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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이 주는 작은 위로
식물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고요히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하지만, 새순을 틔우고 사람의 손길에 반응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삶의 이치와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게 하는 식물들과 일상을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초보자를 위한 식물 키우기 방법부터 베란다 텃밭 만들기까지의 ‘꿀팁’을 모았다.
이제는 식물을 반려하는 시대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식물들이 잘 지냈는지 화분부터 살핀다. 실내식물이 춥거나 건조하지는 않은지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열대관엽식물을 위해 가습기 등도 준비해 둔다. 때로 원하는 희귀식물이나 화분을 구하기 위해 판매 전날 밤부터 가게 앞에서 줄을 선다. 요즘 식물에 빠진 ‘식집사’, ‘식덕’의 일상이다.인간은 오래 전부터 식물과 함께였다. 하지만 지금 왜 다시 식물일까. 이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의 생기를 느끼기에 식물만큼 좋은 것이 없어서다. 고양이를 키우듯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가 생겨나고, 이들은 식물 ‘덕후(마니아)’라는 의미로 ‘식덕’을 자처하기도 한다.
심신의 안정을 주는 ‘초록 효과’
최근 의학계에서는 ‘초록 효과’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의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원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의사들이 진통제 대신 일주일에 두 번 공원 걷기, 일주일에 세 번 정원 일하기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일생 동안 그리고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꼭 정원을 만들고 가꾸었다. 그는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망명생활을 하며, 당시의 문학 흐름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그릴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정원에서 이루어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식물을 심고 물을 주는 그 행위 자체로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낸 것. 이처럼 식물의 힘은 위대하다.
STEP 1. 식집사 입문편
초록의 싱그러움을 간직한 작은 식물 하나부터 키워 보면 좋다. 산호수, 아이비 등은 냉·난방으로 환기가 어려운 밀폐 공간에서도 병충해 없이 잘 자라며, 공기정화는 물론 미적 기능까지 뛰어나 식집사 초보자에게 제격이다. 특히 테이블야자나 스파티필룸은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흙 없이 물만으로 키우는 수경재배도 가능하다.
초보자용 식물 중 한 가지를 골라 구입한다. 집 근처 화원도 좋고, 화훼단지나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봐도 괜찮다. 작은 식물 화분의 경우 5,000원~1만 원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씨앗으로 식물을 키우려면 모종삽과 화분 이동 받침대도 필요하다. 차차 가지치기가 필요해지면 원예용 가위를, 텃밭 정도 규모가 되면 압축 분무기를 더한다. 흙은 아무 데서나 퍼 오면 벌레 알이나 유충이 있을 수 있으니, 분갈이용 흙이나 원예용 상토를 구입한다.
식물이 죽는 이유 중 하나는 ‘과습’이다. 식물 고수들은 흙의 상태를 보고, 흙이 마르면 물을 주라고 하지만 초보자는 흙이 마른 건지 아닌지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이쑤시개나 꼬치를 이용하는 것. 물을 주기 전 흙에 이쑤시개나 꼬치를 꽂았다가 뺐을 때 젖어 있다면 아직 물을 줄 때가 아니다. 또 다른 신호는 잎이다. 물이 부족하게 되면 식물의 잎이 점점 쪼그라들거나, 생기가 없이 시들게 된다. 잎이 이런 신호를 보낼 때 물을 주면 된다.
큰 화분은 일반적으로 가장 면적이 넓은 거실에 둬야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산화탄소를 정화해 주는 스킨답서스·아펠란트라·그레이프아이비 등은 주방에 두는 것이 좋으며,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는 허브 역시 주방에 두기 안성맞춤이다. 침실에 아이비나 개운죽 같은 수경재배식물을 두면 천연가습제 역할을 하며, 밤에 산소를 배출하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 역시 수면에 도움이 된다.
초보자의 경우 미적인 기능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미적 기능에만 집중하다 보면 재배 관리가 소홀해지거나, 자칫 플랜테리어도 실패할 수 있다. 아름다운 식물을 곁에 오래 두고 감상하려면 물 주기와 햇빛, 통풍 등 생육 환경을 고려한 가꾸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개구리 왕눈이’에서 왕눈이가 우산처럼 썼던 ‘알로카시아’는 아침에 보면 잎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데, 이 물방울에 독성이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는 피해야 한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가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STEP2. 베란다 텃밭 도전!
양분과 마사토가 섞여 있는 배양토가 적합하다. 원예용 배양토를 구매하되, 화분 갈이를 대비해 처음 화분에 채우는 양보다 많은 배양토를 사 두는 것이 좋다. 판매되는 흙에 들어 있는 양분은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추가로 양분을 줘야 하지만, 적정량을 지키지 못하면 오히려 작물이 시들해지거나 타 버리듯 썩어 들어갈 수 있으니 기재된 양을 반드시 지키자.
초보자에게는 상추나 허브, 적겨자, 깻잎 등의 잎채소를 권한다. 씨앗보다는 모종으로 사야 실패 확률이 적고 빨리 수확할 수 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종류는 곤충이나 바람으로 인한 자연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수정을 해 줘야 하며 수확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잎채소는 첫 수확을 시작으로 자라는 내내 계속 따먹을 수 있으니 처음이라면 무난하게 잎채소로 시작해 보자.
작물에 따라 그 뿌리의 깊이까지 미리 계산해서 화분을 준비하고 분갈이를 해 주어야 한다. 상추나 쑥갓 같은 잎채소는 10~15cm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자라지만 뿌리채소의 경우에는 최소 20cm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반면, 어린 싹을 먹는 잎채소는 2~5cm만으로도 충분하니 공간 여건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도록 하자.
해가 잘 드는 베란다에 텃밭을 계획하고 있다면 청로메인이나 겨자채, 케일, 시금치, 방울토마토 등이 좋다. 하루 일조량의 반 정도의 햇빛이 들어온다면 쑥갓이나 청경채, 셀러리, 참나물 등이 무난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거나 오히려 햇빛에 약한 치커리, 아욱, 미나리, 부추, 오크 상추 등을 키우면 좋다.
화분을 놓을 베란다 공간이 부족하다면 여러 개의 화분을 위로 쌓아 올리는 선반형 거치대를 활용해 보자. 키가 위로 크게 자라는 작물만 아니라면 여러 개의 화분을 차곡차곡 위로 쌓아 올려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당장에라도 식물을 들이고 싶지만,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면 이 책과 함께 식집사에 도전해보자. 책은 실내 햇빛에 대한 이해부터 물주는 방법은 물론 분갈이 방법, 영양제 사용법, 병충해 관리법, 우리 집에 맞는 식물 고르기 등을 일러스트와 사진을 활용해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책과 함께 식물 키우기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간다면 어느새 훌륭한 식집사가 되어 있을 터.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반려식물들과 최근 인기 있는 반려식물들까지. 총 25개의 반려식물들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으며, 각 식물마다 어떤 흙을 써야 하는지와 물주는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원예 도구의 소개와 알아 두면 유용한 해충 종류와 퇴치법까지 담고 있어 식집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설명은 식집사에 도전 의지를 불태운다.
농장에서 직접 선별해 입고한 건강한 식물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수입 식물과 행잉 식물, 오렌지나 레몬나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과실수도 판매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6만 명의 가드닝 인플루언서 ‘리피’가 운영하는 온라인 숍으로 식물 전문가와 함께 자신의 취향과 공간에 맞는 맞춤 가드닝 컨설팅부터 식물 추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글 이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