포복집 상인의 설명이다.
장은 남동교부터 진도군청으로 이어지는 길을 거슬러 오르며 이리저리 길 따라 펼쳐진다. 장의 중심에 광장처럼 둥그런 장터가 있으나 장터가 길이고, 길이 장터다. 사람들은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길에서는 안부를 주고받는다
“오메~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어르신 혈색이 더 좋아졌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든을 훌쩍 넘긴 듯한 할머니가 간자미, 고등어, 매생이, 감태 등을 내놓으며 지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눈다. 매생이의 푸른 빛깔이 곱다. “그만 팔고 집에 가야겠다”며 값을 묻는 손님에게 “떨이로 오천 원에 네 개 가져가라”며 매생이를 담는 할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조금시장은 현지 노인들이 주 고객인 까닭에 값이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달큰하고 아삭한’

해풍 맞고 자란 봄동

“이거 진짜 ‘봄동’이에요? 배추 아니에요? 어쩜 이리 크데요?”

“어제 내가 밭에서 캐온 거라. 여그는 땅 모양만 갖추어도 밭을 맹글어 부러 놀고 있는 땅이 없당께. 진도 땅이 기림져서 뭐든 심기만 허믄 잘돼야. 봄동하면 진도 봄동이지. 징허게 맛나다고.”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 사람과 결혼해 평생 진도에서 살고 있다는 송경심 할머니(67)는 농사를 지어 아들 둘을 키우고 교육시켰다며 직접 기른 봄동, 돌미나리, 보리 등을 꺼내 놓는다. 진도 봄동은 태생부터 남다르다. 겨울철 찬바람 된서리도 보약 삼아 자라는 진도 봄동은 달콤하고 맛이 좋아 오일장을 찾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비닐봉지 가득 봄동을 담으며 진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이 소리도 좀 한다며 <진도아리랑> 한 자락을 뽑아낸다. 옆의 어르신도 “오메!”하며 추임새를 넣는다. 그 소리에 한바탕 어깨춤을 추면 푸르디푸른 남도 가락이 흥얼흥얼 장터 안으로 흘러가다 멈추어 선다. ‘진도 가면 글씨 자랑, 그림 자랑, 노래 자랑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다.

특별한 고유명사가 되는

‘진도’

진도에서는 ‘조금’보다 많은 보통명사들이 ‘진도’라는 지명을 만나 특별한 의미가 되고, 고유명사가 된다. 울금, 구기자, 미역, 홍주, 아리랑, 강강술래, 씻김굿…. 진도에서는 개도 ‘진도’를 만나면 ‘진돗개’가 된다. 시장의 한 편에서 누렇고 까맣고 하얀 털의 고만고만한 강아지들이 철망 밖의 시장 구경에 빠졌다.

진도의 고유명사 중 또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간자미’다. 어물전 멋쟁이로 유명한 이씨 할머니(75)는 “간자미 중에 최고는 진도 간자미지”하며 간자미 자랑에 열을 올린다. 진도 사람들이 외지인에게 내세우는 먹을거리는 간자미 요리다. 간자미의 제철은 바로 겨울철. 산란기인 요즘이 가장 맛이 돌 때다. 그래서 이즈음 진도에 가면 횟집은 물론이고, 동네 한쪽의 해장국집까지도 메뉴판에 없는 간자미 회를 무쳐내오기도 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간자미 회를 주문한 뒤 막걸리를 마시는 어르신들이 오일장의 파장을 알린다.

장은 정오가 되어가면서 파장 분위기가 완연하다. 진도읍 오일장의 흥겨움을 안고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양손 가득 산 물건을 손에 쥔 어르신을 만났다. “봄동, 보리, 굴, 매생이, 명태, 여러 가지 샀어. 다 모르겠어. 얼마나 샀는지. 진도에 산 이후로는 장날마다 다니고 있지”하며 돌아가는 손은 무거워도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하다.

오랜 세월 이어온 장터의 흔적과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진도읍조금시장. 눈발이 날린 뒤 파란 하늘이 선명하게 펼쳐진 그곳에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진도군 관광청

① 운림산방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곳으로, 진도 그림의 뿌리이자 한국 남화의 고향이다.

Ⓒ진도군 관광청

② 세방낙조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의 경관이 압권이다.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일몰의 장관은 주위의 파란 하늘을 단풍보다 더 붉은 빛으로 물들어 환상적이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