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비우고
행복어 사전
삼태기
가느다란 싸리나 칡, 새끼줄 등으로 엮어 만든 농기구. 모내기나 김매기 중에 나오는 쓰레기나 잡초를 옮기는 데 쓰였으며, 입구는 낮고 속은 깊게 만들어 많은 양의 쓰레기나 잡초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른 봄, 옛 농부는 볍씨를 뿌릴 못자리를 만듭니다. 모판에 두엄을 넣고 발로 꼭꼭 밟아 기름지게 한 다음 모를 길러 냅니다. 모가 어느 정도 자라나면 논에 나가 모를 심습니다. 모를 심기 전 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논 위 쓰레기나 잡초를 걷어 내는 일입니다. 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인데요,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게 삼태기입니다. 삼태기에 온갖 쓰레기를 담아 한번에 털어 버리는 것이죠.
김매기도 벼를 기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업입니다. 논에 돋아난 잡초를 제거하는 일로, 모를 심은 후 적어도 이십 일 간격으로는 한 번씩 잡초를 캐거나 뽑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잡초가 벼에 필요한 햇빛과 양분, 수분 등을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삼태기는 필수죠.
혹시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 쌓아 둔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나요? 대부분 그 언젠가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을 때가 많죠.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마음은 또 어떤가요. 과거는 절대 되돌릴 수 없고, 현재를 낭비할 뿐입니다. 저마다의 마음속에도 삼태기를 하나 두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속 삼태기에 후회와 미련을 가득 담아 훌훌 털어 버리는 것이지요. 분명 버리고 비운 그 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새로운 희망이 돋아날 것입니다.
글 기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