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라이프
4인의 조금은 특별한 청춘단상
부안의 젊은 엘리트 선장 이봉국 씨
드넓은 새만금 간척지와 꽃게가 잘 잡히기로 유명한 전북 부안. 이곳에 귀어한 지 4년이 지난 ‘새내기 선장’ 이봉국 씨가 살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보낸 1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인생 항로를 바꿔 2017년 전북 부안 격포항으로 귀어한 이봉국 선장의 귀어 이야기다.
꽃게잡이 봉 선장, 30대에 귀어한 이유
20년 가까이 부안에서 나고 자란 이봉국 씨는 ‘부안 사람’으로 학창 시절에는 1, 2등을 도맡아 할 정도로 동네의 수재였다. 그가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 앞 드넓은 사거리에는 현수막까지 펄럭이며 그의 서울행을 축하했다. 그러나 봉국 씨는 인서울 생활 중 아내와 갓 100일이 지난 아들을 데리고 돌연 부안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크면 집도 마련해야 하고 교육비도 자꾸 들어갈 텐데, 간호조무사를 하는 아내와 당시 엘리베이터 회사에 다니며 얻은 제 수입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빚만 갚다가 내 인생이 끝날 거 같더라고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었죠.”
그렇게 봉국 씨는 지금껏 자신이 믿어온 모범답안을 과감히 버리기로 결심했다. 어부였던 아버지와 바다에서 일을 도왔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인생의 항로를 ‘귀어’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나이 서른이 넘은 봉국 씨에게 바다는 만만한 세상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바닷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봉국 씨는 바다에 나가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바다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고,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전쟁터였다. 하지만 봉국 씨는 포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바다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혀 나갔다. 그렇게 봉국 씨는 격포항에서 가장 젊은 ‘신세대 어부’가 됐다. ‘봉선장’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바다 우등생 봉 선장의 바쁜 일상
2018년 1.99톤 배를 임대해 꽃게잡이를 시작한 봉국 씨. 선장이 되고 난 뒤, 첫 조업 때는 잠잘 시간 빼곤 온종일 바다와 씨름했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획량이 적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고 2.97톤짜리 새 어선을 건조해 두 자녀의 이름 앞글자를 따 ‘휘남호’라 이름을 붙였다. 봉국 씨는 새 어선과 함께 꽃게잡이 방식도 새롭게 바꾸었다. 기존에 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조업하는 젊은 선배를 따라다니며 배운 노하우에서 나아가 ‘나만의 방식’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레이더 보는 법도 모르고, 배 모는 것도 미숙했어요. 얼마나 초보 선장이었을지 상상이 가시죠? 그러다 바다가 익숙해지니까 금세 적응이 되더라고요. 새벽마다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연구했어요. 비로소 노력의 결과가 눈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2020년 봉국 씨는 가력도항 전체 어획량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 달 만에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해 가을에는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1억7,000만 원 수익을 올렸다. 귀어 3년 차 초보 어부의 성적표라고는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주변에서 비결을 묻는 데 비결은 하나에요. ‘노력’이죠. 남들이 많이 가는 지점보다 먼 바다로 나가 새로운 어장을 개척하고, 어구의 색깔과 크기를 바꿔 가며 어획량을 실험하고, 똑같은 기계라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던 노력을 바다가 알아준 거죠. 어복과 인복도 따라 준 거 같고요.”
다음 편에는 바다에서 만나요~
어느덧 조업 5년 차에 접어든 봉국 씨의 휘남호는 격포항에서 ‘꽃게 많이 잡는 배’로 소문이 났다. 그뿐인가.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로 중간 유통과정에서의 경비를 줄이고 신선한 수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며 봉국 씨는 그동안 어부들이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저는 단순히 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라 귀어 전부터 6차산업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고 저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연구했어요. 그래서 2019년 가을부터 ‘봉스수산시장’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와 직거래 유통을 하고 있고 작년에는 격포항 인근에 ‘봉봉이네수산협동조합’이란 수산물 가공공장을 설립해 6차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봉국 씨의 가공공장에서는 꽃게는 물론이고 갑오징어나 주꾸미 같은 해산물 등의 가공식품이 만들어진다. 모두 봉국 씨가 직접 잡은 수산물로 집에서 팩으로 받아 바로 볶아 먹을 수 있도록 간편식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공식품은 자체 브랜드 ‘봉선장’ 온라인 몰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상품의 신선도는 물론이고, 유통 경비를 줄여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으로 이미 단골 고객을 확보해 놓았다. 홈쇼핑 런칭에 이어 백화점 입점까지 계획 중이라는 봉국 씨. 이미 그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들려줄 봉국 씨의 귀어 이야기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이다.
청춘이 청춘에게
시골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졌다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할 수 있고요. 내려오기 전에는 ‘시골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는데 지금은 주변 청춘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어요.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어업도 활성화가 되잖아요. 저처럼 귀어하는 청춘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시작이 두려운 청춘들이 있다면 저희 ‘봉봉이네수산협동조합’에서 꿈을 시작해 보세요. 제가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전부 다 가르쳐 드릴게요.
글 이선영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