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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도시와 농촌 그 어딘가의 「사 : 이」에서

희망을 안고 올려다보는
사랑을 담아 속삭여보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올해에도 정월 대보름은 어김없이 차오른다. 보름달이 뜨면 산란기를 맞이하는 도둑게들처럼. 남모를 희망과 기대를 저 보름달에 걸어보기로 한다.

달이 주는 살가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어린 시절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진 적 있을 것이다. “달은 왜 나만 따라다녀?” 일차적으로 달은 우리에게 반가움, 내적 친밀감의 대상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달을 보면 어딘가 안심이 되는 건 인류 공통의 정서일 수밖에.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 모음집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에서는 반가움을 넘어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상징성을 차츰 확장해가는 달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울림이 큰 언어로 자연과 사랑을 노래해온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 66편과 신작시 5편을 더해 총 71편의 시가 엮어진 이 시집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맞닥뜨리는 사랑의 열병,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독자들로 하여금 내가 사랑을 했던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체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휘황한 달빛이야 눈 감으면 되지만 날로 커가는 저 달은 무엇으로 막는답니까’ (<입맞춤> 중에서)와 같은 시적 언어는 설렘으로 시작해 뜨겁게 타오르던 사랑, 그 자체를 달에 은유함으로써 문학적 감수성의 원형을 드러낸다.

달이 주는 판타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달 그림자가 태양을 검게 물들인 날, 고려의 4황자 ‘왕소’와 21세기 여인 ‘고하진'은 천 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다. 중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극의 배경을 청나라에서 건국 초기 고려로 바꾸었을 뿐 아니라, 타임슬립에 ‘개기일식’이라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가미해 극의 분위기를 조금 더 그윽하게 만들었다. 영문으로 ‘Moon lover’라는 낭만적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이준기, 아이유뿐 아니라 지금은 모두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한 강하늘, 남주혁의 호연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시청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방영 당시 경쟁작인 『구르미 그린 달빛』에 밀려 시청률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이후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이 작품의 진가를 재발견하는 애청자가 늘었다. 판타지 멜로 장르에서 달이 ‘열일’을 하는 것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이 가지는 영속성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달라도 하늘에 떠 있는 저 달 하나만은 같다는 믿음. 달빛 아래에서 우리가 무의식을 확장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이유다.

달이 주는 고양감

『달이 차오른다, 가자』

“하루밖에 남지 않았어,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싸구려 커피』와 함께 장기하와 얼굴들을 세상에 알린 곡이라 할 수 있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당시 고3 모의고사 지구과학 과목 문제로도 출제되어 노래 가사로 유추해낼 수 있는 시점을 묻기도 했다. 답은 음력 14일. 올해 첫 보름을 앞둔 시점에 10년도 전에 유행했던 이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어본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출현은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보컬의 복고적이면서도 특이한 창법과 더불어 무대를 채운 ‘미미시스터즈’의 드라이한 퍼포먼스가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의 무대는 EBS 스페이스공감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한 장면으로 남았다. 관객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워어어 워어어~’ 하는 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달이 차오르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코로나로 인해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감, 외로움을 감내해야 했던 그간의 심경을 휘영청 높이 뜨는 신년 대보름에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 어찌됐건 달은 차오르고,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일상을 살아내야만 하니까. 다함께 희망을 노래해야 하니까. 달이 차오른다, 가자

임수민(대중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